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가 디자인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2007년 Deloitte가 Doblin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Accenture가 Fjord를, 2015년 McKinsey가 Lunar를, 2017년 BCG가 Maya Design을 인수하는 등 크고 작은 인수 사례가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IT서비스 회사인 Google이나 금융회사인 CapitalOne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도 디자인 회사를 인수하고 있는데요. 인수한 회사들이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밝혀지진 않았지만, 아마도 수백에서 수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컨설팅 회사들이 이렇게 큰 투자를 결심한 데에는 디자인을 회사의 주요 경쟁력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각과 능력으로 현재 회사가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결단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회사가 디자인을 심미적인 요소로만 생각하는데요.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방식인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을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재미있게 일하는 방식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하는 작업이 아니라 전략 컨설팅의 결과를 좀 더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인데 말이죠.
그래서 DCX(Digital Customer eXperience) 컨설팅이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기 전에, 우선 DCX 컨설팅의 핵심인 디자인씽킹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디자인씽킹에 대한 오해
1. 디자인씽킹은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고객여정지도를 그리면 끝이다?
디자인씽킹을 할 때는 고객여정지도 외에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 멘탈 모델 다이어그램(Mental Model Diagram) 등 다양한 도구들을 목적에 맞게 선택해 사용합니다. DCX 컨설턴트는 이런 도구를 사용해 고객과 회사가 주고받는 가치를 한 판에 정리하죠. 그들은 이것을 기반으로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하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해관계와 목표가 다른 여러 부서를 통합하는 전략을 수립하기도 합니다.
디자인씽킹을 할 때 많이 사용되는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는 크게 4단계(Discover-Define-Develop-Deliver)로 구성되는데요. 더블 다이아몬드의 모든 단계에서 앞서 언급한 도구를 꾸준히 활용하고 업데이트합니다.
Discover 단계에서는 고객여정지도를 기반으로 인터뷰하면서 업데이트해 전체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 판을 만듭니다. 그리고 Define 단계에서는 전체 여정을 살펴보면서 주요 여정을 발견하고 더 자세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 후 Develop/Deliver 단계에서는 주요 여정에서의 Pain Point와 Needs 등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들을 발굴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도 합니다. 즉, 고객여정지도는 디자인씽킹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2. 전략을 수립했으니 잘 만드는 것은 개발자/디자이너의 몫?
B2B 영업 시스템의 PI(Process Innovation)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몇 개월 동안 밤낮없이 인터뷰와 벤치마킹,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영업사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세부 전략별 수행 과제와 일정계획, 비용까지 작성해 클라이언트에게 보고했죠. 보고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클라이언트의 박수를 받으며 프로젝트를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상세한 전략과 계획을 수립했으니 클라이언트가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후에 클라이언트가 그 전략서를 가지고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전략서대로 시스템을 개발해달라고 했을 때, 그 전략서를 받아 본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조립 설명서가 없는 복잡한 레고 박스를 받은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전략 컨설팅은 좋은 고객(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과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해야 할 일(What)을 정의하고 왜 해야 하는지(Why) 근거를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텍스트로 되어 있는 전략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구현하는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컨설팅과 디자인 사이에는 어떻게 만들지(How)가 빠져 있습니다. 현재는 이 부분이 디자이너의 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전략서를 기반으로 본인이 이해한 대로 디자인하거나 추가적인 리서치와 분석 업무를 수행해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략서의 방향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각각의 영업사원이 가지고 있는 고객사 담당자의 정보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세부 수행과제로 영업사원이 고객통합 DB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는 프로세스를 수립했다면, 이 전략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객 정보 입력화면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과 디자인 사이의 갭을 메꾸기 위해서는 전략 수립 이후에 UX 과제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전략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지 기획해야 합니다. LG CNS의 DCX센터에서는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전략을 수립한 이후 UX과제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데요. 그것을 기반으로 디자인과 시스템을 구축해 전략과 Align 된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End-to-End 관점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Market-centric Approach VS Human-centric Approach
비즈니스 컨설팅과 DCX 컨설팅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관점 즉, 누구의 시각으로 보느냐입니다.
닐슨 노먼 그룹의 공동 창업자이자 노스웨스턴 대학의 교수인 도날드 노먼은 “저는 절대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눈에 보이는 증상이지, 진짜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면 실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제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처음 클라이언트가 요청했던 것은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면허증 발급/갱신 과정을 쉽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서비스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어려운 발급/갱신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문제를 사람 중심으로 분석하면서 사용자가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활용하는 전체 여정을 살펴보니, 발급/갱신 이외의 단계에서도 서비스 활성화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신규 발급자에게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 전, 처음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를 사용하게 해 시험 등록과 임시 면허증 발급을 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했습니다. 또한 기존 플라스틱 면허증 발급자에게는 비행기를 타기 전 신분증을 집에 놓고 왔다면 임시 모바일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과 같이 Market-centric Approach를 했다면 유사 사례를 중심으로 벤치마킹 포인트를 찾고, 발급/갱신 과정의 프로세스 맵을 그려서 비효율을 찾아 개선하는 등의 활동으로 완전히 다른 솔루션을 도출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DCX컨설팅은 문제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면서 문제를 재정의(Reframing)함으로써 더 풍부하고 색다른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게 합니다.
문서 VS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 보고서는 텍스트와 그래프/표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에 따라서 컨설턴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도 하지만, 종종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DCX 컨설팅 보고서는 프로토타입과 다이어그램 등 이미지를 중심으로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에 오해를 최소화하고 전달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솔루션을 사용하는 단계가 길고 복잡해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고객여정지도를 그려보고, 단계별 사용자 액션을 설명하며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사용자도 질문의 의도를 쉽게 파악하고 정확한 대답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결과를 반영한 To-be 모습을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해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함으로써 As-is/To-be의 개선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죠. 클라이언트는 To-be 솔루션의 동작 방식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명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미지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본인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이미지의 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선의 결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죠. 이러한 장점 덕분에 Accenture 내에서는 Fjord를 인수한 이후 이미지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던 시도들이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비즈니스 전략 컨설턴트들도 텍스트와 정보로 채워진 발표 자료에서 시각적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발표 자료로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Iteration (Prototype > Feedback > testing)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과 DCX 컨설팅의 대표적인 차이점 중 하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최선의 결과물에 도달하는 Iteration 과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Iteration의 장점은 머릿속의 이미지가 서로 다른 경우, 프로토타입을 통해 그 차이를 빨리 확인하고 일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인데요. 요구사항이 구체화되지 않은 경우 프로토타입을 보면서 생각을 빠르게 구체화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각각의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4개의 서비스를 통합하는 UX 전략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의 일입니다. 클라이언트의 초기 요구사항은 4개의 서비스가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죠.
우리는 초기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4개 서비스의 Gateway 역할을 하는 메인 화면을 제작함으로써 서비스별 메인 화면을 만들되, 대시보드 형태로 구성하는 것으로 요구사항을 구체화했습니다. 이후 서비스별 대시보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개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능을 일부 축소하고 기존 소스를 기반으로 구성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꾸준히 피드백을 받으면서 결과물을 보완해 나갔으며, 최종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최선의 결과물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씽킹이 가진 장점으로 인해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이 디자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 역량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역량과 디자인 역량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내 모든 구성원이 디자이너와 유연하게 협업하는 체계를 만들고, 디자인 교육을 통해 구성원들이 디자인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물리적 결합이 아닌 디자인 역량과의 화학적 결합에 성공하는 회사가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혁신해 시장을 리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ccenture나 IBM 등 디자인 역량을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평가받는 회사들은 사내 디자인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LG CNS 역시 UX Sync와 같은 활동을 통해 전사적으로 디자인 역량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역량의 유기적 결합에 성공한 회사가 늘어나 더 많은 혁신 서비스가 생겨나길 기대해봅니다.
글 ㅣ LG CNS DCX센터
DCX센터는 사용자와 임직원을 위한 설득력 있고 친화적인 UX를 위한 진단, 컨설팅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전문 조직이다. 최신 디지털 트랜드와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각 산업에 최적화된 디지털 환경을 구축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