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택근무의 단점도 빠르게 극복되는 중입니다. 기업의 사무실 운영 지출은 33%나 감소했고요. INAA(International Accounting Association of Independent Firms)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의 58%가 코로나 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건 아닙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생산성이 높아지는 직장인도 있으며, 균형 잡힌 삶을 위해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길 원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일부는 집에서, 일부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평가됩니다.
이런 유연한 방식을 택하려면 서로 다른 장소에서도 같은 환경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모든 직원이 사무실에 상주하지 않으니 어떤 직원이 출근하였는지, 재택근무로 사무실 내 잉여 공간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가끔 출근하는 직원들이 불편함 없이 사무실을 이용하게 할 방법도 고려될 수밖에 없죠. 특히 전염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어야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전까지 ‘워크플레이스 센서(Workplace Sensor)’는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물체의 존재 유무를 검출해 보안과 통제에 활용하는 점유 센서(Occupancy Sensor) 역할만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업무 공간이 집으로 확장되면서 사무실은 질병의 위험, 잉여 공간의 활용, 공간 최적화가 필요해졌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점유 센서의 도입이 증가하면서 워크플레이스 센서라는 틈새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호주 멜버른 기반 스타트업인 ‘XY센스(XY Sense)’는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훨씬 전인 2016년부터 첨단 센서 하드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사무실 활용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 목표였죠.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나자 약 3년 동안 준비한 제품 출시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텅 빈 사무실보다 재택근무에 투자하는 기업이 증가한 탓이었습니다.
어수선한 전염병 초기를 넘기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복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사무실은 이전보다 안전해야 했고, 훨씬 유기적인 사무실 활용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XY센스는 작년 7월에 코비드 세이프(COVID Safe) 기능을 추가한 AI 워크플레이스 센서를 호주에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얻은 인기로 최근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XY센스의 핵심은 사무실 공간을 사람들이 얼마나 점유하는지, 어떻게 이동하는지, 어느 시간에 더 머물러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공간 밀도를 최적화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및 점유율을 모니터링하고 청소 시간을 계산합니다. 사무실 직원과 청소 담당자가 부딪혀서 발생할 수 있는 전염까지도 방지하는 것입니다.
코비드 세이프 기능은 더 지능적입니다. 재택근무 증가로 사무실 내 책상을 줄어들고, 간격은 넓어졌습니다. 개인 책상의 실종으로 누가 책상을 사용하는지, 빈 곳이 어딘지 파악하여 예약할 수 있게 돕습니다. 2초마다 1m 이하의 위치를 감지하기에 누군가 화장실에 갔는지, 복도를 이동 중인지 등 직원들끼리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되는 정보를 실시간 알림으로 끊임없이 제공합니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을 사무실로부터 멀어지게 했지만, 워크플레이스 센서의 존재감은 훨씬 뚜렷해졌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스타트업 버지센스(VergeSense)도 출입문과 천장에 설치하는 워크플레이스 센서를 개발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정확한 인원 추적입니다.
버지센스의 센서는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을 사용해 공간을 머무는 사람의 수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익명으로 나타나서 누군가를 특정하지 못하지만, 사람만 아니라 물건까지 인식해 사람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감지합니다. 예컨대, 의자에 코트가 걸려있다면 사람이 없더라도 자리를 점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책상을 사용하거나 예약할 수 없습니다.
설치도 단 몇 초 만에 이뤄집니다. 설치된 센서가 엔터프라이즈 수준의 메시 네트워크를 형성해 통신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센서를 통해 복구해 안정적인 데이터 수집을 유지합니다. 복잡한 연결이나 통합 없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지센스는 해당 솔루션을 ‘애자일 좌석(Agile Seating)’이라고 정의합니다. 고정된 사무실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자리를 옮기고, 하이브리드 모델에 따라서 유연하고 빠르게 변할 수 있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덴시티(Density)가 개발하는 워크플레이스 센서는 뎁스 센서와 딥러닝을 결합해 개인을 식별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워크플레이스 센서는 카메라를 이용한 컴퓨터 비전으로 직원들을 감지합니다. 익명으로 데이터를 보관한다고 해도 직원들로서는 껄끄러운 부분이긴 한데요. 그래서 덴시티는 카메라 대신 뎁스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뎁스 센서가 심도를 감지하면, 그것이 사람인지, 또는 물건인지 딥러닝 모델이 파악해 계산합니다. 사람의 형체만 감지하기에 얼굴이나 복장은 수집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센서당 카메라보다 4배 넓은 범위를 감지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덴시티는 이런 익명 인식을 기반으로 ‘플렉스 좌석(Flex Seating)’으로 불리는 대화형 평면도를 구성합니다. 클릭 한 번으로 인원에 맞춰 책상을 분배하고, 듀얼 모니터나 스탠딩 데스크 등 직원들의 선호도에 따른 자리를 이용하도록 도우며, 슬랙(Slack) 등 협업 솔루션에서 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보안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작동하여 감지뿐만 아니라 데이터 처리까지 익명으로 보호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워크플레이스 센서가 등장하는 이유는 기업들의 하이브리드 모델 요구가 커졌고, 기업마다 필요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업무 환경이 복잡한 기업일수록 더 지능적인 워크플레이스 센서를 원하고, 그만큼 과거 점유 센서가 하지 못한 일들을 더 많이 해낼 거로 예상합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마켓앤마켓의 조사에 따르면, 워크플레이스 센서 시장은 2020년 19억 달러 규모에서 연간 13.3% 성장해 오는 2025년 36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엇보다 현재는 사무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위한 센서지만, 앞으로는 주거 지역이나 쇼핑몰 등 상업 시설에서의 활용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글 ㅣ 맥갤러리 ㅣ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