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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ta

서비스 운영 경험으로 본 챗봇

2016.10.28

LG CNS의 톡 주문 서비스가 벌써 첫 돌을 맞이합니다. 2015년 11월 19일에 GS SHOP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는데요. 이후 GS SHOP의 카탈로그 책자 상품 주문에 이어, CJ오쇼핑에는 실시간 방송, 카탈로그 상품, T커머스 상품에 고객센터 기능까지 확장하여 대표적인 대화형 커머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LG U+에서 통신사 최초로 아이폰7 예약 판매 접수를 카카오톡의 챗봇 으로 받았습니다.

TV 홈쇼핑 상품을 주문할 때 ‘채팅으로 홈쇼핑 상품을 주문하고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없을까?’로 시작된 아이디어가 톡 주문을 기획하게 된 시작점이었습니다. 그땐 챗봇이라는 개념까지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그저 전화주문 보다 더 편하게 만들 수 없을까라는 생각만 했었죠.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챗봇 서비스를 만들고 또 서비스를 확산하기 위해 수많은 업종의 기업 고객을 만나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챗봇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의 챗봇 선언 이후 유통과 금융을 포함한 많은 업종에서 챗봇이 큰 화두입니다. 연일 챗봇에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LG CNS 블로그에 챗봇에 대한 소개 글을 쓴 이후 커머스 업계와 금융 업계에서 챗봇에 관해 실제로 많은 문의를 해옵니다.

챗봇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1년 동안 운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이번 글에서는 챗봇이 비즈니스 채널로서 자리 잡기 위해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사항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직관에 의해 정리된 글이니 만큼 주관적이라 할 수 있지만, 챗봇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실무자들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사용자 인지 측면의 제약: 사용자들은 챗봇을 알까?

결론적으로 챗봇이 커머스 업계에서는 화두이지만 일반 고객들에게는 생소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톡 주문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현장을 가보면 채팅으로 주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놀랍니다. 심지어 카카오톡에 익숙한 20대 신입사원들도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업계의 담당자들도 언론이나 입소문에 의해 챗봇이 많이 알게 되어 챗봇의 개념을 설명할 필요는 없게 되었지만,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채팅으로 주문을 할 수 있는 톡 주문을 소개하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플러스친구나 옐로아이디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설사 무의식중에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광고성 메시지에 탑재된 쿠폰이나 정보성 소식을 듣기 위해 추가해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 챗봇이란 개념과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 고객들이 챗봇을 모르는 데에는 분명 킬러 서비스가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때 MSN 메신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심심이’ 서비스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재미있거나’ ‘유용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가 나와야 일반 고객들도 서버와의 채팅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개별 기업이 챗봇 서비스를 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카카오톡으로 배송상태나 주문 내역을 알려주는 알림톡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알림톡을 수신 받는 옐로아이디에 챗봇을 적용해보려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알림톡은 거부감이 없는 정보성 메시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옐로아이디를 친구 추가하거나, 메시지가 수신될 때 대화창을 열어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챗봇에 노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킬러 서비스가 나오게 된다면 알림톡을 통해 인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User Interface 측면의 고민: 과연 대화형 입력이 적합한 것일까?

톡 주문과 같이 채팅 방식으로 주문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대화형 커머스라고 합니다. 챗봇은 대화형 커머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죠. 챗봇과 대화형 커머스는 서버와의 채팅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자도 텍스트로 말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이에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처리해줘야겠죠.

그런데 실제 서비스를 구현해보면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래에는 챗봇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입력하는 방식을 구분한 것입니다.

① 자연스러운 문장 방식

사용자가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문장을 직접 입력하는 것이죠. 서버는 사용자가 입력한 자연어 문장을 인식해서 그에 적절한 답을 보내줘야 합니다. 가장 챗봇에 가까운 사용자 입력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② 항목 입력 방식

현재 톡 주문 서비스에 구현되어 있는 방식으로 서버가 알려준 보기 항목 중에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 옵션 중에 “1. 화이트”라는 항목 예시가 있으면 1을 입력하는 것이죠. 객관식 4지 선다형에 익숙해 있고, ARS처럼 숫자 버튼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적합한 모델입니다.

③ 항목 선택 방식

사용자가 직접 키보드에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항목을 메뉴 형태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카카오톡의 키보드 메뉴처럼 상하로 크게 표시해 터치하는 방식도 가능하며, 페이스북이나 라인처럼 메시지 내에 포함된 특정 기능 버튼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죠.

모바일앱이나 웹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텍스트를 전혀 입력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게 무슨 대화형 서비스냐?’라는 누명(?)을 쓸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챗봇 서비스를 기획하신다면 어떤 방식을 차용하는 게 좋을까요? User Interface라는 것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어느 것이 낫다고 단정 짓긴 힘들지만 서비스를 실제 운영해본 결과 이상적이라 생각했던 텍스트 채팅 방식은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채팅을 시작하는 순간 사용자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인다는 것이죠. 그건 친구나 동료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신저를 말 걸 때 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말을 걸 때는 ‘뭐 해?’라든지 ‘OO야’처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말을 걸고 본론을 얘기하지만 챗봇에 말을 걸 때는 처음에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잘 몰라 제 각각으로 말을 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본론으로 진입하는데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말을 못 알아듣기라도 한다면 사용자들은 몇 번 말을 걸어보고 빠져나가게 됩니다.

항목 입력 방식은 그나마 객관식 시험과 같이 ‘4지 선다형’ 선택처럼 숫자나 키워드를 입력하면 되지만, 일부 사용자는 엉뚱한 문장을 입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 롤리 키보드’라는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 숫자 1만 입력하면 되는데 사용자들은 ‘1.롤리 키보드’를 모두 입력하거나 ‘롤리 키보드’를 입력한다는 것이죠. 심지어 숫자 1이 아닌 한글 ‘l’를 입력하는 사용자도 있었습니다. 초기 기획과 달리 사용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고, 안내 메시지나 가이드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사용자가 나름의 개성과 생각으로 입력하는 텍스트보다 3번과 같이 항목을 터치하여 선택하는 방식이 가장 직관적이라 할 수 있죠.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에 제약을 둠으로써 사용자 입력 오류를 최소화하여 빠른 주문을 하게 하거나 배송 변경을 하게 하여 서비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를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챗봇 서비스에서 대화가 되어야 하는데 애플리케이션 UI처럼 터치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문장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는 언어 분석 기술이 발달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개별 기업이 이런 솔루션과 기술을 확보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긴 합니다.

고객 가치 측면의 의문: 지능형 챗봇은 만능 해결사인가?

여러분은 챗봇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봇’이라는 개념은 원래 규칙(Rule)에 기반을 둔 자동응답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챗봇은 자동응답에 지능형을 갖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챗봇에 대한 범위를 지능형까지 넓힌다 하더라도, 응답 규칙(Rule)이 복잡하고 정교할 뿐 자동응답 기술이 그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과 커머스 분야의 핫이슈가 되는 이 챗봇이 지능형에 대한 기대감으로 뭔가 과대 포장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알파고의 인기와 더불어 당장 지능형 챗봇이 비즈니스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라는 것이죠.

아직은 제가 딥러닝이나 지능형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챗봇을 실제 비즈니스 채널에 접목해본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기업 분야에 적용하는 챗봇의 영역은 바둑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기업 내부에서 수립되는 정책, 프로세스, 그리고 데이터를 보유한 기간계 시스템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죠. 기업 내 정책은 회사의 전략 방향이나 지향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정책이 시스템으로 구현되고 그 시스템에는 정보가 쌓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커머스 분야에서도 반드시 본인인증을 거쳐야 회원 가입이 되는 쇼핑몰이 있는 반면 본인인증 없이도 간편하게 가입하여 한 고객이 여러 ID를 가진 경우도 존재하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또 어떤 커머스 사업자는 페이스북이나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간편 로그인을 활용해서 회원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회원 정책이 회원가입이나 회원 인증 프로세스에 반영된다는 것이죠. 아무리 지능형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정책을 반영한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기업의 특성에 맞게 상당히 많은 커스터마이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톡 주문처럼 규칙(Rule)에 기반을 둔 챗봇 서비스조차 커머스 사업자 정책에 따라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며 이것은 별도 개발이 필요합니다.

지능형의 개념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지능형이면 스스로 학습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마치 알파고가 반복적인 바둑 게임을 통해 바둑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이기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처럼요. 거기에는 사람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둑의 게임에는 승리의 규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 규칙은 결국 사람이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규칙은 모든 이들이 약속한 게임의 승리 규칙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규칙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단계별로 판단을 하든 최종적인 판단을 하든 사람이 개입될 수밖에 없죠. 특히나 정책 등이 변화될 경우 이것을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도 사람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능형 챗봇이란 단어를 들을 때 과연 지능형의 기준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백설공주 동화 속 거울에 빗대어 고민해 보곤 하는데요.

백설공주 동화에는 여왕에게 진실을 말하는 거울이 있습니다. 여왕은 늘 거울을 보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곤 하죠. 거울은 진실을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공주’라고.. 그리고 공주는 거울의 진실된 대답으로 인해 독이든 사과를 먹게 됩니다.

거울은 과연 지능형인 걸까요? 만약 거울이 여왕의 시기와 질투가 공주의 생명까지 위협한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면 거울의 대답은 어떠했을까요? 거울은 진실을 말했으나 지능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분명 기계가 학습하여 대답하는 것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 대답하는 것은 지식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다르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능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며, 그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능형이 너무 공급자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도 경계해야 할 사항입니다. 지능형을 도입해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라는 부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지능형을 도입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되냐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능형 서비스에 대한 기대 중에 고객 관점의 가치는 아직 불명확한 것 같습니다.

챗봇 서비스를 만든 기획자로서 챗봇이 트렌드가 될지 한때 유행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익숙한 채팅에 기반을 둔 챗봇은 장점도 많지만 그만큼 제약도 많기 때문이죠. 챗봇이 모든 채널을 대체할 만큼 강력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래도 기존의 채널들을 보충해줄 수 있는 매력은 있다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그 매력은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가 API Economy를 제대로 만드느냐에 따라 결정이 날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라인, 그리고 위챗 같은 사업자는 그런 면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빨리 이들처럼 챗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챗봇이 진정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을 테니까요.

글 ㅣ LG CNS 서비스사업담당

[‘부상하는 비즈니스 마케팅 채널! 챗봇(Chatbot)’ 연재 현황]

  • [1편] 모바일 메신저 ‘챗봇(Chatbot)’이란 무엇일까?
  • [2편] 챗봇을 활용한 서비스 사례
  • [3편] 챗봇으로 만든 대화형 커머스 ‘톡 주문’
  • [4편] 서비스 운영 경험으로 본 챗봇
  • [5편] 문답으로 알아보는 챗봇
  • [6편] 챗봇. 어떤 로직을 구현할 것인가?
  • [7편] 지능형 챗봇, 기업 현장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 [8편] 4차 산업혁명에서 지능형 챗봇의 역할
  • [9편] 왜 지능형 챗봇인가? 왜 지금인가?
  • [10편] 운영자 관점에서 바라본 챗봇의 현재 모습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