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금융분야는 물론 모든 산업 접점에 AI가 새로운 대체 기술로 떠올랐습니다. 1세대 AI로 불리는 알파고는 바둑계를 평정하고 은퇴했습니다. 미국 한 퀴즈쇼에서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었던 지적 판단 영역까지 스며든 AI는 인간 대표에게 승리를 거머쥡니다. IBM왓슨 컴퓨터는 미국 주요 병원에서 암진단과 치료법을 조언하는 의사가 됐습니다. 폐암 진단에서 왓슨의 정확도는 90%, 의사가 50% 수준입니다.
자동차도 바퀴 달린 AI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닌 SW로 달리고, 테슬라는 전기차를 통해 엄청난 주행기록 데이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금융부문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식투자에 AI가 투입, 신의 손으로 등극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실제 2017년에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주식트레이더 600여 명을 2명으로 구조조정했는데요. AI가 주식 공모 과정을 146단계로 구분해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예술계도 AI가 접수했습니다. 사람이 아닌 AI가 수묵화를 그리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가수를 AI를 통해 환생시킵니다. 김광석 콘서트 무대가 대표적입니다.
위에 기술한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AI의 실용화입니다. 그간 AI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머나먼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 정도로 정의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AI가 그린 미래는 현실이고 ‘인공지능으로 바꿔가는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세계는 지능정보 사회로 진입
AI 시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지능정보 사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700년대가 농경사회였다면 증기기관이 발명된 1800년대부터 자동차가 나온 1900년대까지를 산업사회로 정의합니다. 전자, 통신, 컴퓨터가 등장한 2000년대를 정보사회, SW와 지능기술 기반 AI가 대중화되는 현재를 지능정보 사회로 볼 수 있습니다. 인류 문명 대변혁기가 또다시 도래한 셈입니다.
컴퓨터 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일각에서는 AI와 공장자동화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허구라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AI가 가져올 미래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야기된 혁신기술이 집적화하면서 또 다른 혁신기술을 낳고 융합한다는 점에서 3차 산업혁명과 차이를 보입니다.
AI,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AI를 엄밀히 말하면 컴퓨터 등 다기능 기계가 작동하는 프로그램에 사람의 지능을 옮겨 놓은 것을 뜻합니다. 따지고 보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SW가 더 정확한 말일 겁니다. 하드웨어와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모두 통합해 다수를 집합, 문제를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AI는 기술이 아닌 목표라고 말합니다. AI에 적용되는 수많은 기술이 있지만 이 기술들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적용되는 집합체라는 의미인데요. 그 원동력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이른바 빅데이터 파워이죠.
AI의 성공 원동력은 기술보다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인터넷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관리 능력이 밑바탕이 됩니다. 여기에 개방과 공유, 협업 공개 SW를 통해 방법론과 알고리즘을 진화시킵니다. 이 두 가지 축이 합쳐져 데이터 기반 AI 가 탄생합니다.
공개 SW와 공개 데이터의 힘은 막강합니다. 우선 AI를 통해 연구결과의 100% 재현이 가능해집니다. 또 빛의 속도로 전파할 수 있다. 기술의 민주화, 사회적 자산화를 가능케 합니다. 다수의 데이터로 오류를 검출하고 공동작업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융합할 수도 있습니다.
AI는 안전한가? 도덕적인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이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도요타의 급발진 사고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사기 사건은 모두 AI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 여부입니다. 많은 이들이 AI가 가까운 장래에 인간을 위협할 존재가 될 것인지 우려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AI는 단일 기능만을 수행했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세돌은 퀴즈를 풀 수 있지만 알파고는 퀴즈를 못 풀고, 왓슨은 바둑을 못 둔다’는 공식이 성립됩니다.
문제는 응용능력입니다. AI의 응용능력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탠포드 AI 100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5년간 AI 핵심 응용분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통, 홈·서비스 로봇, 의료·건강, 예술·공연, 노동·고용, 안전·보안, 공공복지, 교육 부문이 꼽힙니다.
당장 금융분야만 보더라도 AI는 이제 필수입니다. 해외도 이제 AI의 금융 융합이 대중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이상 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가 대표적입니다. 시계열 데이터에 기반한 이상 탐지 예측은 사람이 진행할 경우, 엄청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합니다. 이제 모든 금융사는 AI기반으로 FDS를 가동, 이상 금융거래를 탐지합니다. IP주소와 구매이력, 최근 거래이력, 브라우저 쿠키 정보 등 수천가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단 몇 초 만에 이뤄집니다.
페이팔은 AI를 통해 50억 건이 넘는 거래를 처리하고, 매일 20TB(테라바이트)이상의 로그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합니다. 마스터카드도 금액과 시간, 상점 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이용한 AI기술로 보다 지능화한 거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금융분야에서 AI의 진화는 눈부십니다. 몇 년 후 AI는 스스로 고객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 심사를 전담하고, 투자전략 알고리즘을 통해 신의 손으로 불리는 ‘지능형 로보어드바이저’로 재탄생할 것입니다. AI의 진화는 전 세계 기술 발전을 촉발하고 근로시간 감소라는 대전제를 던져줍니다. ‘먹고 살기 위한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닥친다는 얘기입니다.
AI의 빛과 그림자…안전망 확충 필수
AI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AI가 대중화되면 한국만 해도 노동자의 약 70%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노동시장 기회는 양극화되고 노동 형태도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독립 근무제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소득의 양극화입니다. AI 잉태는 고소득을 올리는 극소수 로열계층을 양산할 소지가 높습니다. 기술 챌린저를 통해 AI를 주도하는 상위 1%가 소득을 점유하고 국가간 격차는 한층 심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때문에 AI가 촉발할 지능정보 사회에 맞는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창조와 혁신이 일상이 되는 세상속에서 역동적이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우선 대 전제는 창조와 혁신, 지식과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AI기반으로 삶을 개선하는 실험이 일어나는 세상, 그 성공이 보상받을 수 있는 디지털 사회가 AI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인간과 기계가 공생할 수 있는 여건도 필요합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윤리적 행동을 프로그램으로 창출할 수 있을까요” “감시카메라가 생계형 범죄 장발장을 눈감아 주어야 할까요” “인공지능이 창작한 저작물의 권리는 누구의 것일까요” 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할 때입니다.
글 ㅣ 길재식 ㅣ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