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운전하면 자동차가 주행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친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인 comma.ai의 창업자인 조지 핫츠(George Hotz)가 딥러닝 기반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선보이며 한 말입니다.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동차를 운전자가 주행하면 인공지능이 서서히 사람이 운전하는 방식을 깨우쳐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발전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실제 comma.ai는 지난 2016년 3월 이런 방법으로 4주 만에 자율주행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자동차에 탑재했으며 10시간 동안의 학습으로 기본적인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해 냈습니다. 고가의 특화 센서를 사용하지 않고 총 1,000달러 이하의 범용 센서만으로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주목받는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 기술
이렇듯 최근 딥러닝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특화 센서와 자동차 분야의 전문가가 중심이되 구현되었던 자율주행 기능이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가의 범용 센서를 활용하면서도 구현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엄청난 투자와 연구 기간 동안 기술을 구축해온 거대 IT 기업 및 완성차 제조사들의 기술 장벽이 빠르게 허물어 지며 인공지능 역량을 확보한 신생 스타트업 및 연구소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자동차 산업 분야의 전문성(Domain Knowledge)에 기반해 산업을 주도했던 기업들의 주도권이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스타트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자동차 산업 보다 일찍 딥러닝 기술 적용이 이루어진 언어 인식 분야의 경우 기술 구현의 핵심이 언어학자에서 딥러닝 전문가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언어학자를 1명씩 해고할 때 마다 언어 인식률이 1%씩 향상된다.’라고 까지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즉,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이 기존 산업 내 경쟁의 핵심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며 자율주행 기술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자율주행 분야에 적용되며 향후 이러한 기술 경쟁의 혁신적 변화를 더욱 가속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율주행 분야의 선행 연구소들은 이미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관계형 추론(Relational Networks), 지능 이식(Transferring Intelligence)과 같은 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연구들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특히, 이들 연구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학습, 추론, 예측하는 과정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이들 연구가 자율주행 기술에 접목 될 경우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며 주행하는 자동차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자율주행 분야의 기업들은 자동차 분야의 전문 역량 보다는 딥러닝과 관련된 인공지능 역량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실제 오랜 시간 동안 산업 내 주도권을 가졌던 완성차 제조사들도 이러한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을 시작으로 빠르게 딥러닝 관련 기술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분야 기업들의 전망
GM, 포드 등과 같은 기업들은 약 1조원 규모로 딥러닝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했고, 도요타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 전용 연구소 및 투자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노력은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스타트업들과 기존 완성차 제조사들과의 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에는 이러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또한 기업들은 구현된 자율주행 지능을 학습 시키기 위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함께 수립해야 합니다. 딥러닝 등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은 기계 학습 과정에 활용되는 데이터에 따라 그 성능이 결정되는데요. 따라서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자율주행 지능을 고도화 시키는 기업이 향후 경쟁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방대한 데이터가 단순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주행 상황이 지속되는 많은 양의 데이터 보다는 비나 눈이 내리는 상황과 같이 주변 환경의 인식이나 차량 제어가 어려운 상황의 주행 데이터가 자율주행 성능을 더욱 고도화 시킬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러한 다양성을 갖는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수 많은 상황(edge cases)들 까지도 대응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경쟁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미 comma.ai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은 기술 구현 초기부터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들이 소수의 테스트 차량을 통해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비해 이들 기업들은 수천, 수만 대의 차량 및 참여자를 통해 데이터를 동시 다발적으로 수집하고 있는데요. 이런 방식은 후발 주자가 단시간에 확보할 수 없는 방대하면서도 매우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딥러닝 기술만으로 상용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실제 산업 내 주도권을 가져온 자동차 제조사들은 안전성 등을 이유로 그 동안 새로운 기술 혁신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기반해 빠르게 출현하고 있는 신생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시장에 우선 출시해 데이터를 수집하며 동시에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완성차 업체도 기술 상용화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안전성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하지만 기존과 같이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검증 후 시장에 출시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인데요. 이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이 반복될수록 기능이 향상되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의 특성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부 제한된 기능을 시작으로 기술을 빠르게 시장에 출시하면서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수집되는 데이터를 통해 기술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고도화된 기능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선순화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l 이승훈 책임연구원(shlee@lgeri.com) l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