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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예술과 IT – 로봇(Robot)

2016.11.22

안녕하세요. 미디어 아티스트 송준봉입니다.

l 로봇 연극 ‘Butlers’ by teamVOID (출처: http://teamvoid.net/index.php/project/butlers)

지난 시간에는 움직이는 예술 작업인 ‘키네틱 아트(Kinetic Art)’와 다양한 작업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로봇(Robot)을 활용한 미디어 작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로봇 역시 움직이는 키네틱 작업이기 때문에 지난 시간의 연장선상에 있는 주제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렇게 움직임이 중요한 작업들은 동영상 링크를 참고하시면 더 재밌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로봇(Robot)을 사용한 예술 작업?

일반적으로 로봇을 사용한 예술 작업이라고 하면 그 다양성과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범위를 한정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해 드리는 ‘로봇’을 활용한 작업들은 모두 산업용 로봇을 사용한 작업들로만 구성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산업용 로봇이라 함은 팔의 형태를 지니는 로봇팔(Robot Arm)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l 산업용 로봇팔(Robot Arm)
(좌) 공장 노동자들 (출처: http://www.hepcoautomation.co.uk)
(우) Kuka Robot Arm (출처: https://www.kuka.com)

그런데 이런 산업용 로봇팔로 어떻게 미디어 작업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우선 아무거나 보는 것이죠! 아래 광고는 최근에 SNS를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던 로봇과 인간의 대결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영상은 세계 1위의 탁구 선수 티모 볼(Timo Boll) 선수와 로봇팔의 탁구 대결이고, 두 번째는 최근에 나온 후속편입니다.

l Timo Boll vs. Robot Arm
(좌) The Duel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tIIJME8-au8)
(우) The Revenge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v6op2HHIuM)

개인적으로 이 영상을 보고 두 번의 충격을 받았는데요. 첫 번째 충격은 ‘로봇이 저 정도까지 할 수 있단말야?’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도 이 영상을 감상하시고, 저처럼 생각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우연히 업체 담당자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로봇은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하더군요. 탁구의 경우 티모 볼 선수가 로봇팔의 움직임에 맞춰 친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충격은 ‘로봇팔이 저렇게 우아하고 아릅답게 표현될 수도 있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산업용 로봇은 관련 엔지니어가 아닌 이상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저의 경우 LG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공장에서 로봇팔을 자주 봐서 익숙하긴 합니다만, 아이러니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들(자동차, TV, 반도체 등)이 이러한 산업용 로봇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생산자를 본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것입니다. 가장 예술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소재가, 예술에 아주 적절히 사용될 때 오히려 그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미디어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로봇을 사용한 설치 작업(Robot Installation)

이번에 소개시켜 드릴 작업은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된 두 개의 작업입니다. 크리스챤 묄러(Christian Moeller)의 ‘Daisy’와 골란 레빈(Golan Levin)의 ‘Double Taker(Snout)’가 바로 그것인데요. 모두 2008년에 공개되었습니다. 작업이 발표된 시기도 비슷하지만, 우연하게도 두 작업 모두 인터랙티브 작업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passers-by)을 응시하는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Snout’은 돼지코, 주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겉보기에는 원통형의 외눈박이 괴물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ABB사의 산업용 로봇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굉장히 단순한 인터랙션의 작업이지만 거의 2m에 육박하는 물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습니다.

얼마전 열린 골란 레빈의 강연에서 이 작업을 만든 계기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어릴적 ‘무멘산츠(Mummenschanz)’라는 마임 공연에서 보았던 원통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작은 경험도 놓치지 않고 작업에 녹여내는 것, 그리고 로봇으로 그것을 구현한 것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골란 레빈은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인데요. 현재 국내에서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 와 휴머니티’라는 전시도 진행 중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l (좌) ‘Double Taker(Snout)’ by Golan Levin (출처: http://flong.com/projects/snout/)
(우) 공연 ‘Mummenschanz’ (출처: https://www.mummenschanz.com/)

크리스챤 묄러의 ‘Daisy’는 아주 커다란 로봇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프로펠러를 변형해서 제작한 꽃이 지나가는 행인에 반응하여 랜덤하게 움직이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설치되어 있는데, 크기가 상당히 큰데다가 아주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일단 크기에 압도당했다가 뭔지모르게 귀여운 모습에 다시 한 번 반하게 되는 작업입니다. 창이국제공항에는 지난 시간에 소개해드린 ART+COM의 ‘Kinetic Rain’ 작업도 설치되어 있는데, 미디어 작업이 많이 설치된 공항인 것 같습니다.

l (좌) Daisy by Christian moeller (출처: http://christianmoeller.com/Daisy-1)
(우) BLACK FLAGS (출처: http://www.williamforsythe.de/)

세 번째 작업은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의 ‘Black Flags’라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Installation이라기보다는 Performance에 가까울 수도 있는데요. 작가의 설명을 들으면 오히려 Installation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이미지나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작업 역시 아주 단순합니다. 로봇이 아주 커다란 깃발을 계속해서 펄럭이고 있는게 전부이지요.

작가는 이 작업을 하기 전에 축구 경기장에서 아주 커다란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고, 그 모습을 조각처럼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각이나 단순한 설치물로는 그 움직임을 표현할 수 없었지요. 그렇다고 사람이 깃발을 흔들어 보여준다면 그저 순간적인 퍼포먼스에 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로봇이라면 어떨까요? 로봇은 사람처럼 지치지도 않고 거의 완벽하게 동일한 움직임을 반복할 수 있으며 심지어 모션의 복제까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깃발을 흔드는 모션(퍼포먼스)의 설치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죠.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로봇이 깃발을 흔드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새로운 미디어(=로봇)을 통해서 퍼포먼스를 조각이나 회화처럼 언제나 감상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 온 것이라 생각하면 가히 혁명적인 작업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로봇을 사용한 퍼포먼스 작업(Robot Performance)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작업은 로봇을 활용한 퍼포먼스 작업입니다. 첫 번째 작업은 Bot & Dolly의 ‘Box’라는 작업인데요. 2013년에 소개된 작업인데, 이전에 소개해드린 다양한 미디어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우선 두 대의 로봇이 큰 판넬을 들고 움직이는데, 그 판넬에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새로운 공간이 창조되고, 마지막으로 퍼포먼서가 이 공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서 말 그대로 환상(illusion)을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심지어 촬영 또한 정확한 프레임과 위치 설정을 위해 로봇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저희 팀도 이 작업의 영상을 보고 ‘로봇 작업 꼭 해보자!’라고 다짐했을 만큼 감동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도 꼭 영상으로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l ‘Box’ by Bot & Dolly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X6JcybgDFo)

다음으로 보여드릴 작업은 저희 teamVOID의 로봇 연극 작업들입니다. teamVOID도 2015년부터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여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의 대표적인 작업은 로봇 연극 작업인데요. ‘Malfunction’, ‘Butlers’, ‘Robot in the mirror’등의 작업들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첫 번째 작업이었던 ‘Malfunction’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로봇을 사용해서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운 좋게도 홍대의 선글라스 브랜드가 제공한 공간에서 로봇을 활용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수많은 아이데이션 끝에, 3D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비현실적인 로봇의 움직임을 현실 공간에서, 그것도 항상 동일한 움직임으로 끝없이 반복하여 상영(공연)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약 3분 정도의 단편 로봇극 ‘Malfunction’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Malfunction(오작동)에 의해 자아 인식을 하게된 로봇과 이를 막으려는 로봇간의 갈등과 화합을 다룬 로봇 공연이었는데, 저희 스스로도 너무나 즐겁게 작업했고 관객들도 아주 재미있게 봐주셔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작업입니다. 현재까지도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로봇 활용 작업 분야에서는 자부심도 느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서도 영상으로 감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l 로봇 연극 by teamVOID
(좌) Malfunction (출처: http://teamvoid.net/index.php/project/the-malfunction)
(우) Robot in the mirror (출처: http://teamvoid.net/index.php/project/robot-in-the-mirror-)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로봇 미디어 작업

많은 분들이 다양한 테크 기사와 뉴스를 통해 ‘이제는 로봇이 OO도 한다!’ 같은 류의 기사를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초상화를 그린다거나, 조각을 한다거나 하는 기사들이 그것이지요. 사실 로봇팔에 그 범위를 국한하더라도,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분야의 작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Robochop’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로봇은 정육면체 스티로폼을 열선을 사용하여 잘라내는 일종의 조각가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것만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놀라운 것은 조각할 형태를 웹사이트(https://www.robochop.com)에 누구나 접속해서 마음대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사용자 주문형 조각 프로그램인 셈이지요.

물론 아직은 매우 단순한 형태에 불과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집에서 내가 원하는 모양의 의자나 가구 등을 디자인하면 로봇이 제작하여 배송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분야가 큰 범주에서의 건축(architecture) 분야인데요. 3D 프린팅 구조물을 대형 로봇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분야 역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데, 2014년 중국에서 진행된 Robotic Extrusion 프로젝트에서는 거미가 거미줄을 사용하여 튼튼한 집을 짓는 것에 착안하여 거미줄의 조직 형태를 본따 구조물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 결과물들을 보면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튼튼한 구조물이 완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 분야 또한 Generative architecture(프로그램에 의해 설계되는 구조물)와 함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미디어 작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l (좌) Robochop (출처: https://www.robochop.com/)
(우) Robotic Extrusion (출처: https://www.behance.net/shiji0325)

사실 로봇의 영역은 꽤 오래 전부터 공학자들에게 정복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 바로 예술과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같은 분야는 그 연구 결과 자체가 예술로 보일만큼 멋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래 두 영상이 바로 그 증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이 영상은 이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티모 볼의 영상처럼 Fake가 아닙니다.

l (좌) 팬케이크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W_gxLKSsSIE)
(우) 탁구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SH3bADiB7uQ)

사실 제가 어렸을 때 로봇이라고 하면 거대 로봇, 그러니까 태권브이나 마징가 같은 형태의 것을 떠올렸고 모두가 우리의 친구였습니다. 물론 가끔씩 조금 삐뚤어진 박사님이나 외계 무리가 몰고 온 세계정복을 위한 로봇도 있었지만, 그래도 로봇은 긍정적인 아우라를 지닌 우리를 도와주는 친구였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 바뀐것 같습니다. ‘로봇이 대체할 직업 100선’과 같은 기사가 나오면 언제나 메인 토픽이 될 만큼, 두렵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 로봇이 사람들의 영역을 점점 더 차지하게 될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이 해야할 일은 여전히(아마도 무한히) 남아있을 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로봇 작업들을 보시면서 조금은 로봇을 예전의 친근한 대상으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글 | 송준봉 | 미디어 아트 그룹 teamVOID
teamVOID는 현재 송준봉, 배재혁으로 이루어진 미디어 아트 그룹으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로봇, 인터렉티브, 키네틱, 라이트 조형 등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그것을 작품으로서 구현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IT’ 연재 현황]

  • [1편] 예술과 IT – 컴퓨터가 그린 그림
  • [2편] 예술과 IT –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 [3편] 예술과 IT –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
  • [4편] 예술과 IT – 인터랙티브 아트의 기술과 구현
  • [5편] 예술과 IT – 인터랙티브 아트 : 카메라를 활용한 작업들
  • [6편] 예술과 IT – 키네틱 아트(Kinetic Art)
  • [7편] 예술과 IT – 로봇(Robot)
  • [8편] 예술과 IT – Lighting Art
  • [9편] 예술과 IT – 인공지능과 Media Art
  • [10편] 예술과 IT – Sound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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