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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ta

단순 업무 맡는 AI, 은행원은 뭘 할까요?

2019.08.06

인공지능(AI)은 더는 우리에게 낯선 기술이 아닙니다. 3년 전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는 한국에서 인공지능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최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공지능 분야 육성을 강조했습니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촉망받는 기술로 떠올랐습니다.

몇 해 전부터 금융사들은 앞다퉈 인공지능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제 은행에 가면 인공지능 로봇이 금융 상품을 안내합니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 시간이나 날씨 등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챗봇’이 금융 상담과 상품 거래를 도와줍니다.

여러 산업에서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지만, 금융권이 서둘러 인공지능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창구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용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하고 은행 입장에선 비용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챗봇’의 수준이 곧 금융사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금융 상담은 금융사 업무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실 상담 업무는 금융사의 ‘계륵’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질 좋은 상담은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질의응답 업무에 큰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명 ‘진상’ 고객들이 늘어나며 감정 노동자의 업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챗봇을 도입하는 이유입니다. 인공지능 챗봇은 저비용 고효율로 사람이 해오던 금융 상담 업무를 대신 수행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은행 수천 명의 콜센터 직원, 기계로 대체될 수 있어”

“미국 은행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기계를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경험을 변화시키거나 개선할 수 있다.”(Tens of thousands of people working in the US bank’s call centers are likely to be replaced by machines that can radically change or improve customers’ experience while cutting costs.)

씨티크룹(Citigroup)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코뱃(Mike Corbat)은 미국은행의 콜센터 직원을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씨티그룹은 그동안 기술 개발을 위해 연간 80억 달러(한화 약 9조 6,000억 원)를 투자해왔습니다. 씨티그룹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 체이스 은행 다음으로 큰 미국의 3대 은행 지주 회사입니다.

물론 향후 콜센터 전 직원을 완전히 대체할 계획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얼만큼의 콜센터 일자리가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은행 카드 교체와 같은 30개의 일반적인 고객들의 요구 사항은 대처하기가 매우 쉽다고 언급했습니다. 게다가 투자은행(IB) 부문의 운영 인력 1만 명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음도 시사했습니다.

물론 향후 콜센터 전 직원을 완전히 대체할 계획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코뱃 CEO는 “사람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항상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콜센터 직원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예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씨티그룹의 전 CEO인 비크람 팬디트도 은행 업무의 3분의 1은 5년 이내에 인공지능으로 대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수석경제학자 디지털 복제해 고객 상담에 활용

콜센터 상담 일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재밌는 실험 정도의 이유는 아닐 겁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경우 우선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주니퍼 리서치(Juniper Research)는 챗봇이 2020년까지 전체 고객 서비스의 85%를 처리해, 은행의 비용 절감 규모는 2017년 2,000만 달러에서 2022년에는 80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음성 인식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콜센터에서 사람 직원의 역할은 더 축소되고 있습니다. 가령 스타트업 ‘핀드롭(Pindrop)’은 고도의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유통 업체의 콜센터를 스마트하게 바꿔주고 있습니다.

캐나다 왕립은행(RBC)은 인공지능 비서 노미(NOMI)를 내놓은 후, 첫 8개월 동안 약 2억 개의 고객 요청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고객의 모바일 뱅킹 앱 접속 빈도가 평균 주 3회에서 5회로 증가하고 예금 계좌 수도 20% 증가했습니다. 챗봇의 고객 대응은 90%가량 정확도를 보이는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용카드 고객 문의 내용을 130개 이상의 사례로 분류해 프로그래밍한 결과입니다.

해외 금융사에서는 고객 상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 적용을 연구 중입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뉴질랜드 인공지능 벤처 기업 페이스미(FaceMe)는 UBS의 수석 경제학자 다니엘 칼트(Daniel Kalt)를 디지털 복제해 고객 상담 업무에 투입하고자 공동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칼트의 아바타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칼트 본인이 직접 훈련을 시켰습니다. 

“IT 회사에서 겸업해도 된다” 미즈호 은행의 도전

금융 시장에서 인공지능의 본질과 쓰임새는 광범위합니다.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일자리를 둔 낙관론과 비관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단순 업무와 감정 노동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보다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게 된다는 낙관론부터 모든 일자리를 인공지능에 빼앗기고 일자리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비관론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확실한 건 낙관론이나 비관론이 아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생할 것이란 사실입니다. 공생하는 동안 인간은 인공지능이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시급한 일입니다.

철학, 윤리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 전문가를 육성해야 합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가운데, 인간은 더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은행원들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챗봇, 셀프 서비스 플랫폼 등이 금융권에 빠르게 퍼지자 이에 맞춰 은행원 교육 프로그램도 바꾸는 것입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500명 이상 은행원에게 디지털 전도사, 스크럼 마스터 등 13개 새로운 역할에 필요한 기술을 재교육하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전도사는 고객이 DBS 디지털 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홍보 행사를 매달 개최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크럼 마스터는 프로젝트 업무를 동료직원에게 맡기되 전체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지원 업무를 수행합니다. 싱가포르 화교 은행(OCBC)은 은행원뿐 아니라 노년층 고객들에게 디지털 키오스크 이용 방법을 교육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일본 3대 은행 그룹 중 하나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FG)은 산하 은행과 신탁 은행 직원 6만여 명을 대상으로 겸업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3대 은행 그룹 가운데 전사적으로 직원의 겸업 금지를 푸는 것은 미즈호가 처음입니다.

미즈호의 겸업 허용은 미즈호 사원 신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개념입니다.

미즈호가 직원의 다양한 근무 형태를 인정하기로 한 것은 회사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IT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능력을 함양해서 은행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길 기대하는 겁니다.

“컴퓨터는 놀랍게 빠르고 정확하지만, 대단히 멍청하다. 사람은 놀랍게 느리고, 부정확하지만 대단히 똑똑하다. 이 둘의 힘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입니다. 인공지능과 사람은 상호 배척이 아니라 상호 협력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금융권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한다면 더 나은 세상의 일자리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을까요?

글 l 김지혜 l 전자신문 금융 IT 전문기자 (저서: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 금융 지도)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