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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저의 ‘디지털 유산(Digital Heritage)’은 누구에게 상속되나요?

2015.03.25

오늘은 한 꽃에 대한 전설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옛날에 도나우강 가운데 있는 섬에서 자라는 꽃을 애인에게 꺾어다 주려고 했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섬까지 헤엄쳐 가서 꽃을 꺾었지만, 불행하게도 오는 도중 급류에 휘말리게 되었죠. 간신히 애인에게 꽃을 던져 주고, ‘나를 잊지 말라’라는 한 마디를 던지고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바로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Forget me not)’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누군가에게 자신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최근 이와는 정 반대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자세한 이야기 지금부터 한번 만나보시죠!

우리 모두가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요즘 우리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영원히 기록이 남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권리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잊혀질 권리(Right to forgotten)’입니다. 이것은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됨에 따라, 개인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자신과 관련된 특정 기록의 삭제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매우 제한적이지만 연예인이나 정치인 같은 유명 인사들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무명 시절 부주의하게 남긴 게시글이나 사생활이 담긴 사진 등이 노출되어 이슈가 될 경우, 가혹할 정도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인(故人)이 되어서도 온라인상에서 회자될 경우, 유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받게 되겠죠. 즉 신이 인간에게 내려 준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인 ‘망각’이 허용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디지털 세탁소’ 그리고 ‘디지털 유산’과 디지털 장의사’

1) 디지털 세탁소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철없던 시절에 올린 허세글이나 비방글, SNS에 올린 일탈의 흔적이 이슈화되면 누구나 완벽하게 지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조금 가혹할지라도 결국은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 속에서 과거 자료를 대신 찾고 삭제해 주는 ‘온라인 평판 관리 서비스’가 등장했는데요. 이를 ‘디지털 세탁소’라고 합니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범죄자들의 과거 행적까지 세탁하여 시민의 ‘알권리(Right to know)’가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결국 이 부분은 시행 착오를 겪어 가며 조율해 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 디지털 유산과 디지털 장의사

고인(故人)이 된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온라인상에 남긴 게시글, 블로그 포스팅, SNS 사진, 게임 아이템 등의 흔적을 ‘디지털 유산(Digital Heritage)’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는 과거와 다릅니다. 이러한 흔적들이 남아 세상과의 끈이 유지되고, 이슈가 되면 언제든지 부름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죠. 현대판 ‘부관참시(剖棺斬屍)’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온라인 상조 회사가 바로 ‘디지털 장의사’입니다. 이는 크게 고인의 계정이나 SNS 메시지를 삭제하거나 개인 정보를 유족에게 전달해 주는 유형으로 나뉘는데요. 즉 잊혀지게 할 수도 있고, 후손에게 계승시키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3) 국내외의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준비 상황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 유산 상속과 디지털 장의사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을까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런 개념의 서비스가 상당히 진척된 것을 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개인 정보 보호법’과 ‘정보 통신망법’으로 인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살아 있을 때는 개인이 온라인상의 자기 정보를 통제하고 삭제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인정받는데요. 당사자가 사망하게 되면, 직계 가족에 한해서 명예 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등의 제한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게 해 놓은 상태입니다.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를 비즈니스화 하려면 복잡한 법적/윤리적 쟁점이 달려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디지털 공간에 쌓아둔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것입니다. 2013년 4월, 구글(Google)은 세계 최초로 사용자가 사망한 후 지정한 사람에게 데이터를 상속 또는 삭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최근 페이스북(Facebook)에서도 계정 유산 상속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의 계정 유산 상속 이미지 (출처: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온라인 계정 상속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면, 사용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관리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을 미리 상속자로 지명하는 것입니다. 상속자는 향후 사용자가 사망한 후 ‘사이버 추모관’으로 계정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프로필과 표지사진을 업데이트 할 수 있고, 사진이나 포스트 및 프로파일 정보를 보관할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글을 수정/삭제할 수 없으며, 고인이 남들로부터 1대 1로 받은 메시지나 비공개로 설정한 글은 열람할 수 없습니다. 만일 사용자가 계정의 상속자를 정하는 대신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면 사망 후 계정 폐쇄를 미리 지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넷 기업들이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법안이 꾸준히 국회를 통해 발의되었을 뿐, 아직까지 법적으로 상속이 허용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1인 미디어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시기에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특히 재산권이 있는 자료를 상속받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불합리하죠. 큰 물줄기를 놓쳐서 사회적인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서둘러 제도적인 지침이 마련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에 살아 가고 있는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와 디지털 유산 상속, 디지털 장의사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았는데요. ‘웰빙(Well-Being)’ 만큼이나 ‘웰다잉(Well-Dying)’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 명확하게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글 l 이동규(www.trendsavvy.net 필명 ‘비에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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