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던 영국은 대영제국의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전기를 발명해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뒤이어 반도체를 기반으로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 1등의 강국이 됐죠.
반도체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컴퓨터 등을 탄생시키며 전자제품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반도체 덕분에 인류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됐죠. 그리고 이제 ‘3나노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의 ‘쌀’이 되어 산업의 근간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계 첫 3나노 파운드리 양산
최근 국내의 한 대기업이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 나노미터)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기술을 적용했죠.
GAA란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 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의 차세대 기술을 말하는데요. 채널의 3개 면만을 감싸던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GAA 기술은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막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3나노 반도체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렇다면 3나노 반도체 도입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나노미터(㎚)는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인데요. 1㎚는 10억 분의 1m로 머리카락 한 올 굵기의 10만 분의 1 수준입니다. 따라서 3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3에 해당하는 셈이죠.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지면 전자제품의 소형화, 경량화, 배터리 효율 향상, 전기 소비량 감소, 제품 성능 향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요. 결국 3나노 반도체의 도입은 반도체가 이용되는 가정용 전자제품(컴퓨터,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비롯해 AI,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스마트폰 등 모든 전자제품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즉, 3나노 반도체의 등장은 고성능, 초소형, 초경량, 저전력으로 혁신될 제품들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죠.
3나노 반도체, 4차 산업혁명의 쌀이 되다
반도체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핵심 부품으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반도체는 웨이퍼(Wafer)라고 하는 CD 모양의 판 위에 칩 100~500개 이상을 탑재해서 만듭니다. 이 칩 하나에는 전류나 전압의 흐름을 조절하는 소자인 ‘트랜지스터(transistor)’가 10억 개 이상 들어있죠.
반도체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중간 물질로 바뀌게 되어 말 그대로 ‘반도체’라고 불리는데요. 쉽게 말해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의 사이의 ‘전기 전도도(전기가 흐르는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반도체의 성능은 웨이퍼 하나에 얼마나 많은 칩(트랜지스터)을 넣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더 많은 칩이 들어갈수록 전기신호의 전달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정보처리 속도 또한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3나노 반도체는 반도체 칩 안에 있는 회로의 간격(선폭)을 현재의 5㎚(5나노 반도체)에서 3㎚로 사이즈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인데요. 3나노 반도체는 5나노 반도체보다 칩 면적이 16% 이상 줄어들게 돼 그만큼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습니다. 3나노 반도체는 5나노 반도체에 비해 소비 전력을 45% 절감할 수 있고, 정보처리속도를 23% 향상시킬 수도 있죠. 즉, 3나노 반도체는 고성능, 저전력 제품을 탄생시킬 차세대 반도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 ㅣ 최은수 ㅣ 미래 경영전략학 박사·MBN 보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