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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ta

2017, IT와 금융의 융합 #8 은행창구에서 사람 대신한 ‘AI 로봇 행원’

2017.12.05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은행에 들어서면 직원이 문 앞에서 응대하던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됐습니다. 행원 대신 인공지능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은 이제 보편화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로봇들은 이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공항에 가면 통통하고 피부가 흰 귀여운 로봇을 만날 수 있는데요. LG전자가 만든 이 로봇은 청소뿐 아니라 고객에게 안내서비스도 척척 해냅니다.

얼마 전엔 이 로봇이 대형 쇼핑몰 ‘하남 스타필드’에도 진출했죠. 안내 로봇은 1층 안내데스크 주변을 자율 주행하며, 방문객들에게 주요 시설 및 매장 안내, 광고 상영 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l 인천국제공항에서 현재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인 LG전자 안내로봇

고객이 로봇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특정 매장을 찾으면, 로봇은 화면과 음성으로 해당 매장의 위치, 상세 경로, 소요시간 등을 안내해주는 방식입니다. 방문객이 로봇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촬영을 마치면 안내 로봇이 “너무 멋져요! 다음에 또 봐요”라며 친절한 인사도 건넵니다.

은행에서 일하는 로봇도 고객응대를 주 임무로 합니다. 로봇 행원은 고객에게 상품을 안내하고 자산운용 등 상담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지금은 초기단계지만 인공지능 학습이 거듭될수록 로봇 행원은 사람보다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본격 실용화되면 빠른 속도로 사람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옥스퍼드대학 연구자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미국 일자리의 47%가 로봇, 자동화 기술,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기도 했죠.

존 크리안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절반 이상을 로봇으로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도이체방크 직원은 총 9만 7000여 명입니다. 지금까지 이 은행에서 이미 직원 4,000명이 짐을 싸서 떠났습니다. 온라인 뱅킹을 보편화하면서 전통적 점포들의 필요성도 동시에 줄어들었습니다. 로봇 행원을 통한 인건비 효율화가 큰 이유일 겁니다. 로봇 행원과 사람이 일자리를 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우리은행서 근무중인 ‘페퍼’ 금융상품 소개에 사진찍기까지

국내 은행에서도 로봇 행원이 현재 일하고 있습니다.
로봇 ‘페퍼(Pepper)’는 현재 우리은행 행원으로 근무 중입니다. 우리은행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5년에 개발한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지난 10월 본점 영업부와 명동, 여의도 금융센터에 배치했습니다. 페퍼는 150cm가 안 되는 키에 남자 어린이 목소리를 구사합니다.

한 번 충전으로 8시간 일할 수 있고,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4시입니다. 대당 가격은 2,000만 원 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페퍼는 ‘상품 추천’, ‘이벤트 소개’, ‘페퍼에게 물어봐’ 등의 업무를 합니다. 예금•대출•보험•카드 네 개의 카테고리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죠.

l human-shaped robot ‘Pepper’
(출처: https://www.ald.softbankrobotics.com/en/robots/pepper)

오늘의 날씨, 시간 등을 소개하고 사진찍기 기능, 나이 추정 기능, 점심 추천 기능 등의 게임으로 은행 창구를 찾은 고객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향후 감정을 인지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수준까지 간다면,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3대 대형 은행, 로봇 도입으로 무인점포 본격화

일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3대 은행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직원 3만 2,500명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먼저 미즈호 은행은 차후 10년간 1만 9,000명을 감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룹 전체 직원 6만 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을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겁니다. 은행은 고객 자산운용 등을 상담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고, 로봇이 실용화하면 직원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미쓰비시도쿄UFJ 은행은 향후 7년 동안 9,500명 업무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은행 역시 로봇을 도입하고 무인점포를 만든다는 전략입니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은 4,000명 업무 삭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송금, 입금 시 서류를 사용하지 않고 터치펜과 전자서명으로 디지털화를 시작해 3년 안에 전 점포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일부 서류작성도 로봇으로 대체합니다. 장기적으로 연간 1,000억엔(약 9,900억 원) 경비 절감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인원 감축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수익환경 악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일본 은행의 마이너스금리 정책 영향으로 융자 등 기존 업무만으로는 은행이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로봇 행원 자연어처리, 감정인지가 관건

인공지능, 센서 기술 등의 발달로 활용 분야가 크게 넓어지면서, 로봇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7~2019년 전 세계 제조업용 로봇 공급량은 연평균 13% 성장하고, 같은 기간 중국은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업의 참여로 로봇 시장의 중심축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인데요.

2017년 국제가전전시회(CES)에 346개의 로봇이 전시됐는데, 이는 지난해 117개에 비해 196%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국 124개, 미국 72개, 한국 40개, 일본 29개 제품이 전시됐습니다. 많은 산업 서비스 영역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금융권 로봇 행원의 도입은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각국에서 주목하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금융산업에서 기계화, 디지털화될수록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오류와 실수를 잡아낼 확률이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점포와 직원 수 문제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업계에 산재한 고민거리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고객이 늘면서 비대면 거래가 점점 늘고 있고, 이 때문에 은행에 직접 가야 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 점포 운영시간이 4시에 끝나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로봇 행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맨이기도 합니다. 로봇 행원을 도입할 경우, 24시간 고객 응대가 가능하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편의성을 제고하는 측면도 큽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배우고 진화해 나가기 때문에 개인에게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강점입니다. 또한, 수많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로 정답을 도출해 줄 수도 있죠.

다만, 로봇 행원이 보편화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한 상품 서비스 안내 수준으로는 사람을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로봇 행원과 대화할 때 로봇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만큼 자연어처리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 단계까진 가지 못한 듯합니다. 또, 사람의 감정을 인지할 수 있느냐가 로봇 행원 활성화의 관건입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진화한다 하더라도 고객이 인간인 이상, 인간이 개입할 여지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어디까지 분석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생각, 판단, 감정까지 느낄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은 은행 업무환경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은 자명합니다. 미래의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간과 로봇의 조화로운 일 하기 방식 전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글 l 김지혜 l 전자신문 금융 IT 전문기자 (저서: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 금융 지도)

[연재 글 보기]

  • 2017년, IT와 금융의 융합 – [1편] 챗봇으로 그리는 금융산업의 미래
  • 2017년, IT와 금융의 융합 – [2편]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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