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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S Tech

월스트리트가 DX를 대하는 자세(feat.오픈소스)

2021.02.24

‘골드만삭스는 어떤 기업입니까?’ 과거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했다면 대부분 ‘금융 기업’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자기 자신을 기술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전체 직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9,000명은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죠. 골드만삭스뿐만 아니라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금융 기업들은 기술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핀테크 산업의 부흥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핀테크 산업 초기만 해도 금융 기업은 인프라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신기술과 기능 개발에 집중했지만, 요즘은 오픈소스 기술까지 투자 영역을 넓혔습니다. 금융기업과 오픈소스. 과거라면 이 조합은 다소 어색해 보였을 겁니다. 금융업계는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기술을 공유한다는 발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다가 안정성, 보안성 부분에 민감해 오픈소스 기술을 꺼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금융 업계에 무슨 바람이 불어 다들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월가에서 확장하고 있는 오픈소스 문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술력과 인재 확충을 위한 선택, 오픈소스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과 달리 금융 기업은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이었습니다. 이런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로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이 업계에 들어오면서 금융 산업의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핀테크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아마존, 구글 같은 대형 IT기업까지 금융 산업에 관심을 보이니 금융 기업 스스로 기술에 투자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입니다.

오픈소스 기술도 이때부터 주목받습니다. 그 중심에 ‘심포니’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심포니는 협업 도구로 카카오톡, 스카이프, 슬랙 등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 기술은 보안성이 높아 금융 기업이 주 고객이었으며, 투자도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같은 대형 글로벌 금융 기업에게 받았습니다.

심포니는 초기부터 핵심 기능을 오픈소스 형태로 기술개방해, 투자자이자 사용자였던 금융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업을 이끌어 냈습니다. 심포니는 시티, 골드만삭스, 메릴 린치, 노무라, 웰스 파고 등 주요 금융 기업들과 함께 ‘심포니 재단’을 만들고 심포니에 필요한 추가 기능을 함께 만들어 나갔습니다.

심포니 재단 설립 이후 2016년부터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이 선두에 나서 오픈소스 기술을 개방해왔습니다. 동시에 심포니처럼 금융 업계에서 같이 쓸 만한 신기술을 함께 만들자는 논의가 생깁니다. 2018년 심포니 재단은 핀테크 오픈소스 재단(Fintech Open Source Foundation, FINOS, 피노스)으로 이름을 바꾸고, 금융 기업들은 이 재단과 함께 다양한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정합니다.

피노스 참가 기업 (출처 : 피노스 발표 자료)

오픈소스 도입 증가는 새로운 이점을 불러옵니다. 먼저 기술력 상승입니다. JP모건에서 블록체인 기술팀을 이끌었던 엠버 발데(Amber Baldet)는 2015년 외부에서 갖다 쓸 만한 블록체인 기술을 찾았으나 금융업계에서 쓰기에는 한계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죠. 그래서 오픈소스 형태로 개방해 기술을 개발키로 결정합니다.

금융 업계에서 일하는 개발자는 규제나 기술 구조를 잘 알고 있을 테니, 다 같이 모인다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 것이죠. 엠버 발데는 한 인터뷰를 통해 “당시 JP모건 임원진들도 오픈소스 기술에 긍정적이었다”며 “외부 개발자들이 무료로 기술을 기여해준다는 개념에 크게 매료돼 임원진들이 오픈소스 개발을 지지해주었다”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뱅크는 2017년 자사 핵심 트레이딩 플랫폼 ‘아우토반’의 소스코드 15만줄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소스코드를 오픈에 대해 “금융 업계에서 오픈소스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며 “해당 오픈소스 기술로 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어 고객을 위한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가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존 스테쳐(John Stecher) 바클레이즈 CTO는 “다른 개발자들도 볼 수 있는 투명성으로 인해, 내부 기술의 보안성이 높아지고, 개발자들은 더욱 꼼꼼하게 코드 품질을 높인다”라며 오픈소스 기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오픈소스는 인재 확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캐피털원의 기술 수석 디렉터였던 짐 자기엘스키(Jim Jagielski) 는 “능력있는 엔지니어는 깃허브 접속조차 막아 둔 지루한 은행에 오지 않는다”라며 “그런 인재는 애플, 넷플릭스, 리프트 같은 쿨한 회사에서 일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짐 자기엘스키는 아파치재단을 설립한 인물로 지금은 우버에서 일하지만 캐피털 원의 초기 오픈소스 기술 문화를 구축한 전문가입니다. 그의 말처럼 캐피털원은 오픈소스 기술을 확대하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고자 노력 중이며, 지금도 오픈소스에 기술에 적극 투자 중입니다.

내부 기술 문화는 오픈소스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합니다. 금융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경직되고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경우가 많은 반면, 오픈소스 개발은 투명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를 추구합니다. 금융 기업은 오픈소스라는 매개체로 적어도 개발 문화만큼은 협업이 잘 되는 문화로 만들고자 했으며, 궁극적으로 혁신을 도모했습니다.

특히 금융 기업은 API 개방 등을 통해 IT 기업이나 스타트업과 협업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금융 기업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기업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하기도 합니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의 경우 오픈소스 문화를 내부에서 도입해 기술 개발을 이른 후 컨설팅 기업에서 선정한 ‘최고의 모바일 앱’와 ‘최고의 API 기술’ 제작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금융 기업들의 오픈소스 연합체 ‘피노스’

금융 기업들이 오픈소스 기술 개발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피노스’도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피노스 덕에 분산된 금융계 오픈소스 기술을 한곳에 모으고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부터 피노스는 리눅스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어 비영리 성격을 강화했으며, 피노스 기술이 중립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노스 로고 (출처 : 피노스 공식 홈페이지)

피노스에는 글로벌 금융 기업뿐만 아니라 깃허브, 레드햇, 인텔같은 IT 기업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노스가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크게 40여 개로, 이 중 주목을 많이 받는 기술은 아래 5개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소유한 업계이다 보니 인프라나 데이터 관련 기술이 많습니다.

  • 레전드 : 골드만삭스가 2019년 공개한 기술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골드만삭스 사내에서 이용하던 기술로, 엔지니어 및 비엔지니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게 특징. 골드만삭스는 데이터 모델링에 쓰이는 언어나 인프라 기술을 2015년부터 꾸준히 공개했으며 최근 내부 핵심자산으로 관리하던 ‘증권 데이터베이스(Securities DataBase,SecDB)’도 개방.
  • 프록스팩티브 : JP모건이 개발한 데이터 시각화 기술. 규모가 크고 실시간 형태인 데이터를 웹에 보여주고 이를 분석하는데 도움을 줌.
  • 왈츠 : 도이치뱅크가 만들었으며 사내에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고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 데이터간 관계를 정의하거나 통계를 내는데 활용 가능.
  • 모르퍼 : 모건스탠리가 만든 기술로 여러 언어나 형식으로 구성된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지원.
  • FDC3 : 핀테크 기업 오픈핀이 만든 기술 표준으로 피노스에서 개발한 프로젝트 중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음.

피노스 전체 프로젝트 보기 : https://landscape.finos.org/card-mode

규제 및 컨플라이언스 개선도 오픈소스 형식으로

금융 산업은 흔히 규제사업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규제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기업 내부 정책도 참고해야 하죠. 피노스는 이런 업계 특수성을 고려해 2020년 11월 ‘오픈 레그테크 이니셔티브(Open RegTech initiative)’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프로젝트 초기라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오픈 레그테크’로 금융 기업이 지켜야할 컴플라이언스나 규제를 정리하고, 관련 표준과 자동화 기술 등을 만들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토론장을 마련하고, 의견 취합 과정은 깃허브나 컨퍼런스 등에 공유해 의사소통 과정을 투명하게 했습니다. 피노스는 ‘오픈 레그테크’가 이해관계자들의 오픈소스 관련 규제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픈 레그테크 이니셔티브’ 장기 목표 (출처 : 피노스)

더불어 피노스는 저작권 관리방안이나 오픈소스 기술 구축 예시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해 더 많은 금융 기업이 오픈소스 업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리눅스재단과 더뉴스택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핀테크 업계는 공공, 헬스케어 분야와 함께 오픈소스 기여 수준이 2019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진 산업으로 꼽혔습니다. 이제 금융 업계에서 오픈소스 기술은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계의 혁신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오픈소스 기술이 미래 혁신을 위한 돌파구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ㅣ 이지현 ㅣ 테크저널리스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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