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막을 내린 CES 2026 현장에서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화면을 벗어나, 산업 현장의 판단과 운영에 직접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조·물류·에너지·인프라 전반에서 AI는 센서, 제어 시스템, 시뮬레이션 기술과 결합해 현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운영 조건을 조정하며, 사람의 개입 없이도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구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피지컬 AI가 특정 장치나 로봇의 진화를 넘어, 산업 현장의 작동 기준 자체를 재정의하는 기술 범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작년 10월호에서는 피지컬 AI를 산업 현장 속 ‘로봇 중심의 지능형 자동화'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특히 센서·AI·제어 기술을 통해 로봇이 현장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논의를 한 단계 확장합니다. 특정 로봇이나 개별 장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물리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기준으로 기술의 범위를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동, 조작, 관측, 운영 통합에 이르기까지 AI가 물리적 환경과 만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계에서는 자율주행과 센싱 기술 시장이 2030년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지컬 AI가 특정 로봇을 넘어 다양한 산업 환경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CES 2025를 기점으로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하지만 확산 속도는 생성형 AI와는 사뭇 다릅니다. 이번 에브릿띵에서는 피지컬 AI를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생성형 AI와 다른 확산 경로를 보이는 구조적 이유를 짚어봅니다. 나아가 산업별로 적용 속도와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에브릿띵 정리
• 피지컬 AI는 특정 로봇의 형태나 단일 장치가 아니라, 물리 환경을 인식·판단·제어로 연결하는 상호작용 방식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 피지컬 AI는 이동·조작·관측·운영 통합이라는 상호작용 유형에 따라, 산업별로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 피지컬 AI의 확산은 기술 성숙도보다 산업별 리스크 구조와 검증 가능한 ROI, 시스템 단위의 준비도에 따라 결정되며, 적용 가능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성과를 축적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피지컬 AI에 대한 논의는 흔히 휴머노이드와 같은 외형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처럼 걷고 손을 사용하며 우리의 일상 환경에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다는 점에서, 휴머노이드는 피지컬 AI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AI가 모니터 밖 물리 세계로 나왔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CES 2025에서 엔비디아가 강조한 피지컬 AI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입니다. 핵심은 로봇의 외형이 아니라, 물리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센서로 환경을 인식하고, 내부 모델로 상황을 판단해 물리적 제어를 수행하는 전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피지컬 AI라 부를 수 있습니다.1) 다시 말해,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본질입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산업 리서치 업계에서도 물리 세계와의 상호작용 방식을 기준으로 피지컬 AI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2)
이처럼 피지컬 AI는 이동·조작·관측·운영이라는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산업과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는 AI의 진화 방향에 가깝습니다. 모빌리티, 에너지 인프라, 헬스케어, 농업, 도시 공공 영역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모니터 밖으로 나온 AI’의 실체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CES 2025 이후, 시장이 체감한 변화 중 하나는 생성형 AI가 에이전트를 넘어 에이전틱 AI(Agentic AI) 단계로 빠르게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 소프트웨어 생산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것처럼, 피지컬 AI 역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산업 현장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다양한 적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의 체감 확산 속도는 예상보다 완만합니다. 이는 기술 자체의 완성도 문제라기보다, 적용 환경과 확산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생성형 AI는 기존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므로 물리적 제약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에 따른 리스크 또한 낮아 디지털 환경 내에서 반복적인 검증이 가능합니다.
반면 피지컬 AI는 단일 장치가 아니라 이동·조작·관측·운영이라는 물리적 상호작용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센서, 제어 기술, 하드웨어 구성, 운영 환경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며, 이 중 하나라도 불안정하면 전체 시스템의 성능 저하와 안전 문제로 직결됩니다. 특히 물리 세계에서의 오류는 인명이나 자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개별 기술의 우수성보다 시스템 전반의 정합성과 안정성이 확산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피지컬 AI의 확산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구조적인 제약 요인이 존재합니다.
앞서 살펴본 제약에도 불구하고, 피지컬 AI의 확산이 멈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산업에 동일한 속도로 적용되기보다는, 검증 난이도와 리스크 구조가 낮은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는 물류·유통과 제조 현장의 운영 자동화입니다. 이 영역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생산성·안전성·비용 절감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쉬워 피지컬 AI의 도입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DHL은 물류 거점에 컴퓨터 비전과 센서 기반 AI를 결합한 ‘스마트 피킹·분류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며, 작업자 동선과 적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인식·조정하여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5) 이는 개별 장비의 성능을 넘어, 감지·판단·조작이 연결된 현장 운영 체계 전체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피지컬 AI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엔비디아는 고정 카메라와 컴퓨터 비전 AI를 활용해 공장·창고와 같은 대규모 공간을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운영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스마트 공간’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6)
반면 에너지·인프라, 공공 영역처럼 안전 리스크가 크고 현장 접근이 제한적인 산업에서는, 완전 자율보다는 관측·점검 등 제한된 임무 중심으로 피지컬 AI가 먼저 확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국영 에너지 기업 바텐폴(Vattenfall)은 풍력 터빈 점검에 드론 기반 AI 시스템을 활용해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줄이고 점검 효율을 개선한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피지컬 AI는 ‘대체’보다는 ‘보조’ 역할에서 먼저 가치를 입증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7)
이와 달리 완전 무인 자율주행이나 의료 현장 자동화처럼 사고 발생 시 사회적·법적 책임이 크게 뒤따르는 영역은 확산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딥니다. 기술 성숙도와 별개로, 인증·책임·감사 체계가 함께 정비되지 않으면 상용화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은 유럽연합 인공지능 법(EU AI Act) 통해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안전성과 책임 기준을 강화하며, 피지컬 AI의 적용 속도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리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별 사례를 종합해 보면, 피지컬 AI의 확산은 각 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과 검증 비용, 운영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결국 피지컬 AI는 전 산업에 동시에 퍼지는 기술이 아니라, ROI와 안전성이 먼저 확인되는 영역부터 차례로 확장되며 산업 현장의 구조를 서서히 재편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에브릿띵은 어떠셨나요?
피지컬 AI의 확산은 로봇의 외형이나 개별 기술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확산은 물리 환경과의 상호작용 방식, 산업별 리스크 구조, 그리고 ROI를 명확히 검증할 수 있는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피지컬 AI의 진전은 적용 가능한 산업과 과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동·조작·관측·운영이라는 상호작용 유형에 맞춰, 각 산업은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우리 산업에서는 어떤 물리적 과제부터 검증할 수 있으며, 그 과제를 어떤 시스템 단위로 설계해야 하는가’입니다. 피지컬 AI를 단순한 로봇 도입이 아닌, 물리 환경과 연결되는 시스템적 과제로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1) NVIDIA, <CES 2025 Keynote 및 Physical AI / Omniverse / Cosmos 관련 발표>
2) Citi Global Insights, <Robotics & Autonomous Systems Long-term Outlook>
3) Nature Energy, McKinsey & Company, IEEE Robotics & Automation Society, <기술 분석 종합>
4) NVIDIA, <CES 2025 Keynote & Physical AI / Robotics Platform Announcements, 2025>
5) 디에이치엘 그룹, <물류 트렌드 레이더(Logistics Trend Radar), 2025>
6) NVIDIA, <Metropolis Platform 공식 자료>
7) Vattenfall, <“Drones and AI for wind turbine inspection”>
A. 피지컬 AI는 디지털 공간이 아닌 물리 환경과 직접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동·조작·관측·운영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실제 환경에서의 오류는 즉시 안전과 책임 문제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확산 속도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아닌, 시스템 전체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A. 제조·물류 현장처럼 공간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산업에서 도입이 가장 활발합니다. 반면 에너지·인프라·공공 영역에서는 안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관측·점검’과 같이 제한된 임무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 ‘어떤 로봇을 도입할 것인가’ 가 라는 하드웨어 관점이 아니라, ‘어떤 물리적 과제를 어떤 시스템 단위로 검증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피지컬 AI는 각 산업의 리스크 구조와 ROI를 고려해, 적용 범위와 설계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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