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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물류/팩토리

잘나가는 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한다는 ‘MFC’가 뭐길래?

2021.04.26

코로나19가 초래한 놀라운 변화 중 하나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격한 팽창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고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주문이 급증했습니다. 작년 12월, 미국 최고의 온라인 쇼핑데이인 사이버 먼데이에 무려 108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상품 주문이 온라인으로 이뤄졌습니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수치입니다.

온라인 상거래 열기는 식료품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식료품점 2.0’ 시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식료품이나 신선식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 직접 고르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소매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식료품과 신선식품을 빠른 시간에 배송하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고정 관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아마존이 인수한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은 온라인 주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기존 매장 가운데 최소한 6개 이상을 오로지 온라인 주문만 처리하는 ‘다크스토어(Darkstore)’로 바꿨습니다.

홀푸드마켓이 운영하고 있는 다크스토어 (출처: 홀푸드마켓)

작년 4월에 이스라엘의 물류 자동화 스타트업 패브릭(Fabric)은 미국 전체 식료품 시장에서 온라인 주문 비율이 코로나19 이전에는 5% 선에 불과했으나 2020년 말에는 1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10%는 당초 예측보다 4년 정도 빠른 것이라고 합니다. 시장조사기업인 메카터스(Mercatus)는 오는 2025년 식료품점의 전자상거래 매출이 전체의 21.5%인 2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갖 물건들을 자택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유통업체들이 ‘클릭 앤 콜렉트(Click and Collect)’, ‘BOPIS(Buy Online Pick-up In Store)’, ‘커브사이드 픽업’ 등 배송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저녁에 퇴근하면서 픽업 센터나 주차장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콜스(Kohl’s), 노드스트롬 등 미국의 유명 백화점들과 택배서비스 기업인 UPS등도 앞다퉈 옴니 채널 구축의 일환으로 클릭 앤 콜렉트, BOPIS서비스 등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유통업체들은 익일배송, 당일배송, 시간 내 배송 등 종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빠른 속도로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 상품이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되기 위한 과정을 의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유통업계의 경쟁은 한마디로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잡기 위해 유통기업들은 라스트 마일, 미들 마일 등 배송 부문은 물론이고 물류 인프라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마존은 온라인 주문 증가에 따라 배송 및 물류 부문의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75개 이상의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했으며, 트럭 화물의 혁신과 함께 항공화물을 수송하는 사업 부문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22대 수준인 항공기 보유 대수도 늘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은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기존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폐쇄 시설을 물류센터로 전환해 사용하려 하고 있다. (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 동영상 캡쳐 )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전통 유통사업자들의 부동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쇼핑몰 사업자이자 상업용 부동산 기업인 ‘사이먼 프로퍼티그룹(Simon Property Group)’과 협력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문을 닫은 시어즈(Sears)나 J.C.페니의 비어 있는 쇼핑몰 공간을 유통물류센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루이지애나주 베턴루지, 테네시주 녹스빌, 메사추세츠주 우스터 등에 있는 쇼핑몰과 백화점 매장을 유통물류센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마존은 유통부문 자동화 기업인 데마틱(Dematic)과 제휴해 소형유통 물류센터인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 Micro Fulfillment Centers)’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월에 아홀드 델하이즈의 자회사인 스톱 앤 숍이 MFC를 오픈한 이후, 타겟, 알버트슨, 프레쉬디렉트 등 여러 소매유통업체들이 MFC 구축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아마존도 이 열기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대형 물류 센터를 도시 외곽에 건설하는 것에서 벗어나 도심 내에 소규모 MFC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미 필라델피아, 피닉스, 댈러스 등 미국 내 5개 도시에 MFC를 구축했으며, 캘리포니아주 오프라인 매장에도 MFC를 구축 중입니다.

아마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MFC는 유통산업계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소비자와 가장 근거리에 소형 물류 배송거점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삶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겠다는 게 유통업계의 속셈입니다.

MFC는 기존의 대형 고객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와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CFC가 여러 점포들의 물류를 도심 외곽지역의 대형 물류기지에 집중하는 개념인데 반해, MFC는 고객과 가까운 점포나 도심에 위치한 소형 물류 배송 시설입니다. MFC는 단순한 창고 개념이 아닙니다. 재고관리, 상품입고, 포장 및 출하, 배송에 이르는 전체 물류 과정을 일괄 처리할 수 있는데요. 창고관리시스템(WMS), 인공지능(AI), 로봇자동화 등 첨단 솔루션과 결합하면서 물류 및 배송 서비스의 스마트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MFC는 고도로 자동화된 저장 시설과 고객에 가까운 입지 조건 때문에 상품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소비자들의 반품 및 제품 교환 시에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관련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대형 유통사업자 가운데에서도 일찌감치 MFC 구축에 뛰어든 케이스입니다. 데마틱, 패브릭, 얼러트 이노베이션스(Alert Innovations) 등 물류자동화 기업과 제휴해 MFC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월마트는 지난 2019년, 뉴햄프셔주 살렘에 있는 매장에 지역 풀필먼트 센터(LFC, local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0여 곳에 LFC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월마트가 구축하고 있는 LFC가 바로 MFC입니다. 월마트는 얼러트 이노베이션스와 협력해 ‘알파봇(Alpabot)’이라는 자동화시스템을 MFC에 도입하고 있는데요. 이는 사람보다 10 배 이상 많은 상품을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월마트는 MFC에 냉동식품이나 포장 음식 등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들을 주로 재고로 확보해 놓으며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클라호마, 캘리포니아, 아칸소 매장에 알파봇 기반의 MFC를 설치 운영한다고 합니다.

월마트는 도심 지역에 고도로 자동화된 마이크로 풀먼트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출처: 월마트, CNBC)

월마트 캐나다 법인은 지난해 고객들의 온라인과 매장내 쇼핑 경험을 보다 단순하고 빠르며, 편리하게 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35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슈퍼 센터 내 일부 공간을 MFC시설로 바꿔 ‘하이브리드 매장(Hybrid Location)’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상품 픽업과 배송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유통업체인 타겟도 자사 매장을 일종의 MFC 허브로 만들어 클릭 앤 콜렉트, 커브사이드 배송, 당일 자택 배송 등 다양한 쇼핑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MFC는 거대 유통기업들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소형 유통사업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MFC의 구축은 간접비의 절감, 민첩성의 증진, 빠른 라스트 마일 배송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MFC를 도입하면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상품 피킹 및 포장 작업과 비교해 제반 비용을 7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시설 구축에 들어가는 시간과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점점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MFC는 소형 소매유통사업자들에게는 희망적인 대안인 셈입니다.

그동안 소형 유통업체는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해 제3자물류서비스(3PL)를 활용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에 밀착한 MFC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물류유통센터는 평균 30만 평방 피트에 달하는 데에 반해 MFC의 평균 규모는 3000평방 피트 정도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기존 매장 내, 주차장, 차고지, 건물 지하 등 공간에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적인 제약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물류자동화 기업들은 MFC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도심의 비좁은 공간을 수직적, 수평적으로 넓힐 수 있는 솔루션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패브릭은 지난 2018년에 드럭스토어인 ‘수퍼-팜’과 제휴해 텔아비브 도심에 있는 고층 빌딩의 지하주차장 공간을 6000평방 피트 규모의 MFC로 바꿨습니다. 패브릭은 앞으로 도심 내 빌딩 주차 공간을 MFC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 내에 현재 2억5천만 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 20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공유 서비스 등의 도입으로 자동차 소유자가 감소하면 주차장 공간이 남아돌기 때문에 이 시설을 MFC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패브릭은 현재 뉴욕 도심 내 여러 곳에 MFC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패브릭이 구축 운영 중인 MFC(출처: 패브릭)

도심 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것도 유통업체들이 MFC 구축에 사활을 거는 데 한몫 합니다. UN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심 지역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가장 가까운 도시를 중심으로 MFC의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이라는 게 유통 물류기업들의 판단입니다.

MFC는 두 가지 형태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존의 매장 내부 공간을 활용하고, 소매유통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식료품점에 유용한 방식입니다. 또 다른 형태는 기존 매장과는 관계없이 사업자들이 단독으로 MFC를 구축하고 다른 소매유통업체에게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물류 및 자동화 기업들이 유휴 지하주차장, 차고 등 공간을 임대해 MFC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MFC를 물류유통업계의 에어비앤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MFC시장을 공략하려는 테크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현재 패브릭, 스위스로그, 오카도, 다크스토어, 테크오프 테크놀로지스, 데마틱, 오토스토어 등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의 MFC 시설 (출처: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

지난 2018년 가을, MFC 구축기업인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Takeoff Technologies)’는 처음으로 식료품점에 MFC를 구축한 이래 지금까지 13곳에 MFC를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4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테이크오프 테크놀로지스는 현재 까르푸, 아홀드 델하이즈, 알버트슨 등 유통업체와 협력해 미국, 두바이, 캐나다 등에 MFC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테크 기반 풀필먼트 솔루션 기업인 다크스토어(Darkstore)는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매장을 MFC로 바꾸고, 소매유통업체들에게 이 공간을 대여하고 있는데요. 현재 나이키, 아디다스, 리바이스 등 기업들이 다크스토어의 MFC와 플랫폼을 활용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9월을 기준으로, 다크스토어는 현재 283개 도시에 5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 40%를 인수한 노르웨이 물류창고 자동화기업인 오토스토어(AutoStore)도 ‘큐브 스토리지 자동화(Cube Storage Automation)’ 기술을 앞세워 MFC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밖에 오카도, 데마틱, 스위스로그 등이 MFC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토스토어의 물류자동화 솔루션 큐브 스토리지 자동화 (출처:오토스토어)
식료품 배달 사업자인 인스타카트가 독자적인 물류센터(다크스토어)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출처: 인스타카트)

유통산업에 거대한 라스트 마일 배송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배달서비스 사업자들도 물류자동화 열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료품 배달 서비스 사업자인 인스타카트(Instacart)는 독자적으로 자동화 물류창고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배달원이 직접 매장에 가서 꼼꼼하게 제품을 살펴보고 선별해, 고객의 집으로 보내줍니다.

인스타카트는 월마트, 세이프웨이 등 식료품 매장의 온라인 주문을 빨리 고객들에게 배달해주기 위해 50만 명 이상의 전문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 전역에 50곳 정도의 자동화된 물류센터를 독자적으로 갖추겠다고 합니다. 일종의 다크스토어인 셈인데요. 다크스토어가 만들어지면 배달원이 일일이 매장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물류창고에서 로봇이 제품을 선별합니다. 이후, 작업자가 상품 포장작업을 하는 곳까지 가져다주고, 배달원이 포장된 제품을 고객들에게 바로 배달할 수 있게 됩니다.

MFC는 친환경 자동화 솔루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액센추어는 ‘프론티어 이코노믹스’와 공동으로 라스트 마일 생태계 분석 보고서 (제목: The Sustainable Last Mile; Faster, Greenwer, Cheaper)를 내놓은 바 있는데요. 해당 보고서는 MFC를 활용해 라스트 마일 생태계를 구축하면 2025년까지 배송 차량의 운행이 크게 감소하고, 배출가스 유출이 16~26%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를 미뤄보아 영국 런던의 배송차량이 13% 감소한다면, 운행거리를 5억 2천만km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시카고의 배송차량이 13%이 감소할 경우, 운행거리가 2억 500만km나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유통업계의 MFC 구축은 라스트 마일 배송을 놓고 벌이는 전쟁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는 승자가 유통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글 ㅣ 장길수 ㅣ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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