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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ta

AI 로봇 아티스트 시대의 도래

2019.04.09

영국 남서부 콘월(Cornwall) 지역에 위치한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는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데스피안(RoboThespian)’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업체입니다. 내부 골격 일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사람을 닮은 용모 덕분에 로보데스피안은 일찍부터 로봇 전시회나 공연 무대에 올라 관람객과 간단하게 소통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엔지니어드 아츠는 지난해부터 특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아트 갤러리 운영자 ‘아이단 멜러(Aidan Meller)‘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인공지능 로봇 ‘아이다(Ai-Da)’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옥스퍼드대, 골드스미스 컬리지, 리즈대 출신의 엔지니어들과 프로그래머들도 참여해 인공지능 관련 프로그래밍과 로봇 팔 제작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 아이다는 영국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 혹은 에이다 바이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1815년부터 1852년까지 짧은 생을 살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사용되는 루프, GOTO 문, IF 문과 같은 제어문의 개념을 고안,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습니다.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다는 로보레스피안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컴퓨터 비전 시스템, 로봇 팔이 장착될 예정입니다. 피부는 말랑말랑한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며 치아와 잇몸은 3D 프린팅으로 제작됩니다.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머리카락으로 눈썹을 하나하나 붙여가면서 실제 여성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아이다는 눈에 탑재된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화하고 있는 인물의 얼굴 특징을 재빨리 파악, 초상화를 제작합니다.

아이단 멜러는 아이다를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울트라 리얼리스틱 로봇 아티스트(the world’s first AI ultra-realistic robot artist)’라고 부르며 실제 인간 아티스트처럼 활동해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화가처럼 창의성을 갖춘 존재로 만들겠다는 것이죠.

l 인공지능 로봇 ‘아이다’의 이미지 (출처: https://aidanmeller.com/)

아이다는 올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입니다. 올해 5월 옥스퍼드대에서 열리는 ‘Unsecured Futures’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며 이어 비틀스 멤버인 존 레논의 부인이자 행위예술가로 유명한 오노 요코의 ‘컷 피스(Cut piece)’ 헌정 무대를 가질 예정입니다. 컷 피스는 오노 요코가 1965년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부른 후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가위로 자르도록 한 퍼포먼스입니다. 아이다가 그린 그림은 올해 11월 런던 전시회에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예술가인 아이다의 등장 소식에 일각에선 인공지능 로봇이 화가들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예측이 다소 지나칠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 미술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작년 10월 25일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의 초상’이라는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에 올랐습니다. 경매 전문가들은 당초 이 그림의 낙찰가를 7000~1만 달러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확 바뀌었습니다. 화가가 그렸다면 별 관심을 끌지 않았을 이 초상화는 경매 사상 최초의 인공지능 아트라는 프로모션 덕분에 무려 43만 2500달러에 낙찰가가 결정됐습니다.

낙찰가가 이처럼 높은 선에서 결정되자 뒷말도 따라 나왔습니다. 원래 이 작품은 3명의 젊은 학생들로 구성된 프랑스 인공지능 미술 그룹 ‘오비어스(Obvious)’의 창작물입니다.

l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 (사진: 크리스티)

오비어스는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라는 엔지니어가 설계한 것입니다. GAN은 ‘생성자(generator)’와 ‘분류자(discriminator)’라는 2개의 네트워크가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까지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법을 말합니다.

오비어스의 작품 이름인 (에드몽 드) 벨라미는 프랑스어로 바로 ‘좋은 친구(bel ami)’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작품의 이름을 이같이 정한 것도 굿펠로우에 대한 헌정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을 놓고 뒷말이 나온 것은 오비어스보다 먼저 GAN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공지능 미술 작품을 만들고 관련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는 에드몽 드 벨라미 초상화 제작 당시 불과 19세에 불과했던 로비 바렛(Robbie Barrat)이라는 청년입니다. 나름 지금은 유명 인사가 됐지만, 그는 오비어스보다 먼저 GAN 알고리즘을 활용해 누드와 풍경 연작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면서 활용했던 알고리즘과 코드, 그리고 AI 미술 작품을 개발자 공유 사이트인 ‘깃허브(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오비어스의 핵심 멤버이자 머신러닝을 전공하고 있던 박사 과정(ENSTA ParisTec) 학생인 ‘위고 까셀레-듀프레(Hugo Caselles-Dupré)가 에드몽 드 벨라미 초상화 제작에 활용한 것이죠.

l 로비 바렛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만든 인공지능 누드화 (출처: https://robbiebarrat.github.io/)

오비어스가 로비 바렛이 공개한 오픈소스 코드를 활용해 인공지능 미술 작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순수성과 창의성을 의심받게 됐습니다. 결국 오비어스는 나중에 로비 바렛의 코드를 일부 수정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시인했지만 많은 이들의 눈총을 받은 후였습니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 미술의 창의성 논란에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올해에도 인공지능 미술 작품에 대한 경매가 성사됐습니다.

지난 3월 6일 소더비 경매 시장에 독일 인공지능 아티스트인 ‘마리오 클링게만(Mario Klingemann)’이 제작한 ‘행인의 기억 I(Memories of Passerby I)’이라는 인공지능 미술 작품이 경매에 오른 것입니다. ‘행인의 기억 I’는 소더비 경매에서 4만 파운드(약 6000만 원)에 팔렸습니다. 오비어스 작품보다는 훨씬 싸게 팔린 셈입니다.

이 AI 미술 작품은 2개의 스크린 위에 남성과 여성의 인물화가 그려져 있는데, 일반적인 회화 작품과 달리 정지 화면이 아니라 몇 초 간격으로 인물의 표정이 계속 바뀌는 동화입니다. 얼굴이 바뀌면서 인물의 눈, 코, 입이 2개 또는 3개 중첩되는 기괴한 순간도 생깁니다.

2개의 스크린은 탁자와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탁자는 그냥 탁자가 아니라 사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입니다. 이 컴퓨터 안에 있는 인공지능이 몇 초 간격으로 인물의 표정을 바꿔 갑니다.

마리오 클링게만은 이 미술 작품 제작을 위해  프랑스 인공지능 미술 그룹 ‘오비어스’와 마찬가지로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미술가들이 그린 그림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켰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혼자 있으면 순간순간 바뀌는 인물화를 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오로지 관람객 한 사람만을 위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죠.

l 행인의 추억 (출처: 소더비 홈페이지 https://www.sothebys.com/)

실제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미술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향후 3~5년 내 AI 미술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 전체 미술 시장에서 인공지능 미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에는 렘브란트나 빈센트 반 고흐처럼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로봇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미 네덜란드 렘브란트 미술관과 네덜란드 공대 등의 전문가들은 ‘넥스트 렘브란트’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렘브란트 풍의 미술 작품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백 년 전에 죽은 렘브란트가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한 것이죠. 연구진은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과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색채와 구도는 물론 유화 특유의 질감까지 렘브란트 화풍으로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l 클라우드 페인터 (사진: 클라우드 페인터 홈페이지)

인공지능 미술이 부상하면서 인공지능 미술을 구현할 수 있는 로봇 경진대회인  ‘로봇 아트(Robot Art)’ 대회도 지난 2016년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는 여러 대학과 기업들, 그리고 화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고 작품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8 로봇 아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클라우드 페인터(Cloud Painter)는 화가 겸 SW 개발자인 ‘핀다르 반 아만(Pindar Van Arman)’과 조지워싱턴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인데, 머신러닝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3D 프린터처럼 클라우드 페인터는 실제로 캔버스에 재빨리 유화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로봇 아트 창시자인 앤드류 콘루(Andrew Conru)는 “로봇 예술 및 알고리즘과 같은 새로운 기술 도구가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예술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미래 인공지능 미술 시장을 겨냥해 관련 솔루션을 내놓은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GPU 업체인 엔비디아는 최근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GPU Tech Conference)’에서 거친 스케치를 사진 수준의 세밀한 풍경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이미지 크리에이터 ‘GauGAN(고갱)’을 공개했습니다.

l 엔비디아의 이미지 크리에이터 ‘GauGAN’ (출처: NVIDIA Research)

GauGAN은 유명 화가인 고갱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GAN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GauGAN은 몇 가지 형태와 선을 제시하면 영화 수준의 고품질 이미지로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예술가, 건축가, 영화 제작자 등이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고화질의 가상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 측의 설명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아트는 미술의 중요한 한 장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백남준이 디지털 시대 문명의 이기인 TV와 비디오를 이용해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처럼 많은 예술가가 인공지능을 자신의 미술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화가의 자리를 빼앗기보다는 그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공지능 미술은 그동안 화가들과 화랑에만 국한됐던 미술의 창작 및 소비와 유통을 일반인에게 확대하면서 미술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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