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현황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업무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고, 방대한 데이터 처리나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 그리고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도모하는 Digital Transformation 등 오늘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혁신에 더욱 매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융복합 산업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기업 가치사슬(Value Chain)이 재조합 되면서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Experience)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관건입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비대면•비접촉(Untact) 환경은 경영 환경의 모습을 많이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
LG CNS Entrue 컨설팅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객 경험을 활용해 어떻게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를 혁신할 것인지를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랍니다.
시대정신(Zeitgeist)을 이끄는 민족 또는 국가가 세계사를 주도했듯이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 이 시대의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보면 언제나 아젠다를 선점하고, 빠르고 혁신적인 기업 변신(Business Transformation)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는 시가 총액으로 나타났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해당 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시가 총액 상위 기업들에 대한 2020년 7월과 12년 전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많은 Insight가 생깁니다. 12년 전 상위 기업들은 석유를 캐서 팔던 기업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석유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캐서 정제하고, 그것을 제품 개발 및 판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위 ‘디지털 자이언트(Digital Giants)’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왜 이렇게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을까요? 당연히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그에 기반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보다는 데이터에 기반해 제대로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고객에게 전달해 성공적인 영업을 수행하기 위함입니다. Digital Sales는 영업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선진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관점에서 Digital Sales를 생각하고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자.
-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자.
- 마케팅에서 영업으로 이어지는 표준화된 영업 기회 관리 체계를 갖추자.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자!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닷컴은 아마존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2016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물류 유통 방식 즉, ‘신유통(新零售)’을 주장했고, 이듬해 2017년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센셩(盒马鲜生)’이 등장했습니다.
허마센셩은 신선식품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인데 지금까지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서비스의 근간에는 C2B 모델이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이커머스의 궁극적인 모델은 B2C가 아니라 C2B 즉, ‘Consumer-to-Business’로 재해석해, 공급자 중심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 커머스를 리모델링했습니다.
기업이 획일화된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모델이 B2C 모델이라면, C2B 모델은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판매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패션 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했던 자라(ZARA)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SPA) 기업들도 C2B라는 용어만 쓰지 않았을 뿐 이미 고객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즉, 고객의 니즈 청취부터 제품 출시까지 생산 리드 타임(Lead Time)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차원에서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기업에 제안하고, 기업은 막연한 추정보다는 의미 있는 수요가 확인되는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성장 플라이휠(Flywheel)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허마셴셩으로 돌아오면 고객들의 쇼핑에 있어서 불편한 점들을 상기했고, 다음과 같은 주요 질문에 대한 솔루션으로 AI와 데이터 분석, 로봇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해 이를 극복했습니다.
- 제공되는 식품들은 신선할까? 안전할까?
- 쇼핑 후 대기열에서 기다리지 않고 결제를 빨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 대접받고 싶은데 나만을 위한 서비스는 없을까?
- 쇼핑하면서 짐을 들고 다니기 싫은데 구매한 물건을 먼저 배송할 방법은 없을까?
허마센셩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신유통 모델을 기반으로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서비스 혁신을 진행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이동성을 고려해 모바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바코드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QR코드를 통해서 식품들의 신선도 확인이나 조리법 등을 제공했으며, 모바일 결제나 매장의 무인결제를 제공해 대기를 없앴고, 식품 선택 즉시 배송이 가능하게 해 쇼핑 시 짐을 덜어주었습니다.
또한, 매장에서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신선 식품들을 구매해서 즉시 먹을 수 있게 레스토랑 기능을 도입했고, 컨베이어 벨트에 로봇들이 돌아다니게 해 음식을 다 먹은 빈 접시들을 쉽게 치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고객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고, Pain point를 해결함으로써 허마센셩이 제공하는 고객 경험은 깊이 각인되며 고객 충성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자
고객 관점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성장 플라이휠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그 경험은 일회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일관되게 제공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국의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는 고루한 구시대적인 브랜드로 취급되면서 경영 적자에 시달리다가, 고객 경험과 디지털을 조화롭게 활용해 적자에서 회복하고 Digital Transformation의 베스트 프랙티스가 된 사례로 유명합니다.
버버리는 과거 ‘Luxury’를 추구하는 명품 산업의 특색상 폐쇄적이고, 인터넷과 관계없는 행보를 해왔는데 2006년에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가 CEO를 맡게 되면서 큰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우선, 새로운 고객이자 미래 소비층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했고, ‘Fully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추진해 생산, 조직, 프로세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에 기업 전반에서 일대 혁신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IT 조직을 통합하고 물류부터 매장 판매 데이터까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해, 고객이 온라인에서 클릭하며 관심을 가졌던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s)들을 고스란히 오프라인의 영업 매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애플(Apple)과 상당히 수준 높은 협업을 진행해 오프라인 매장의 점원들이 아이패드에 탑재된 고객 데이터 베이스(Customer One-to-one)을 가지고 온•오프라인 구매 목록, 사이즈, 색상, 매장 방문 기록, 추천 상품 등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을 프로파일링(Profiling)해 실시간 판매에 활용했으며, 아이패드를 활용한 온라인 결제를 제공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디지털과 모바일에 민감하다는 점을 활용해 패션쇼 전반에도 변화를 주었는데 당시 론칭되던 아이폰 5, 아이폰 5S를 가지고 패션쇼를 생중계하거나, 애플 뮤직에 버버리 채널을 오픈해 버버리 패션쇼에 사용될 음원들을 추천받고, 팔기도 했고, 당시 패션쇼에 등장한 옷들은 분기 이후나 적용되었는데 웹페이지를 통해 패션쇼 다음 날 팔 수 있게 되는 등 ‘고객과 소통하는 젊은 버버리’라는 이미지를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더욱 발전해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앱을 사용해 버버리 제품의 색상이나 사이즈 등을 비교 체험하면서 고객 경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에 신규 매장을 내기도 했는데 코벤트가든은 서울의 홍대 같은 곳으로 젊은 유동 인구가 매우 많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방문하는 매장의 화장품 특화 코너에 디지털 뷰티 박스를 두어 네일의 색상이나 모양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등 제품 구매 전 가상 경험을 제공받습니다.
고급 쇼핑거리인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플래그십 숍에서는 디지털 미러 등을 통해 버버리 제품들의 정보(원단, 디자이너, 트렌드 정보 등)를 제공하고, 온라인에서 살펴본 옷을 직접 입어보거나 원하는 디자인으로 가상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표준화된 영업 기회 관리가 중요함
B2B 사업에서도 Digital Sales의 영향은 매우 큰데, 우선 영업 관리 업무의 표준화,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B2B 사업에 종사하는 영업직(Sales Rep.)들은 B2B 사업에서 구매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업의 구매 조직이 제시하는 조건, 해당 고객 내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관심사 등이 모든 반영되고, 대부분의 경우 경쟁 입찰을 통해서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B2B 영업에서는 단계적이며 표준화된 영업 기회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A 사업이 언제쯤 발주될 것 같나요?’와 같은 질문에 대해 ‘잘 되고 있습니다.’ 또는 ‘고객 두세 번 더 만나면 될 것 같습니다.’와 같이 말하거나 ‘수주 확률이 어떻게 되나요?’와 같은 질문에 오늘은 50%, 1주일 뒤 고객 한 번 더 만나면 60%와 같은 근거 없는 승률은 B2B 영업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런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최근 B2B 영업에서는 영업 파이프라인 관리(Sales Pipeline management) 또는 수주 관리(Tier management)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업 입장에서 일차적인 사업 기회는 검증된 마케팅 리드(MQL: Marketing Qualified Leads)로부터 출발합니다. 마케팅 깔때기(Marketing Funnel)에 들어온 리드(Lead)가 마케팅 관점에서 의미 있게 필터링(Nurturing) 되면서 영업 기회로서 분명해지면, 영업 기회는 다양한 정보가 보완되면서 검증 받게 됩니다.
영업 기회의 검증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은 KBF(Key Buying Factor)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B2B 사업에서 구매 고객은 본인들의 요건을 가급적 구체화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문서로 만든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발송합니다.
모든 기업에 발송하는 것은 아니고 본인들의 KBF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게 되고, RFP를 받은 기업들은 제안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파이프라인 관리는 개념이기 때문에 각 기업은 회사의 사정에 맞게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체계화된 관리를 위해 정보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의 관리는 일반적으로 사업 규모(Volume), 사업 진행 속도(Speed), 사업 성과(Performance)의 3가지 관점에서 진행되는데 사업 규모는 사업금액이나 사업 건수를 의미하며 크거나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사업 진행 속도는 사업의 성숙도를 관리하는 것으로 더욱 구체화(Aging) 되거나, 예정 시점보다 지연되거나(Overdue),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것(Conversion) 등으로 구분되며 준비된 상황에 맞게 적정 속도를 가지고 진행될 수 있도록 영업 활동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사업 성과는 목표와 실적에 대한 관리를 의미하며 성공률과 실패율 관리와 더불어 입찰에서의 교훈을 분석(Lesson learned) 하거나 실주 시 실주 원인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활동(Postmortem) 등이 중요합니다.
파이프라인 관리 시스템처럼 전통적인 B2B 영업 업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들과 함께 디지털 카탈로그(Digital Catalogue)는 B2B, B2C 할 것 없이 Digital Sales를 직접적으로 지원해 주는 대표적인 도구입니다. 초기의 디지털 카탈로그는 구매 목록의 전산화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이미지와 가격표가 전부였는데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디지털 카탈로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전산 목록에서 발전해 패션이나 화장품과 같이 시각적인 부분이 중요한 제품들의 경우 디지털 카탈로그는 고화질의 사진이나 영상을 웹페이지에서 제공하다가, 소셜미디어의 파급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이 발달하면서 Virtual Showroom이나 모바일 기반의 AR 앱으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BMW의 Indivisual Visualizer라는 디지털 카탈로그는 차량의 다양한 옵션을 웹페이지에서 설정하면 QR코드를 통해 식별 번호를 받아 추후 계약까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AR 기반 앱을 통해 실제 차량을 받기 전에 내가 원하는 옵션의 다양한 특징을 파악할 수 있고, 증강현실에서 트렁크와 도어를 열어보는 등 가상의 차를 충분히 볼 수 있게 하고, 이를 원하는 디자인으로 주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은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지털 제품(Digital Product)처럼 다루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Digital Sales를 통해 고객 경험의 수준을 높이고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글 l LG CNS 엔트루컨설팅 CX전략그룹
[연재 기획]
[1편]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판이 바뀐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마케팅 하려면?
[2편] Y, Z 등 Digital First 세대를 사로잡으려면?
[3편] 영화관에서 춤을? Digital First 세대를 사로잡는 방법
[4편] 고객 경험의 시대, 무엇을 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