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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에도 '정보'가 필요하다 – 투자와 소비의 기준이 되는 디지털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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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짙어지고 여름이 가까워지는 요즘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먹거리와 일상 소비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저 역시 종종 로컬푸드 매장에서 장을 보곤 하는데요.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직접 고르고 담는 과정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있을까?’

브랜드, 가격, 영양 성분, 유기농 여부, 유통기한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확인하며 소비를 결정합니다. 만약 유통기한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여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선택하게 됩니다.

투자의 영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SG가 기업 경영과 투자의사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여전히 정보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투자자가 신뢰하고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이번 ESG 에브릿띵에서는 ESG 정보가 어떻게 디지털 기반의 데이터로 전환되고 있으며,투자와 소비의 기준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오늘의 ESG 에브릿띵 정리

👉 ESG 정보는 금융업계의 투자 판단뿐 아니라 소비자의 가치 있는 구매 의사결정을 이끄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됩니다.

👉 EU는 ESG 데이터의 접근성, 신뢰성,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산된 정보를 표준화하여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데이터 관리 체계의 고도화는 기업 경영과 우리 일상을 연결하는 필수 과제가 될 것입니다.

2020년 전후로 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친환경 또는 ESG를 고려한 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SG는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주목받았고, 투자와 소비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정보에 대한 혼란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일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화려한 디자인과 정성적 설명 중심으로 구성되어 회사의 홍보 책자처럼 보이기도 했고, 친환경을 강조한 제품 가운데서는 실제 근거가 불분명한 사례들도 등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ESG 정보의 일관성과 비교 가능성,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실제 투자 판단에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EU는 ESG를 ‘돈’을 움직이는 ‘정보’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은 지속가능성 또는 ESG를 처음부터 ‘정보’ 중심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습니다. 26년 4월 <ESG 에브릿띵>에서도 말씀드렸듯이, ESG는 경영에 ESG라는 프레임이자 렌즈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경영은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선택과 집중을 추구하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의 종합예술입니다. 따라서, ESG 경영에서도 데이터와 정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EU는 경제공동체로서 EU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 인권, 자유, 평등, 연대와 같이 EU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2019년에 ‘EU 그린 딜(Green Deal)’을 발표했습니다. EU 그린 딜은 파리기후협약(2015)에 따른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전략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순환경제, 오염 방지, 생물다양성, 농업, 교통수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EU 그린 딜은 ‘Striving to be the first climate-neutral continent(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이 되기 위한 노력)’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목표에 대한 이행 현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1)

EU기본권 헌장 내 EU가 추구하는 가치

EU 그린 딜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규모 투자와 기업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EU가 시장과 기업에 요구한 대표적인 실행 도구가 바로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입니다. EU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아래, 투자자인 금융기관에는 투자 과정에서 ESG 요소를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공개하도록 하고, 기업에는 ESG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EU는 정보공개라는 레버리지를 통해 시장 내 투자자(금융기관)와 기업의 경영활동에 지속가능성(ESG)이라는 렌즈를 통합하고자 했습니다.

투자자 제현주의 저서 『돈이 먼저 움직인다』에 소개된 블루헤븐 이니셔티브의 리젤 프리츠커 시먼스는 자신들의 투자가 ‘이익을 추구하되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for profit and with purpose)’ 투자라고 설명하며, 임팩트 투자를 ‘더 많이 알고 하는(more informed) 투자’라고 이야기합니다.3) 임팩트 투자가 재무적 수익과 함께 측정할 수 있는 사회·환경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국 더 나은 투자 판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SG가 투자자 사이에서 활발하게 논의된 배경에도 이러한 흐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U는 ESG 정보를 디지털 공간에 모으려고 한다

그리고 EU는 국가마다 ESG 정보의 공시 형식과 데이터 체계가 서로 다르고 정보가 분산되어 있다 보니,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로서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교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EU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유럽 단일접속지점(European Single Access Point, ESAP)입니다. ESAP는 EU 전역의 기업 및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아 ESG 및 재무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기관·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이는 EU가 유로화라는 통화정책을 통해 여러 국가의 통화를 하나로 통일해 단일 기준으로 관리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기업 공시, 재무, ESG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단일 접근 체계를 제공하여, ‘돈의 단일화’에 이어 ‘정보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라고도 해석됩니다.

EU가 그리고 있는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기업은 CSRD와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이 요구하는 데이터 포인트에 따라 ESG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ESAP에 등록 및 적재합니다. 이후 금융기관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정보를 투자 및 의사결정에 활용하게 되며, 이러한 활동 상세 내역은 다시 SFDR을 통해 공개됩니다. 결국 ESG 데이터의 생성과 공개, 활용의 흐름을 시장 메커니즘 안에 연결함으로써 자본의 흐름이 변화되고, 궁극적으로 EU 그린 딜의 목표 달성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EU의 접근 방식인 것입니다.

EU그린 딜 목표 달성을 위한 접근방식

한편, EU는 중소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 재무보고자문그룹(European Financial Reporting Advisory Group, EFRAG)은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ESG 정보 공개 항목을 정리했습니다. 또한 ESG 데이터를 전자공시 포맷인 XBRL(Extended Business Reporting Language) 형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엑셀에 입력하면 XBRL 형태로 변환해 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4) 이는 ESG 정보 역시 재무정보와 마찬가지로 비교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관리하겠다는 EU의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흐름은 EU가 추구하는 ‘Twin Transformation’과도 연결됩니다. 이는 그린 딜을 통한 친환경 전환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의 ESG 데이터 전자공시포맷(XBRL)

다시, 우리는 무엇을 믿고 선택하나? – 제품에도 지속가능성 정보가 필요한 시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물건을 구매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까요?

브랜드, 가격, 품질, 후기, 친환경제품 여부까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제품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PwC의 ‘2024 Voice of the Consumer Survey’에 따르면, 물가 상승 상황 속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 및 조달된 제품에 평균 9.7% 더 큰 비용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31개 국가 및 지역의 소비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기후변화의 파괴적 영향을 일상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6)

그렇다면 어떤 제품이 지속가능한 제품인지 소비자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제품에 부착된 친환경 인증이나 라벨을 참고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정보는 주로 친환경 여부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망 내 인권 문제나 전반적인 ESG 리스크 관리에 대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친환경 제품일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제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은 지속가능성 제품에 대한 특성을 정의하고 등급을 매겨, 소비자가 쇼핑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7) 또한 판매자가 EcoVadis(에코바디스) 등급을 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아마존)의 지속가능성 제품에 대한 자체 인증제도(EcoVadis)

아마존의 ESG 담당자 제니퍼 캐럴(Jennifer Carroll)은 ‘지속가능한 구매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응하고 있다’라며, ‘EU 내 아마존 비즈니스 판매자는 이제 에코바디스 메달 및 배지를 통해 검증된 지속가능성 성과를 보여줄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 고객은 더욱 쉽게 정보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8)

그래서 최근에는 인증 및 라벨만으로 부족했던 정보를 제품 단위의 데이터로 보완하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은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품이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이 필요하듯, 앞으로는 제품의 원료·생산·유통·사용·폐기 단계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로 확인할 수 있어야 유럽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입니다.

즉, DPP는 제품의 전 과정(Life Cycle) 정보를 수집·저장·공유하는 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DPP는 해당 정보들을 디지털로 수집, 저장, 공유하는 시스템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처럼 대량으로 생산되고 사용 후 폐기되는 제품에 대해서 먼저 적용하기 위한 제도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앞서 살펴본 ESAP가 기업 단위의 ESG 정보 체계라면, DPP는 제품 단위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정보가 필요하다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라는 책이 있습니다. 오늘 장보기와 쇼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드렸는데요.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들의 숨겨진 생애주기를 추적하며, 과도한 소비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지구와 인간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경고하는 책입니다.9) 이 책은 크게 4가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1.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생태).
  2. 채취–생산–소비–폐기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
  3. 소비자가 아닌 ‘시민’의 역할이 필요하다.
  4.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물건의 소유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DPP는 EU의 신 순환경제 실행계획(2020)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ESPR(에코디자인 규정), EUBR(배터리 규정)과 연결되어, 한번 쓰고 폐기되는 것이 아닌, 제품이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DPP에는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 수리 및 해체 용이성, 분리배출 가이드와 같은 정보까지 포함될 예정입니다. 『물건 이야기』에서 얻은 시민으로서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멀지 않았네요.

이번 ESG 에브릿띵은 투자자와 자본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자 언어로서 ESG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의 소비자이자 사회의 시민으로서, 디지털 ESG 정보가 앞으로 어떻게 관리되고 우리 일상에 연결될 것인지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장을 볼 때 유통기한과 원산지를 확인하듯, 앞으로는 기업과 제품의 지속가능성 정보 역시 더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ESG 정보의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 많이 알고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시장은 달라집니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기업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제현주 작가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착한 투자' 중 인용

📌 오늘의 요약 정리

  • ESG 정보는 단순히 기업의 홍보 수단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투자 과정을 결정하고 소비자가 제품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듯 가치 있는 구매를 내리는 데 필수적인 '판단 근거'가 됩니다.
  • EU는 흩어진 기업 공시와 재무 정보를 한데 모으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도 엑셀을 통해 표준화된 디지털 데이터 포맷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누구나 쉽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중입니다.
  • 원료 확보부터 생산, 사용, 폐기까지 제품의 전 과정 정보를 디지털로 기록하는 체계가 마련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막연한 친환경 라벨을 넘어,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이나 수리 용이성 같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ESG 정보의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뿐 아니라, 우리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물건의 소유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LG CNS Entrue Consulting 유창우 총괄

[참고 자료]

1) European Commission, 「The European Green Deal」

2) EUR-Lex, 「EU 기본권 헌장 내 EU가 추구하는 가치」

3) 제현주, 「돈이 먼저 움직인다」, 2021

4) EFRAG, 「VSME Digital Template to XBRL Converter」

5) EFRAG, 「VSME XBRL 보고서 생성 플랫폼」

6) PwC, 「2024 Voice of the Consumer Survey」

7) Amazon, 「Sustainability Features」

8) ESG today, 「Amazon Business Store Enables Sellers to Display EcoVadis Sustainability Performance」

9) Annie Leonard,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 2011

10) 경향신문,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착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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