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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ta

냄새맡는 AI, 프레그런스 산업을 바꾼다

2021.06.22

인간은 다섯 개의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은 두뇌가 사물이나 상황을 판단하거나 추억을 떠올리는 데 중점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간의 감각은 생각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뇌에서는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결합하고 계산합니다. 오감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끊임없이 결합해 새로운 정보와 생각을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시각 정보는 2차원이지만, 대뇌에서는 3차원으로 인식하고 입체적인 세상을 그려냅니다.

인공지능(AI)이 오감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을까요? 이미 IT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오감을 하나씩 대체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을 필두로 인간의 오감을 기계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IT 기술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인간의 오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ICT로 구현하는 후각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청각과 시각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딥러닝 기반의 음성인식, 음성 합성 기술 등은 인간의 목소리를 그대로 구현합니다. 지금 귀에 들리는 노래가 인간이 작곡한 것인지 인공지능이 작곡한 것인지 구분하기란 어렵습니다.

인간의 시각 역시 가상·증강현실(VR·AR) 기기 등을 통해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을 속여 실제와 같은 환경을 구현하거나 실제로 접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듭니다. 여기에 나날이 발전하는 카메라와 영상 기술은 지금 보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합니다.

촉각도 기술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장갑 형태의 촉각 재현 장치는 햅틱 기술을 통해 실제 물건을 만질 때의 느낌을 냅니다. 물건을 만질 때 근육의 긴장감이나 힘의 세기 등을 인식하는 것인데요. 햅틱 기술은 과거 휴대전화에 적용됐을 때와 다르게 현재는 더욱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해졌습니다.

미각에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활약합니다. 혀의 특정 부분이 어느 맛을 느끼는지 알려져 있어 기술적으로 미각을 재현하거나 미각을 만족시키는 일이 가능합니다.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기간만큼 고기를 숙성하거나 로봇이 정확히 계량해 커피를 만드는 등 인간의 입맛을 사로잡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학습하고 식자재와 음식의 성분을 분석해 음식 맛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후각은 오감 중 가장 미지에 있는 감각입니다. 인간은 코에 있는 400여 개의 후각 세포를 통해 향을 맡고 구분합니다. 후각을 미세한 전기로 자극해 특정 냄새를 맡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코에 전극을 연결하고 후각 세포에 전기 자극을 줬습니다. 화학 물질이 후각 세포와 결합하면 어떤 향인지 파악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느 세포가 어떠한 화학물질, 향에 반응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모바일 향수 추천 서비스 ‘매직 모노클’ (출처: Penhaligon)

향기 속의 인공지능

고대 이집트에서 인간이 향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인은 향이 나는 오일을 사용했습니다. 14세기에 이르러서는 오늘날과 유사한 향수가 탄생했습니다. 알코올을 각종 향신료와 섞으면 다양한 향을 만들 수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후 1800년대 후반에는 화학물질을 합성한 향이 탄생하며 인공적인 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렴한 향수가 만들어지며 향수의 대중화도 이뤄졌습니다.

현재 많은 향수 제작자와 조향사는 새로운 향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과 원료의 조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료의 수가 워낙 많고 기존에 쓰이는 향수 공식이 많아, 새로운 조합을 찾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향수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는 약 30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중 향수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원료는 10개를 넘지 않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향을 만드는 건 더 어렵고 많은 시간을 요합니다.

식품에 추가하는 향 (출처: unsplash)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향을 만드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향수 제조업체 중 하나인 심라이즈는 IBM과 협업해 인공지능 기반 향수 제조 시스템을 만들었는데요. ‘필리라(Philyra)’라는 해당 시스템은 인공지능에 원료의 화학구조를 학습시켰습니다. 인간이 직접 맡아 구분한 냄새 데이터를 대량으로 모아 해당 냄새 데이터와 각 화학물질의 분자구조와 원소 기호 등과 매칭시킨 것입니다. 향기 데이터는 일반적인 냄새는 물론 시중에 판매 중인 여러 고급 향수의 향기까지 데이터로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향수는 많은 조향사로부터 참신함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한편, 구글의 리서치팀은 여러 대학과 함께 향기의 분자 데이터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향, 동일한 분자로 구성돼 있더라도 사람은 이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표현도 다양합니다. 향기는 트로피칼 향, 바다향, 시원한 향 등 비정량적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데이터 세트는 이러한 묘사까지도 반영해 데이터를 구분했습니다.

IBM의 향수 개발시스템 필리라 (출처: IBM)


인공지능의 장점은 정성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도 학습 데이터에 반영하고, 향기 본연의 정보 외에도 다른 입체적인 정보를 결합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향수의 데이터를 학습에 포함하거나 소비자의 선호도를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향수에서 사용하는 향기뿐만 아니라 샴푸나 비누, 세제 등 다른 향기의 데이터 학습도 가능합니다.

향기 산업의 변화

세계 최대의 향수 제조 회사인 퍼메니치는 인공지능 기반 향수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말 인공지능과 인간의 창의성을 결합해 새로운 세탁 세제, 섬유유연제의 향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액체 세제는 물론 분말, 스프레이 등 다양한 섬유 세제 관련 제품에 인공지능의 힘을 활용했습니다. 퍼메니치는 중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아 중국에서 인기 있는 재료와 소비자 연구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브라질의 향수 브랜드인 오보치카리오는 올해 초 인공지능으로 만든 향수를 출시했습니다. IBM과 협력을 통해 앞서 언급한 필리라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조합한 두 종류의 향수를 출시했는데,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스위스 대표 향료 기업 지보단도 인공지능 향수 플랫폼 ‘카르토(Carto)’를 만들었습니다.

오보치카리오가 출시한 인공지능 기반 향수 (출처: O Boticário)

향수 스타트업도 향수를 제조할 때 고객 데이터와 리뷰를 학습해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1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앱과 스마트 향수 기기를 만드는 ‘니누(NINU)’가 등장했습니다. 사용자는 니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향을 커스텀할 수 있습니다. 향을 선택하면 기기 내 카트리지에 포함된 세 종류의 향이 조합됩니다. 기기에 내장된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향수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향수를 만드는 과정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4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향수 제조사와 관련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향수 개발 속도를 크게 앞당길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과정,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면 조향사가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일을 빠르게 완료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원료를 섞어 새로운 향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가진 정보나 감각 등을 제외할 수 있습니다. 인간 개인의 선호도나 편향된 정보 등이 아닌, 조향 공식이나 화학 공식, 고객 데이터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기존에 전혀 없던 새로운 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향의 조합을 빠르게 찾아 테스트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과 IT 기기의 활용도 향수 산업에 변화를 불러옵니다. VR 기기를 장착하고 VR 속 장면에 맞는 향을 발산하는 발향 장치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VR기기에 직접 부착된 발향 장치가 영상에 맞는 향을 분사합니다. 마치 4D 영화관에 가면 바람과 물방울을 영상의 싱크와 더불어 실제로 맞는 것과 같이, VR을 통해 사용자가 향기에 더욱 몰입해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몸에 뿌리는 향수뿐만 아니라 차량용 방향제, 실내에 두는 디퓨저, 섬유 유연제 등 향에 기반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술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전통적인 향의 발견 방법이 아닌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학습을 통한 새로운 향의 발견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오는 향수 산업 전반을 혁신할 수 있습니다.

VR과 향수의 조합 (출처: Coty)  

누구의 손 끝에서 향기가 피어날까?

인공지능이 만든 새로운 조합과 결과물을 바탕으로 인간은 지금까지 시도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향기를 찾는 것의 99%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1%는 여전히 인간의 후각에 달려 있습니다.

향수는 흔히 하나의 예술이라 표현합니다. 단순히 정해진 화학 공식과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향을 만들어야 하고 이러한 방식은 기술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일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향수 제조 기업, 조향사 고유의 노하우와 스타일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향수 분야의 혁신을 불러올,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도 인공지능의 주요 역할이지만, 인간을 도와 새로운 향기를 찾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과연 앞으로 인공지능이 모든 향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해 모든 향기를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인간의 손에서 사람의 코를 사로잡는 향수가 완성됩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으려면 아직 많은 기술적 발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인공지능은 인간의 조향 프로세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고 빠른 혁신이 가능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글 ㅣ 윤준탁 ㅣ  IT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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