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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비대면? 가상융합(XR)이 온다!

2021.01.05

작년 12월 정부는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 실현을 목표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은 오는 2025년까지 가상융합 경제효과 30조 원 달성, 글로벌 5대 가상융합 선도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상융합경제’는 가상융합(XR; eXtended Reality) 기술이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 적용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가상융합경제 육성을 위해 6대 산업을 중심으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자동차•화학 등 제조업의 가상 공장 구축, 메디컬 트윈 구현 및 XR 기반 진단 예측 훈련과 수술 지원, XR 기반 가상도시 설계 및 노후 시설물 관리, 초•중•고•대 XR 강의 및 실험실 구축, XR 기반 온•오프 미래형 스마트 유통•물류 시스템 구축, 국방 분야의 초실감 가상 훈련 체제 혁신 등을 추진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 및 보급하려는 가상융합 기술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가상융합 기술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현실 세계와 가상의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바로 가상융합 기술, 즉 XR입니다. XR은 현실과 가상의 공존을 촉진하고, 현실의 물리적인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가상과 현실이 결합한 초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XR은 바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핵심적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 프로세서(GPU) 및 인공지능 전문 기업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역시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가상융합 기술이 어느 날 불쑥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중심으로 보급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가상융합 기술과 XR에 기반을 둔 경제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을까요?

한마디로 VR•AR 등으로 대표되는 XR 기술이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영역에서 벗어나 경제 전반으로 확대 보급되면서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뿌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컨설팅 전문 기업인 PwC는 XR의 글로벌 경제적 파급효과가 오는 2025년 4,76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IDC 역시 전 세계 AR•VR 지출 규모가 연평균 54%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지난해 120억 달러에서 오는 2024년 728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IDC는 2020년이 AR•VR 업계에 ‘중요한 전환점(Major turning point)’이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업계를 불문하고 직원들을 교육하거나 물리적인 작업 공간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AR•VR을 채택하는 기업들이나 기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코로나 대유행으로 많은 제조 업체가 직원들의 안전을 도모하면서, 환경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융통성 있게 조율해야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에 의존하는 제조 기업들은 소비자의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라인을 발 빠르게 재조정하고 직원들에게 새로운 제품 생산 매뉴얼을 교육해야 하는 등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온라인으로 생산 공장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비대면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비대면 환경에서도 대면 수준의 경험과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 XR의 유용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코로나 유행 이후 줌(Zoom), MS 팀즈(Teams), 시스코 웹엑스(Webex) 등 원격 화상 회의 솔루션과 함께 XR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IDC 톰 메이넬리(Tom Mainelli) 부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에 의해 촉발된 AR•VR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 유행 이후 원격 화상 솔루션이 기업에 확산되고 있다. (출처: 시스코)

PwC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3분의 1 이상이 이미 AR•VR 기술을 도입하거나 2~3년대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모바일 기반 XR 솔루션 프로바이더인 그리드 래스터(Grid Raster)가 지난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56%의 기업들이 모바일 AR•VR 기술을 실제 업무에 도입했습니다. 35%의 기업들은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드 래스터 측은 코로나19 유행이 AR•VR의 채택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가상의 설계를 워크플로우에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XR 기술을 주로 어떠한 용도로 사용할까요? IDC는 오는 2024년 상용(기업) 부문에서 AR•VR 분야 투자가 예상되는 분야로 교육 훈련(41억 달러), 산업 유지 보수(41억 달러), 소매 유통 쇼케이스(27억 달러) 등을 꼽았습니다.

월마트 직원이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교육을 받고 있다. (출처: 월마트)

산업계가 특히 관심을 두는 분야는 직원 교육입니다. 그리드 래스터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26%가 직원들의 교육 훈련에 AR•VR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월마트, 버라이즌,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 등 기업들이 직원 교육에 AR•VR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월마트는 VR 기반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전 점포에 도입하기 위해 오큘러스 고(Oculus Go) VR 헤드셋을 제공키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월마트 직원들은 VR 교육을 통해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규정의 준수, 고객 서비스 스킬 등에 대해 학습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장비 렌털 기업인 ‘유나이티드 렌털스(United Rentals)도 VR 도입 후 직원들의 교육 훈련 시간을 40%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교육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것이죠.

작업자가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증강현실(AR)의 도움을 얻어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업스킬)

AR•VR 솔루션은 전문가들의 원격 유지 보수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스마트 고글을 착용한 현장 작업자가 장비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특정 장비의 상태를 원격지에 있는 전문 엔지니어에게 전송하면 원격 엔지니어가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조치 방법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전력망을 관리하는 GE의 필드 서비스 매니저는 변전소에 이상이 생기면 스마트 헬멧을 착용하고 바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헬멧에는 착용자의 눈 바로 위에 스크린과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원격지에 있는 전문가와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원격지에 떨어져 있는 전문가는 스크린을 통해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현장 작업자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풍력발전용 터빈을 조립하는 GE 작업자는 스마트 글라스에 나타난 작업 매뉴얼을 보고 현장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민첩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석유 업체 쉐브론(Chevron)은 MS의 혼합현실 지원 도구인 홀로렌즈를 이용해 대면 접촉을 없애고 매뉴얼, 도면 등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효율적인 비대면 협업 기반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홀로렌즈는 혼합현실을 3D 홀로그램으로 구현하고 이를 사용자의 손동작이나 음성으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재택근무 중인 전문가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홀로렌즈를 착용 중인 현장 직원과 상황을 공유하면서 현장 직원에게 단계별 안내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축적되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장비의 안내된 워크플로우에 따라 장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조치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고령화 사회의 진입과 숙련공의 퇴직으로 많은 제조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AR•VR 기술을 활용하면 장인들이 가진 기술과 지식의 자연스러운 다음 세대 전승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AR•VR 기술은 제품 개발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개발과정에 VR을 활용하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버추얼 개발’은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을 통해 자동차 개발 기간을 20% 줄이고 개발 비용도 15%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실제 자동차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해 평가하는 AR 기술도 도입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BMW가 생산 공정에 AR•VR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했다. (출처: BMW)

BMW도 지난해 AR•VR 애플리케이션을 적극 도입해 빠르고 유동적인 자동차 생산 공정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사진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에 가까운 VR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를 보완하는 AR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해 작업 훈련과 숙련도를 높이고, 조립 라인에서 워크스테이션 계획 또는 수많은 품질 관리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미국 인프라 설계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인 벤트리 시스템즈(Bentley Systems)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MS의 혼합현실 도구인 ‘홀로렌즈 2(HoloLens 2)’를 도입했습니다. 벤트리 시스템즈는 홀로렌즈 2를 활용해 건축설계와 같은 모양의 4D 모델을 시각화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싱크로 XR(SYNCHRO XR)’을 개발해 시공 진행 상황, 잠재적 현장 위험 및 안전 요구 사항에 관련된 통찰력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MS 클라우드 애저(Azure)에 진행 상황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할 수 있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MS의 혼합현실(MR) 도구 홀로렌즈 (출처: MS)

일본 드론 전문 기업인 ‘자율 제어 시스템 연구소(ACSL)’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드론 개발용 에뮬레이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에뮬레이터는 개발한 드론의 실제 검증 과정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에뮬레이터를 활용하면 VR 공간에서 실제와 동일한 건물과 날씨, 드론 모델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비행 컨트롤러의 제어 신호에 따라 드론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영상에 반영하는 형태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존스 홉킨스 대학은 AR 척추 수술 가이드를 개발, 2019년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DHL은 AR을 활용해 물품 정보 처리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물품 운송 효율을 25% 개선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AR•VR을 기업 제조 현장에 도입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이 분야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도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MS의 홀로렌즈뿐 아니라 구글의 구글 글라스 2, 업스킬의 스카이라이트(Skylight) 등이 대표적입니다.

컴퓨터 기업인 레노버는 게임 3D 엔진 기업인 유니티(Unity)와 협력해 게임에 적용되었던 3D AR•VR 기술을 산업 현장에 필요한 솔루션으로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노버는 이미 지난 2019년 제조업 등 산업체를 위한 AR•VR 솔루션인 ‘싱크리얼리티(ThinkReality)’를 내놓았습니다.

레노버가 산업체를 위한 AR•VR솔루션인 ‘싱크리얼리티(ThinkReality)’를 내놓았다. (출처: 레노버)

앞으로 AR•VR 기술은 고객 마케팅, 고객의 사용자 경험 제고 등 분야에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파괴적 혁신 분야에 관한 조사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얼티미터(Altimeter)는 AR•VR이 브랜드 창출과 고객 선호도 조사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AR•VR의 유용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벤트, 상품 런칭, 광고 캠페인 등에 AR 기술을 적용해 대중들을 대상으로 브랜드에 관한 소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AR•VR 기술을 통해 고객들의 요구 사항과 선호도를 테스트하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몰입형 기술은 잠재적인 고객들이 프로토타입 제품에 대해 상호 교감하도록 함으로써 고객들에 대한 보다 나은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고객들에게 상품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상품의 가치를 시연함으로써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상품을 스스로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VR 기술은 또한 전 세계적으로 떨어져 있는 팀이나 고객들을 가상의 공간에 모아 놓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처럼 AR•VR 기술이 산업 현장에 본격 보급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가볍고 착용하기 쉬운 헤드셋, 장기간 착용 시 발생하는 어지럼증의 해소, 배터리 지속 시간 증가, AR•VR의 공간적인 정밀도 제고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가상융합 기술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입니다.

글 l 장길수 IT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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