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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Data Literacy: 데이터를 넘어 경영의 지혜(Wisdom)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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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건강검진 결과지 받아 보고 계시죠?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공복혈당 같은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지만, 정작 그 숫자만 보면 “그래서 내 몸이 괜찮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라며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숫자 옆에 ‘정상’, ‘경계’, ‘주의’라는 해석이 붙고, 작년 수치와 나란히 놓여 추세가 보이고, 의사가 “이 부분은 식습관을 바꿔보시죠”라고 방향을 짚어줄 때 비로소 그 숫자는 ‘나를 위한 정보’가 됩니다.

ESG 데이터도 똑같습니다. 탄소 배출량, 용수 사용량, 산업재해율 같은 수치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 자체로는 건강검진 결과지의 수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를 읽고, 맥락을 입히고, 의미를 끌어내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능력입니다.

이번 ESG 에브릿띵에서는 ESG 데이터가 단순한 숫자에서 출발해 어떻게 의미 있는 ‘지혜(Wisdom)’에 이르는지, 그리고 그 여정에서 왜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오늘의 ESG 에브릿띵 정리

👉 ESG의 시대는 ‘선언’에서 ‘증명’으로 넘어왔습니다. 기업은 이제 지속가능성 수준을 숫자로 입증해야 하며, ESG 데이터는 재무제표만큼이나 중요한 경쟁력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 데이터(Data)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보(Information) → 지식(Knowledge) → 지혜(Wisdom)로 이어지는 DIKW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자산이 됩니다.

👉 데이터를 지혜로 바꾸는 출발점은 화려한 시스템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즉 데이터 관리 체계(거버넌스)입니다. 시스템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부터 갖춰야 합니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로 알려진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는 ESG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ESG 경영은 결국 ‘경영’입니다. 계획(Plan)을 세우고, 실행(Do)하고, 점검(Check)하고, 개선(Act)하는 PDCA 사이클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이 사이클에서 실행의 결과물이자 점검의 대상이 바로 ‘데이터’입니다.

거창한 선언과 멋진 슬로건으로 ESG를 이야기하던 ‘PR로서의 ESG’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정교해지고 의무화 흐름이 확산되면서, 기업은 자사의 지속가능성 수준과 개선 방향을 숫자로 증명해야 합니다. 과거 재무제표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ESG 데이터가 비재무적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합니다. 최근 IFRS ISSB가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와 재무제표 간 연결성을 설명하는 교육 자료와 사례를 제시한 것도, ESG 데이터가 재무적 성과와 분리된 별도 정보가 아니라 경영 성과를 설명하는 언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SG 실무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ESG 조직은 부서별 데이터를 취합해 보고서를 내던 수준을 넘어, 회사의 전략과 비전에 맞춰 데이터 기반 목표를 수립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성과관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영업 조직이 매출로 성과를 입증하듯, ESG 조직 역시 탄소배출 감축, 수자원 효율 개선, 에너지 사용 최적화, 안전 리스크 저감처럼 지속가능한 가치를 수치로 설명하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ESG 데이터 리터러시의 핵심, DIKW 피라미드

다시 건강검진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ESG 데이터가 의미 있는 정보가 되는 과정은 ‘DIKW 피라미드’라는 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아래 데이터(Data)는 의미 없이 나열된 사실과 관찰값입니다. “탄소배출 1,000톤”, “용수 사용 5만㎥” 같은 개별 수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 건강검진 결과지의 ‘혈압 140’처럼, 그 자체로는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위 정보(Information)는 데이터에 관계와 맥락이 부여된 단계입니다. 작년 대비, 동종 업계 대비, 목표 대비라는 맥락이 붙으면 ‘무엇(What)?’에 답할 수 있게 됩니다. 체중과 키를 조합해 BMI라는 지수로 표현하듯이, 여러 데이터를 결합해 지표(Indicator)를 만들기도 합니다. ESG 경영에서 원단위로 관리하는 지표들은 이 정보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식(Knowledge) 단계에서는 패턴과 원인을 읽어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Why)?’,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How)?’에 답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해 통찰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량은 늘었는데 폐기물 발생량 원단위가 줄었다면, 이것이 폐기물 관리 개선 활동의 성과인지, 제품 믹스 변화나 측정 기준 변경 같은 다른 요인 때문인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가장 위 지혜(Wisdom)는 미래를 향합니다.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이 최선인가?’를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단계입니다.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의 전략으로 전환되는 지점이죠. 예를 들어 다양한 ESG 전략과제를 이행 중이라면 각 과제의 투자 대비 효과(ROI), 리스크 감소 효과, 고객가치와의 정렬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실효성은 낮지만, 보여 주기 식 성격이 강한 과제에 과도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지는 않은지 판단하고, 회사가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와 연결된 과제에 선택과 집중하는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려면 ESG 데이터는 경영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즉 재무적 영향·리스크·성과의 언어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핵심은 이 피라미드를 ‘오르는’ 능력입니다. 같은 숫자를 보고도 누군가는 단순 보고용 자료로 흘려보내고, 누군가는 경영 의사결정의 근거로 활용합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ESG 데이터 리터러시, 즉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역량입니다. 향후 ESG 지표의 표준화와 비교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기업 간 벤치마크는 더 쉬워질 것입니다. 그때 데이터를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역량은 기업의 차별화 요인이 될 것입니다.

공시 시스템과 ESG 데이터 플랫폼은 다르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ESG 데이터 관리를 ‘보고서 작성’이나 ‘공시 자동화’ 수준으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공시 시스템과 데이터 플랫폼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공시 시스템이 데이터를 모아 외부에 제출하는 ‘창구’라면, 데이터 플랫폼은 한 번 수집된 데이터를 내부 의사결정, KPI 관리, 외부 공시에 다층적으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탄소·에너지·안전 데이터를 한 번 입력하면 그 데이터가 공시뿐 아니라 고객사 요구, 외부 평가 대응, 내부 경영 보고서까지 하나의 원천에서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입니다.

요컨대 지금까지의 ESG 데이터 관리가 ‘보고서 작성을 위한 데이터 수집’이었다면, 앞으로는 ‘경영을 위한 데이터 관리’로 전환해야 합니다. ESG 데이터를 의무이행의 도구가 아니라 경영 효율화의 도구로 바꿀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ESG 데이터 거버넌스: 시스템보다 ‘일하는 방식’이 먼저다

그렇다면 ESG 데이터를 경영의 지혜로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출발점은 사실 IT 시스템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원칙’입니다.

집을 지을 때 멋진 인테리어보다 기초 공사가 먼저인 것과 같습니다. 공시 자동화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업무의 구조화와 내부 검증 체계 구축입니다. ESG 데이터 관리 체계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검토하고, 승인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일하는 방식, 절차, 원칙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한 핵심 요소로는 지표 표준화 및 기준 정보 관리, 목표·실적·재무 영향 연계, 내부 통제, 디지털화 로드맵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ESG 데이터 관리 또는 공시 자동화에 AI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다만 AX 또는 DX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잘못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동화에 앞서 프로세스와 규칙, 즉 일하는 방식을 먼저 바로잡아야 합니다. AI를 활용한 ESG 데이터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확립돼야 할 것은 데이터 속성과 검증 체계입니다. 정수·실수·허용범위 같은 데이터와 지표의 속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규칙 기반 내부 검증 구조를 갖추는 것이 데이터 신뢰성 확보의 핵심 전제조건입니다. AI는 이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Reactive 조직에서 Proactive 조직으로, ESG 조직의 미래

ESG 데이터를 경영의 지혜로 다룰 수 있게 되면 ESG 조직의 위상 자체가 달라질 것입니다. 보고서 제작, 외부 요청 대응, 위원회 운영 같은 ‘대응 중심(Reactive)’의 업무에서 벗어나,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변화를 이끄는(Proactive)’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꿈꾸는 미래의 ESG 조직상입니다. 데이터 취합과 공시에 매몰된 운영 조직이 아니라, 사업 가치를 창출하는 주류(Mainstream) 조직으로 나아가는 길이죠. 그 전환의 한가운데에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 즉 ESG 데이터 리터러시가 있습니다. ESG 경영의 기획·전략 조직으로서 현업과 함께 ESG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고, 이를 경영진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역할을 준비해야 합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개선도 가능하다

처음의 건강검진 이야기로 돌아가 마무리하겠습니다. 좋은 의사는 환자에게 수치만 던지지 않습니다. 작년과 비교해 추세를 읽고, 생활 습관과 연결해 원인을 짚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같은 결과지를 받아도 의사와의 상담 결과에 따라 그것을 건강한 삶으로 연결하는 사람과 서랍 속에 묻어두는 사람의 1년 뒤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ESG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를 그저 모아 보고서에 옮겨 적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정보와 지식을 거쳐 미래를 위한 경영의 지혜로 끌어올릴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기업의 ESG 경영 경쟁력이 결정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AI 등 IT 플랫폼과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먼저 우리 회사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현재 우리의 현황과 수준(As-Is)’부터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과거 이러한 현황 진단 프로그램을 ‘ESG Clinic’이라고 명명한 LG그룹 내 계열사가 있었습니다. 참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의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다양한 정량·정성 지표로 진단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치료 방법을 제시하듯,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의 명칭이었습니다. 많은 기업에 ESG Clinic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하는 ESG 보고서 작성이나 ESG 평가 대응 같은 범용 처방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기업별 데이터 수준과 경영 과제에 맞춘 진단과 맞춤형 처방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우리 수준을 명확히 진단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ESG 데이터를 어느 단계까지 다루고 계신가요? 단순히 측정/산정/기록/공시하는 단계인가요, 아니면 그 데이터로 회사의 지속가능성, 즉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단계인가요?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마무리되는 6월 뉴스레터를 마칩니다. 올 상반기도 수고 많으셨고, 하반기에도 파이팅입니다!

핵심 용어 한눈에 보기

  • ESG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ESG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을 넘어, 읽고 해석하며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 ESG 지표 표준화와 비교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기업 간 벤치마크가 쉬워지고, 이 역량은 핵심 차별화 요인이 됩니다.
  • DIKW 피라미드: 데이터(Data) → 정보(Information) → 지식(Knowledge) → 지혜(Wisdom)로 이어지는 가치 상승 단계. 의미 없는 사실의 나열에서 출발해 맥락·패턴·통찰을 거쳐 미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자산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한 번 수집·정제한 ESG 데이터를 공시, 평가 대응, 내부 의사결정 등 여러 목적에 동일한 원천에서 활용하는 데이터 플랫폼의 핵심 구조입니다.
  • ESG 데이터 관리체계(거버넌스): 데이터의 수집–검토–승인–적재–결산에 이르는 전 과정의 원칙과 R&R(역할·권한)을 정의한 관리 체계. 시스템 도입에 앞서 갖춰야 할 ‘기본기’에 해당합니다.
  • 내부 통제(Internal Control):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를 입력·승인했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하여 회계감사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절차. ESG 데이터의 ‘감사에 견딜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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