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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빅데이터 시대, 개인의 사생활은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을까?

2016.11.24

1890년 미국의 워렌과 브렌다이스가 하버드 법률 저널에 투고한 ‘사생활에 대한 권리’라는 제목의 논문은 미국 법률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에세이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사생활이라는 개념을 논의한 최초의 출판물이며, 혼자 있을 권리로서 해석되었는데요.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사생활에 대한 권리는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인터넷과 컴퓨터에서 개인의 정보를 보호할 권리를 ‘인터넷 프라이버시’라고 칭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빅데이터 시대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넷 광고와 프로파일

인터넷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수익모델 중에 가장 보편적인 것이 광고입니다. 인터넷에서 광고는 이용자가 구매하기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가장 비슷한 상품을 추천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클릭한 콘텐츠나 검색한 키워드를 추적하여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축적하여 적중률을 높입니다.

이 때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는데요. 급속히 발전하는 컴퓨팅 파워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활용으로 거의 무한의 컴퓨터 자원을 이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또 이를 매우 짧은 시간에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을 식별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개인이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한 내역이 축적되고 이를 통하여 무척 정밀하게 개인의 행동 성향이 포함된 프로파일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상품의 판매를 위한 상거래 뿐만이 아니라 유권자 분석 등 정치적 활동에서의 활용, 범죄 모니터링 등 치안 분야의 적용, 스파이 행위의 탐지 등 국가 안보를 위한 이용 등 그 응용 범위를 한정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알파고를 통하여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온 인공지능 기법도 이러한 프로파일의 생성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향을 추측하기 위해 수집된 정보를 다양한 조합으로 학습해 이용자를 그룹핑하고 이를 활용해 상품을 단체로 판매하기도 하며 범죄자 그룹을 추적하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자들을 식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의 발전과 적용과 이를 가능하게 한 무한의 컴퓨팅 자원 및 이를 응용한 성공적인 인터넷 비즈니스는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하고 있으며, 그 근간에는 개인에 대한 정확한 식별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의 식별 정보는 인터넷 사업자나 수사기관 및 안보기관에게는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며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인 것입니다.

인터넷 사생활 보호를 위한 노력

인터넷에서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 왔습니다. 카카오 감청 사태처럼 개인의 가장 사적이며 존엄한 영역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 가능성이 사이버 망명 등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유발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법과 제도 측면에서 사생활에 대한 그 동안의 이해가 제대로 된 것인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생활 환경 변화에 뒤쳐져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법 집행의 절차를 꼼꼼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 CIA와 NSA에서 일했던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이 폭로한 미 연방정부 국가보안국의 무차별적인 감청과 인터넷 모니터링 때문에 사생활 보호는 인권차원에서 국제정치 및 안보의 차원으로 전이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거대한 국가 권력의 힘으로 적국과 테러리스트의 활동을 모니터링을 하는 행위는 ‘필요악’으로 규정되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밖에 없는 것일지라도, 모든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고 행해진 모니터링에서 국가권력의 이용과 국민의 사생활 보호 간에 어떠한 절충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구글과 페이스북 등 검색엔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면 개인의 신상과 행동 성향을 나타내는 정보를 그리 어렵지 않게 조합해 낼 수 있는데요. 이러한 현실은 더 이상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될 수 없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낳기도 했습니다.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발언했다가 많은 인터넷 이용자의 공분을 샀으며 이는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8년 5월 적용을 앞두고 있는 EU의 개인정보보호 일반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규정은 기존의 EU 개인정보보호지침에서 보장되었던 권리를 강화하고 잊힐 권리, 정보 이동권, 프로파일링에 대한 권리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징벌적 배상을 가능하도록 하여 EU 권역에서 영업 행위를 하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취급하고 다루어야 하는지 규제하고 이에 따른 강제력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EU의 움직임은 사생활 보호를 인권의 차원에서 다루고 보호해온 전통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에 반하여 인터넷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시장 논리에 따라 정책을 조정해온 미국은 EU 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미국의 인터넷 기업의 EU 권역에서의 영업 활동에 새로운 틀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일본은 2016년 1월에 발효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을 위하여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의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이러한 법안 개정의 취지에 일본의 디지털 강국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고 기술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산업 측면에서 접근한 사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각국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에 대한 정책 변화와 움직임은 각국의 입장에 따라 방향과 전략이 상이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그 본질은 ‘사생활 침해 방지와 개인정보의 산업적 활용 간의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지 않으면 인터넷 이용자는 더 이상 사이버 공간에서의 신뢰 행위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이로 인한 어뷰징과 부작용이 오히려 인터넷을 통한 산업과 경제 발전을 도모해온 선진 국가의 전략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물론 치안과 안보 측면에서의 필요시 국가 권력의 사생활 침해는 필요악으로 수용할지라도 사이버 공간의 생태계 자체를 파괴하는 인간 존엄의 최소한의 공간에 대한 개입과 파괴는 그 동안 쌓아온 인터넷 생태계가 무너져서 모든 것을 잃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술과 정책 측면의 많은 노력이 견지되고 있는데요. 개인정보의 비식별화 기술의 개발과 비식별화의 정도를 판단하는 측정 잣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과 제도의 연구는 국경을 넘어선 협업과 다양한 계층과 영역의 참여 속에서 조금씩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 머신러닝을 이용한 비식별화와 이를 식별하기 위한 머신러닝 기술의 활용은 기술과 기술의 대결로서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결국 더 많은 컴퓨팅 자원과 기발한 인사이트가 경쟁적으로 작동하며 서로의 성장을 이끌겠지만 결과적으로 모두의 승리일 수 있습니다.

즉,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하는 측과 개인을 식별하고자 하는 쪽의 경쟁을 통하여 기술적 발전은 물론이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함으로써 그 동안의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그 동안 인류가 누려온 많은 혜택이 여전히 유효하고 지속가능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망각은 그 동안 인류가 누려온 망각의 개념을 통째로 바꿨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회 및 생활 양식의 변화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그 후대에게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리게 하고 있으며 이는 선배들이 경험한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띨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러한 변화를 추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 그 영향을 측정하고 평가하여 관련 제도와 정책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전문적이며 신속하고 지속적인 검증 플랫폼이 사회적 합의하에 작동해야 합니다. 결국 이러한 체계를 잘 갖추고 운영할 수 있는 사회만이 미래의 시대에서 인간 존중의 문명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이경호 교수 |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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