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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ta

2018년, 인공지능 퍼스트를 외친 피자 회사가 있다?

2018.03.28

‘2017년이 모바일 퍼스트였다면, 2018년은 인공지능(AI) 퍼스트이다.’

아마존, 구글,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기술 기업이 한 말이 아닙니다. 바로 글로벌 피자 체인 ‘도미노 피자’가 내세운 올해 핵심 전략입니다. 지난 7년 동안, 뉴욕 증시를 이끄는 선도적인 기술 기업을 뜻하는 FANG 기업 중 놀랍게도 넷플릭스를 제외한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보다 도미노 피자의 주가가 많이 성장했습니다. 7년 동안 아마존의 주가가 860% 증가할 때 도미노 피자의 주가는 1,300% 증가했죠. 구글보다는 4배나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습니다. 

Domino’s Anyware – 도미노 피자의 다양한 주문 방법 (출처: https://anyware.dominos.com/)

도미노 피자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기술 도입’과 ‘디지털 혁신’입니다. 도미노 피자는 지난 10년 동안 ‘모든 디지털 수단에서 피자를 주문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스마트폰 주문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이모지, TV, 인공지능 가상 비서를 통해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기술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피자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피자 추적기(Pizza Tracker)’는 아마존의 원클릭(One Click) 특허처럼 도미노 피자만의 특허 기술로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도미노 피자의 이런 전략은 전 세계 도미노 피자 주문 중 60%를 전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게 했는데요. 더욱 중요한 건 자체적인 주문 처리 프로세서와 플랫폼을 마련한 탓에 외부의 주문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기술 동향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도미노 뉴 이노베이션 랩 (출처: https://thedlab.co/)

또한, 도미노 피자는 2016년에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도미노 뉴 이노베이션 랩(DLAB)’이라는 기술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DLAB에서는 드론과 로봇을 이용한 배달을 개발했고, 지난해부터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자율 주행 로봇 배달을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한 시험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DLAB은 도미노 피자의 다른 어느 부서보다 많은 인력을 충원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미노 피자의 기술 개발이 아마존이나 구글보다 눈에 띄는 성장을 낳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즉시, 자사 피자 판매에 연결되며, 늘어난 피자 판매가 고스란히 이익으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기술 개발이 피자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요? 예컨대, TV를 시청하는 중에 피자가 먹고 싶다면, 리모컨이나 TV의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해 피자를 주문합니다. 주문 내용이 TV 화면에 표시되고, 피자가 구워지는 중, 피자를 포장하는 중, 피자를 배달하는 중 등 진행 상황이 변할 때마다 피자 추적기가 TV 상단이나 하단에 나타나 알려주죠.

도미노 피자를 통한 피자 주문은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PC, 웨어러블, 소셜 미디어, 스마트 스피커 등 여러 수단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독특한 경험이 도미노 피자를 통해 피자를 더 주문하게 만든 것입니다.

도미노 피자 TV 주문 (출처: https://anyware.dominos.com/)

도미노 피자의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 CEO는 ‘성공한 기업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10년 동안 이어진 기술 도입과 디지털 혁신은 도미노 피자를 24분기 연속 성장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글로벌 매출도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연구소를 설립하고, 개발 인력을 늘리는 것이 도미노 피자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인 셈입니다.

주목할 점은 기술 도입과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는 피자 체인이 도미노 피자만이 아니란 것입니다. 미국 3위의 피자 체인인 리틀 시저스(Little Caesars)는 최근 피자 만드는 로봇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특허에 따르면, 팔 형태의 부드러운 관절을 가진 로봇이 피자 반죽을 하고, 피자 팬에 반죽을 펼쳐 소스와 토핑을 뿌립니다. 심지어 포장하여 배달 상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할 일은 배달 상자에 든 피자를 배달하는 것이 전부죠. 리틀 시저스가 해당 로봇을 도입한다면 피자 조리 속도는 대폭 단축될 것입니다.

앞서 피자 로봇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줌 피자(Zume Pizza)’는 창업 2년 만에 200만 달러 매출을 달성한 피자 업계의 풍운아입니다. 줌 피자의 핵심은 로봇입니다. 오전 9시만 되면 줌 피자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 오늘 날씨나 스포츠 경기 등으로 하루 동안 팔릴 피자의 주문량과 고객들이 선호할 피자를 예측합니다. 그리고 예측한 결과를 토대로 로봇이 반죽부터 소스까지 뿌립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소스가 뿌려진 반죽 위에 토핑을 얹는 것입니다. 줌 피자에 따르면, 로봇은 1시간에 372판의 피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피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줌 피자의 피자 로봇 (출처: https://www.facebook.com/zumepizza/)

이렇게 생산한 피자를 특수 제작한 트럭에 싣고 배달합니다. 배달 트럭에는 56개의 피자를 한꺼번에 구울 수 있는 오븐이 장착되어 있고, 120개의 피자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팔릴 피자의 주문량을 예측했기 때문에 매장을 나간 트럭은 배달 범위를 돌면서 주문에 따라 피자를 굽고, 배달하기를 반복합니다. 줌 피자를 이용하는 고객은 갓 구운 피자를 먹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죠. 모든 것이 수요를 분석하는 머신러닝과 수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고안된 로봇, 피자 배달에 최적화한 트럭킹 기술이 융합한 결과입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줌 피자의 CEO 줄리아 콜린스(Julia Collins)는 ‘직원들이 과거 업무 시간의 60%를 반죽을 만들고, 600도의 오븐에 손을 넣는 등 육체적으로 비효율적인 곳에 썼다면, 이제 60%는 조리법과 품질 관리에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5년 9월부터 직원을 채용한 이래 올해 초까지 150여 명의 직원 중 단 한 명의 퇴사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줌 피자는 올해까지 직원 수를 1,050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리틀 시저스가 피자 만드는 로봇을 만들려는 이유도 줌 피자의 기술 도입과 디지털 혁신의 성공 사례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궁금증이 생길 순 있습니다. ‘대체 1시간 동안 피자를 372판이나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이죠. 이는 상기한 우려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식품 및 요식 산업 시장 조사 업체인 테크노믹(Technomi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피자는 최고의 음식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소비자의 41%가 일주일에 1번 이상 피자를 먹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년 전보다 26% 증가한 것입니다. 

또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피자가 선정되었으며, 다른 어떤 요리보다 2배나 많은 표를 얻었죠. 전 세계 피자 시장이 1,280억 달러 성장할 동안 미국의 피자 시장은 440억 달러나 성장했습니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Super Bowl) 기간에는 약 400만 판의 피자가 미국 전역에서 팔리므로 조리부터 배달 경쟁이 치열합니다.

즉, 피자 시장의 어마어마한 성장 속도와 맞물려 수요에 대응할 방법이 피자 업계에 필요해졌고, 그 결과로 기술 도입과 디지털 혁신이 이뤄지면서 피자 업계가 주요 IT 기술 도입 사례로 꼽히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피자 업계에서는 기술이 인력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게 나타납니다. 이미 월가에서 도미노 피자는 피자 업체가 아니라 ‘기술 기업’으로 불릴 만큼 위치가 많이 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국인들이 피자를 많이 먹어서 기술 도입과 디지털 혁신이 이뤄진 것인지, 반대로 혁신이 이뤄졌기에 피자 판매량이 늘어난 것인지 판단할 심화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기술 도입, 디지털 혁신과 함께 피자 시장이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포브스는 ‘전반적인 모든 회사는 피자 업계의 기술 활용을 배울 필요가 있다.’라면서 ‘핵심 제품이 변화하지 않는 세상에서도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피자 회사들은 기술과 경쟁하거나 거부하는 대신 받아들였고, 이러한 기술 발전은 모든 회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분명 기술 업계와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는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야들은 대개 발전하는 기술 분야가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가지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피자 업계가 그랬던 것처럼 기술을 통해 혁신할 기회가 있으며,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오히려 기술 업계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할수록 더 수월하게 기술 도입과 디지털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죠. 

DRU AI 피자 체커 (출처: https://www.dominos.co.nz/pizza-checker)

올해 인공지능 퍼스트는 내세운 도미노 피자는 작년 말에 ‘DRU AI 피자 체커(DRU AI Pizza Checker)’라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 기술은 주문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조리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것으로 주문에 대한 준비부터 조리 과정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센서와 카메라, AI 기술을 통합하여 피자를 조리하는 데에 재료가 적절하게 분배되었는지, 조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합니다.

도미노 피자는 DRU AI 피자 체커를 사용했을 때 시스템 보고를 3초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앞으로 도미노 피자 고객들은 AI가 추적한 조리 과정을 배달받기 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자 업계는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 빠르게 기술 개발과 혁신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최전방에 있는 분야라고 할 만큼 배울 점이 많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변화는 피자 업계에서 나타난 특이점으로만 설명되진 않을 것입니다.

글 | 맥갤러리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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