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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ta

챗봇은 산업을 뒤흔들었을까?

2018.10.31

‘카카오톡 채팅으로 홈쇼핑 주문 서비스를 만들어볼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2015년 봄. 그 당시까지만 해도 기업이 메신저를 이용해서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게 생소했고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챗봇(Chatbot)이라는 용어도 쓰이지 않았죠. 3년이 흐른 지금 어떤가요? 이제 일반인들도 챗봇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만큼 일반명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챗봇이 범용적인 용어가 되는 데는 한때 산업계를 휩쓸었던 챗봇 열풍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챗봇(Chatbot)은 기대만큼 산업을 뒤흔든 기술이었을까?

챗봇이라는 용어를 전 세계에 확산시킨 동력은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입니다. 그는 2016년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 ‘F8 2016’에서 페이스북 미래의 키워드로 ‘메신저’, 그리고 ‘챗봇(Chatbot)’을 언급했죠. 동시에 메시징 API도 공개하였습니다.

이후 챗봇은 인공지능이나 4차 산업이라는 키워드와 결합되면서 업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필자 또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또한 그런 열풍 분위기 속에서 금융, 공공, 유통 기업과 AI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 챗봇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새로운 챗봇 서비스가 쏟아졌죠. 또한 전문 솔루션 업체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렇지만 ‘과도한 열풍은 언제나 시들기 마련이듯’ 챗봇도 이제 기술 효용성에 대한 냉정한 검증의 시기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미래의 키워드로 챗봇을 제시했던 페이스북에서도 산업을 뒤흔들 챗봇은 등장하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여전히 챗봇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서비스는 등장하지 못했죠. 여전히 챗봇은 기대를 품은 채 더 성숙해야 하고, 더 발전해야 하는 기술인 듯합니다.

필자는 챗봇이 기업 현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고, LG CNS 블로그뿐만 아니라 AI 콘퍼런스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우려된다는 내용으로 강연을 자주 했습니다. 사업을 하는 저로서야 그런 한계가 극복되면 좋겠지만 분명 현장에서 느끼는 기술적 한계나 UX 한계 때문에 쉽사리 긍정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한계를 내포한’ 챗봇을 활용해서 비즈니스를 해야 했고, 그 한계를 이겨내고자 여러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챗봇에 관해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 챗봇이 태생적인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 속에서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훌륭한 고객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며, 그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연재 글을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챗봇은 왜 한계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기업이 비즈니스 채널로서 챗봇을 활용하는 데 왜 한계가 있는 것일까요? 분명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친숙한 모델인데도 말이죠. 필자는 이것을 서비스 핵심 요소인 UX 측면, 기능 측면, 그리고 데이터 측면에서 정리해보았습니다.

1. UX 측면: 앱•웹은 공간, 봇은 시간

아래 그림은 앱•웹의 UI와 챗봇의 UI 사례입니다. 두 화면에서의 가장 큰 차이가 보이시나요?

l 공간 배치 중심의 앱 UI _ 네이버 지도(좌) / 시간 흐름의 대화 방식인 챗봇 UI _ LG U+ 고객센터(우)

결론적으로 바로 우리가 익숙한 모바일 앱 UI는 공간적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챗봇 UI는 사람의 대화 방식과 유사하게 시간적 개념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앱 UI는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은 기능과 정보가 배치되어 있고, 반면 챗봇 UI는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대화 전까지는 필요한 대화 정보만 노출되는 방식인 셈이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챗봇 UI에는 말풍선 외부 영역에는 비효율적인 공간이 많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AI 스피커와 같이 음성 기반의 서비스라면 공간 자체가 아예 사용되지도 않겠죠.

문제는 두 방식이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간과 시간은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적절히 활용할 대상이며 자원이지 인공지능 기술과 유사하다고 해서 챗봇 UI가 최고의 인터페이스가 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서비스는 공간의 효율성과 시간의 편리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 그간 대부분의 앱이 공간적 효율성만 강조했다면 이제 시간의 흐름을 활용한 기능 구현이 필요한 단계에 와 있는 것이죠. 만약 챗봇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기존 앱의 모든 UI•UX를 봇 형태 UI로 전환한다면 훨씬 불편한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2. 기능 측면: 레거시를 무시해선 안된다

챗봇이 자체 서버만을 갖추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인증, 주문, 예매,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해 레거 시스템(기간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과 비교해볼 때 챗봇 서비스는 비즈니스 채널의 역할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치 상담사나 ARS, 그리고 모바일 앱처럼 UI, 기능, 데이터를 제공하여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해주는 채널 역할인 셈이죠.

문제는 기존 기간계가 많은 채널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기간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나 타 채널에서 제공하는 기능적 제약은 챗봇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마케팅 부서에서 아무리 좋은 챗봇 모델을 기획한다고 해도 IT 부서가 관리하는 기간계 시스템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챗봇을 만드는 비용보다 기간계를 변경 개발하는 비용, 즉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Wag the dog) 주객전도의 상황이 되는 것이죠. 무리해서 기간계를 변경 개발할 순 있겠으나, 만약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3. 데이터 측면: 누구도 갖추지 못한 양질의 대화 DB

봇이 훌륭한 기능을 수행한다면 UI도 혁신적으로 바꾸고 필요한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순 있겠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합니다. 인공지능 챗봇 솔루션을 들여놨는데 말을 못 알아듣고 엉뚱한 답만 쏟아낸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TV에서 보던 알파고가 환상에 불과하구나’라고 실감하셨겠죠.

챗봇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화가 있어야 합니다.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언어지능 알고리즘이 고객 말의 의도를 알기 위한 학습용 대화 DB가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그 어떤 기업도, 그 어떤 솔루션•플랫폼 업체도 양질의 대화 DB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 DB는 회사마다 다르고, 업종마다 다르며,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니 결국 필요한 대화 DB를 직접 쌓아야 하죠. 그래서 챗봇 빌더 플랫폼에는 대화 의도인 인텐트(Intent)나 대화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인 개체(Entity 또는 Slot)를 직접 만드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l 챗봇 서비스의 구성, 언어 인식 알고리즘은 대화 예문에 해당하는 학습 문장을 통해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의도와 객체를 추출해낸다.

특히 문답식의 질문을 벗어나 맥락의 이해가 필요한 복잡한 대화 흐름을 설계하고 이를 위해 대화 DB를 만드는 일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AI 스피커에서 쓰이는 “OO야, OOO 음악 틀어줘”와 연관된 대화 DB만 27만 개에 달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이게 무슨 인공지능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상 서비스를 오픈해 보니 예상치 못한 질문들과 그에 따른 불만들로 인해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오명(?)을 썼다는 소식을 간간이 접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챗봇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능형 챗봇 ‘타로챗봇 라마마’

길게 썼지만 결국 결론은 오직 봇(bot) 만으로는 비즈니스 채널로 자리 잡기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버려야 할 기술도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공간의 효율이 필요하듯 자연스러운 대화라는 시간적 강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좋은 서비스는 한계의 극복과 장점의 적절한 활용에서 시작됩니다. 

그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띵스플로우 업체가 만든 타로챗봇 ‘라마마’입니다.

타로챗봇이라는 타이틀만 보셔도 어떤 챗봇인지 이해가 되죠? 타로점을 봐주는 챗봇입니다. 타로점이라는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고, 누가 들어도 어떤 챗봇인지 알 수 있습니다.

l 띵스 플로우 사가 만든 기능형 타로챗봇 ‘라마마’

필자는 이런 특화 기능 수행 챗봇을 가칭 『기능봇(Fuction Bot)』이라 지칭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능봇이 공간적 효율성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챗봇과 보이스봇의 방향이자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LG CNS도 유사한 기능봇으로 톡톡한 효과를 보았습니다. 이벤트 챗봇이죠.

수많은 기업이 상품과 브랜드 홍보를 위해 이벤트를 하는데 이때 이벤트나 상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때 그에 맞는 대답을 해주는 챗봇입니다. 이벤트라는 한정된 영역 내에서 이벤트 선정이나 경품에 대한 문의 해결,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능봇인 이벤트 챗봇은 한정된 영역 내에서 완벽한 기능을 수행해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후 글에 다시 상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쓴 글이라 지난 3년간 진행되어온 챗봇에 대한 과잉적인 기대, 그리고 이에 대한 실망을 되짚어보는 차원에서 시작 글을 열었습니다. 다음 글 “챗봇(Chatbot)을 넘어 음성봇(Voicebot)으로” 에서는 챗봇과 음성봇(음성AI)의 구조적 연관성과 서비스 사례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글 l LG CNS 미래신사업담당

[‘부상하는 비즈니스 마케팅 채널! 챗봇(Chatbot)’ 연재 현황]

[1편] 모바일 메신저 ‘챗봇(Chatbot)’이란 무엇일까?
[2편] 챗봇을 활용한 서비스 사례
[3편] 챗봇으로 만든 대화형 커머스 ‘톡 주문’
[4편] 서비스 운영 경험으로 본 챗봇
[5편] 문답으로 알아보는 챗봇
[6편] 챗봇. 어떤 로직을 구현할 것인가?
[7편] 지능형 챗봇, 기업 현장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8편] 4차 산업혁명에서 지능형 챗봇의 역할
[9편] 왜 지능형 챗봇인가? 왜 지금인가?
[10편] 운영자 관점에서 바라본 챗봇의 현재 모습
[11편] 기업을 위한 챗봇 빌더, DanBeeAi
[12편] 챗봇은 산업을 뒤흔들었을까?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