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산업에서 전혀 다른 분야의 이종 기업들이 합종연횡하며 기술과 산업 전반의 융복합 혁신 경쟁을 주도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자신의 기술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여러 기업의 기술 역량을 빌리고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술 및 산업간 융복합 혁신 트렌드 확산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동종 산업 내에서 가격, 제품력 등을 중심으로 경쟁해왔습니다. 하지만 기술 융복합, 사업 모델의 다양화 등과 같은 최근의 변화들로 인해 과거의 방식만으로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자동차 산업에서도 최근 3~5년간 전기차, 자율주행차 개발 붐과 함께 다양한 IT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비, 내구성 같은 자동차 하드웨어 품질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던 경쟁의 양상이 최근에는 신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기능 및 서비스 개발, 새로운 사업 모델과 고객 가치 발굴처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여러 기업 간의 합종연횡은 단지 IT, 전자 산업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교통 인프라나 인지 심리학, 사이버 보안처럼 자동차 하드웨어와 관련성이 낮은 분야의 기업들과도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차장 사용 서비스,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해, 차량 공유나 주차 서비스 같은 사업 모델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혹은 심리학을 적용하여 운전자나 탑승자의 감정 상태 분석에 기반을 둔 안전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융복합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최근의 융복합 추세는 과거와 두 가지 관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첫째, 융복합 대상 기술의 범위가 매우 확대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IT 기술을 중심으로 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의 인접 기술 중심으로 융복합이 진행되었다면, 최근에는 화학, 바이오, 심리학 등과 같은 기술들까지도 융복합과 시너지 창출의 대상이 됩니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 사용자 기반과 같이 비기술적 요소들이 융복합 제품, 서비스 구현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즉,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거나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떤 요소라도 끌어들여 융복합 제품, 서비스 형태로 구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종산업 간 연합, 합종연횡은 특정 산업을 넘어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산업의 경쟁 방식이 바뀌고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산업 내 주도권을 가진 기업들은 변신할 것인가?’ 혹은 ‘사라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입니다.
글 l 이승훈 책임연구원(shlee@lgeri.com) l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