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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진짜 사람 아니었어?’ 디지털 시대, 떠오르는 디지털 휴먼

2022.03.04

기술은 인간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발전했습니다. 제조업의 기계화, 공장화는 산업 혁명의 시발점이었죠. 중화학 공업을 통한 산업의 과학화는 제2차 산업 혁명으로 이어졌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혁명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에 이전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바로 ‘인공지능(AI)’인데요. 과거에는 기술이 발전해도 상호작용 주체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점차 사물 간 의사 결정과 컴퓨터 상호작용의 결과만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즉, 인간은 마지막에서야 기술을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으로 불리는 기술은 제4차 산업 혁명에서 궁극적인 엔드 투 엔드(end-to-end) 실현을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휴먼의 화두는 ‘인간의 대체’입니다. 자칫 저렴한 비용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요. ‘인간(Human)’이라는 단어를 포함할 뿐, 산업적 관점에서 디지털 휴먼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이자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디자인의 일부로 발전했습니다.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컴포넌트와 자동화 기술의 연장선인 셈이죠. 고로 현대 산업에서 디지털 휴먼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최초의 가상 인간, 보잉맨은 왜 만들어졌을까?

디지털 휴먼으로 불리기 전 이 개념은 가상 인간(Virtual Human)으로 불렸습니다. 정확히는 가상 인간에서 확장한 것이 디지털 휴먼이죠. 그럼 이 가상 인간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보잉맨 (출처 : compart)

컴퓨터 그래픽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보잉의 연구원 윌리엄 페터는 1964년 최초의 가상 인간 보잉맨(Boeing Man)을 만들었습니다. 보잉맨은 항공기 조종석의 시뮬레이션을 위해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설계됐죠. 보잉맨은 선으로만 구성됐지만, 정확한 인체 비율을 얻기 위한 인체공학적 연구가 포함됐는데요. 해당 알고리즘은 현재까지 제조, 건축, 패션, 디자인 산업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상 인간은 위험을 대신합니다. 보잉맨은 항공기 조종석 UX를 개선해 긴급 사항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죠. 또한 가상 인간은 끊임없는 사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데요. 자동차 제조에서는 충돌 시뮬레이션에 사용됐습니다. 의료, 군사 등 위험이 있는 곳에선 어김없이 가상 인간이 위험을 대신했습니다. 실제 인간이 반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상 인간을 통해 해결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컴퓨터 개발 이전, 의료나 군사 분야에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실제 사람이 시뮬레이션에 투입됐던 시대였는데요. 그래서 가상 인간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직접 하기 어려운 위험한 일을 맡기는 대상이었으니 말이죠. 위험성을 대체하는 일자리를 가상 인간에게 전가하는 건 타당하게 여겨졌습니다.

가상 인간의 요점은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효율적으로 UX 설계하는 것입니다. 위험성을 부담하는 모든 시뮬레이션 구간에 참여할 인간을 구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었죠. 이를 더 빠른 연구 데이터 수집으로 전환한 것이 보잉맨부터 시작된 가상 인간의 역할이었고, 그렇게 가상 인간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게 됐습니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위한 디지털 휴먼의 등장

가상 인간은 효율적인 UX 설계를 위한 것입니다. 현대적 UX를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면 이 의미를 금방 이해할 수 있는데요. 핵심은 고객 요구와 개인화입니다. 오늘날, 고객이 요구하는 즉시 적절한 UX를 제공해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죠. 기업은 정확한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를 그리기 위해서 기업과 고객 상호작용의 총체적 흐름인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을 UX에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즉,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이 CX부터 시작해서 UX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이뤄집니다.

기업은 소매, 금융, 교육, 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고객과 직접 접촉합니다. 고객 서비스는 고객이 브랜드와 접촉하는 가장 일반적인 접점인데요. 문제는 사람인 직원이 고객과의 접촉에서 늘 일관되게 행동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충분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매뉴얼대로 완벽히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이는 직원 행동 분석과 고객 행동 분석을 함께해야 한다는 과제가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일관적이지 않은 CX 데이터로 UX를 설계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이퍼퍼스널리티(Hyper Personality)에 기반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고객의 작은 행동을 놓치는 건 매우 치명적인 손실입니다. 그래서 상호작용하는 CX와 UX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시뮬레이션 목적이었던 가상 인간을 디지털로 옮겨온 것이 바로 ‘디지털 휴먼’입니다.

미국의 증강현실 스타트업 매직 리프(Magic Leap)는 2018년에 자사 AR 헤드셋인 매직리프 원(Magic Leap One)에서 작동하는 디지털 휴먼 ‘미카(Mica)’의 데모를 공개했습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지능을 갖춘 건 아니었지만, 매직리프 원 착용자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손짓하며, 행동을 유도할 수 있었죠.

매직 리프 미카 (출처: UploadVR)

초기 AR은 목표 지점을 가리킬 때 화살표를 이용했습니다. 이 방식은 행동을 유도한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유도한 행동을 어떤 과정으로 달성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죠. PC나 스마트폰은 마우스 커서의 이동, 액션 지연 시간 등 지표로 행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R은 몸 전체의 움직임을 확인해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유도하려면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인간을 닮은 디지털 휴먼이 필요하다는 게 미카의 핵심이었습니다.

예컨대, 가구 조립 순서를 AR로 알려준다고 가정해봅시다. 순서를 나타내는 번호나 화살표보다 디지털 휴먼이 직접 조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따라 하도록 유도하는 쪽이 더 직관적일 겁니다. 실제 인간은 편의에 따라서 매뉴얼을 어길 여지가 있지만, 디지털 휴먼은 규칙을 어기지도 않고, 행동을 수행할 때까지 몇 시간이라도 기다리죠. 이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강력한 인터페이스인 셈입니다. 즉, 디지털 휴먼을 만든다는 건, 상호작용이 목적인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한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 휴먼의 미래

디지털 아인슈타인

2021년 4월, AI 기반 디지털 휴먼 플랫폼 스타트업인 유니큐(UneeQ)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와 제휴해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디지털 휴먼으로 만든 ‘디지털 아인슈타인(Digital Einstein)’을 개발했습니다. 대화형 AI 기술을 접목해 음성 또는 채팅으로 24시간 내내 대화할 수 있었는데요. 그가 낸 퀴즈를 풀거나 과학 질문을 하고, 그의 삶에 관해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아인슈타인 (출처 : UnneQ)

아인슈타인이 디지털로 부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새로운 시리즈인 지니어스(Genius)를 홍보하기 위해 개발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챗봇(Albert Einstein Chatbot)’은 채팅으로 대화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생애부터 취미, 심지어 아내의 이름까지 알 수 있었는데요. 마치 전기를 읽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챗봇은 인물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인물의 아이디어나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에 관한 정보를 해당 인물 기반 챗봇과 대화하며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휴먼은 이러한 경험에 외형, 시선, 표정, 제스처를 포함해 몰입감을 더했고 다음 행동을 예측하거나 따라 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능이 강화된 기술입니다.

챗봇인 줄 몰랐다고? 질 왓슨(Jill Watson)

2016년,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는 질 왓슨(Jill Watson)이라는 챗봇 조교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매 학기 쏟아지는 약 1만 개 이상의 질문을 처리할 수 있었는데요. 정체가 공개되기 전까지 학생들은 질 왓슨이 챗봇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질 왓슨 (출처 : Aies Conference)

디지털 휴먼은 시각적 인지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라는 걸 눈치채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챗봇보다 상호작용 효과가 부족하다는 건 아닙니다. 7년 전, 당시 챗봇이라는 인터페이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사용되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챗봇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챗봇이 널리 보급된 탓에 인간으로 생각하고 상호작용하는 사례가 줄어들었죠.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 일부 스크립트만 챗봇이 담당할 뿐 심층 대화는 사람이 맡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즉, 디지털 휴먼을 실제 인간으로 인지하지 않아도 챗봇처럼 상호작용을 위한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채팅으로만 상호작용하던 챗봇과 달리 외형, 시선, 표정, 제스처를 이용해서 행동을 유도하는, 훨씬 다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가령, 아인슈타인 챗봇은 대화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만, 디지털 아인슈타인은 느끼는 감정과 전하려는 의도를 표정으로 전달해 인간과 상호작용합니다. 인간이 해당 표정으로 어떤 감정을 이해하고, 다시 상호작용했는지 파악하는 건 행동을 유도했다는 의미이므로, 시나리오에 따라 디지털 휴먼의 상호작용을 디자인할 수 있죠. 고객 행동을 유도하고, 분석한다는 측면만으로 곧 디지털 휴먼이 챗봇처럼 확산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형 디지털 휴먼 (Digital Human as a Service)의 등장

작년 12월, 일본의 거대 통신 회사 KDDI는 대화형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스트리밍 기술 회사 마와리(Mawari)와 협력해 아마존 웹 서비스를 이용한 서비스형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 as a Service, DHaaS)을 출시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필요한 분야에 디지털 휴먼을 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DHaaS (출처 : Mawari)

디지털 휴먼은 상호작용 디자인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필요할 때마다 직접 개발하는 건 기민하지 못하며, 비용도 만만치 않죠. 기업의 디지털 CX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자 SaaS 챗봇이 대세가 된 것처럼 결국 디지털 휴먼도 도입하기 수월하도록 서비스화하는 추세로 이어진 것입니다.

DHaaS는 AWS 마켓플레이스에서 구매해 즉시 배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5G 네트워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확장하는 모바일 엣지 컴퓨팅 인프라 AWS 웨이브렝스로 비즈니스에 지연 없이 디지털 휴먼을 제공하죠. 이는 스포츠 시설, 대학, 병원, 관광지, 박물관, 교육 기관 등 XR 솔루션이 필요한 곳에 인터페이스로서 디지털 휴먼이 보급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출처]

  1. https://secure.boeingimages.com/archive/William-Fetter-s-Boeing-Man-2F3XC5YCZNC.html
  2. https://digitalhumans.com/blog/uneeq-brings-albert-einstein-back-to-life-as-digital-companion/
  3. https://mawari.io/dhaas

글 ㅣ LG CNS 기술전략팀 정가영 책임연구원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