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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핵심 소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기술, 블록체인

2020.08.06

영화 ‘기생충’의 충격적인 사건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재수생인 기우가 부잣집 과외를 하기 위해서는 명문대에 다닌다는 거짓 증거가 필요했죠. 기우의 동생 기정은 재학 증명서를 위조해 기우가 고액 과외를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버지인 기택은 이 장면을 보고 “서울대 문서 위조 학과 뭐 이런 거 없냐?”라는 말을 하기도 하죠. 이들이 학력을 위조해 박 사장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 모든 사건이 시작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문서를 위조하는 장면이 크게 놀랍게 다가오진 않았는데요. 실제로 학력 위조와 관련된 사건들을 우리는 그 동안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유명인들의 학력, 경력 위조 사실이 밝혀져 구설에 오르고 사회에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죠. 학벌 중심 풍토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더 나은 학력으로 본인의 가치를 높이고 싶었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범죄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러한 문서 위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는 올해 2월 학•석•박사 졸업생 828명 전원에게 블록체인 기반 졸업 증명서를 발급했습니다. 졸업 예정자들은 이메일과 개인정보 인증이 완료된 메신저를 통해 안내문을 받은 뒤, 학교에 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졸업장을 수령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이보다 앞선 2017년에 대학 최초로 졸업생 111명에게 블록체인 졸업장을 발급했습니다. 졸업생들은 앱을 통해 변조 방지 버전의 증명서를 고용주, 학교, 가족 및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고 합니다.

l 블록체인을 활용한 MIT 학위 졸업증서 (출처: MIT News, https://bit.ly/3fdKhI6)

블록체인에 기록된 학위 정보가 수정, 삭제되면 그 조작의 흔적도 기록되기 때문에 학력 정보를 위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필요할 때마다 학교나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찾아 다니는 번거로움 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빠르게 정보의 확인이 가능하여 더욱더 편하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좀 더 빨리 보편화했다면 영화 ‘기생충’의 부잣집 주부 연교는 앱을 통해 과외 선생님의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었겠죠?

블록체인은 이렇게 금융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의 신기술과 융합되어 시너지를 내고 있는데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원 증명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DID(Decentralized ID) 즉, 분산 신원확인은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의 신원을 증명하는 새로운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개인정보를 특정 기관에서 보관•증명하고 있었다면, DID는 각 개인이 DID 신분증을 발급받고 해당 신분증 발급내역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분산 저장되게 됩니다. 이후 개인은 신원 증명이 필요한 상황에 따라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고, 블록체인에 저장된 발급내역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죠.

통일된 DID 표준이 구축되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사원증 등 발급 기관별로 상이한 증명서 발급이 필요 없어지고, 여권이나 국제운전면허증을 따로 발급받지 않아도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나의 신원을 증명할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하겠죠?

또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해지는 시대에 개개인 자신의 정보에 완전한 통제권을 갖게 하고, 비대면 인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신분증을 사용할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네요.

최근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 한 유치원 급식을 통해 퍼지게 된 사건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는데요. 감염된 사람 중 일부는 투석 치료와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HUS는 심각한 전염병입니다.

사실 HUS 외에도 광우병, 조류독감, 살충제 계란 등 지속해서 식품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 꾸준히 발생해 우리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건,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그 원인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추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식자재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원산지•가공 일자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어떤 상태로 보관•이동되었는지 유통과정에서의 상태도 알 수가 없고 또한 생산자나 유통업자가 이러한 정보를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상황이죠. 눈치채셨나요? 블록체인이 이런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왜 식중독이 일어났는지 곧바로 파악되고, 심지어 예방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산자는 생산과 관련된 수확이나 도축 정보, 재배나 사육 방식 등을 배송, 유통, 가공, 판매자 등 블록체인 참여자들에게 공유합니다. 배송, 유통업자들은 유통 방식, 경로, 식품의 상태를 공유합니다. 가공, 판매업자들은 판매 환경의 데이터를 공유합니다.

단계마다 블록들이 추가되고 이전 블록들을 참조하고 있어 조작이 어렵고, 소비자는 식자재의 ‘생산 → 가공 → 판매 → 구매 → 소비’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LG CNS도 검증된 블록체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농산물 유통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 전 단계 정보를 관리해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IoT 기술을 활용해 농산물 상태를 실시간 자동 수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유도해 유통•판매 시스템도 고도화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농산물이 블록체인으로 철벽 관리되어 모두가 안심하고 식탁에 올라온 음식을 먹게 되는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다음으로는 코지와도 관련 있는 ‘기부’활동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몇몇 비영리단체와 시민단체의 횡령이나 투명하지 않은 회계 관리 등의 뉴스를 보면서, 기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기부의 필요성은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내가 기부한 만 원이라는 돈이 정말 그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얼마나 갔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마련이죠. 물론 기부금 운용기관의 운영비 사용은 필수적이지만, 기관의 대표가 출장을 다닐 때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다녔다는 뉴스 등을 자주 접하게 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기부 문화에 큰 타격을 줄 수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이런 불신의 분위기 속에서, 투명한 기부 문화를 다시 구축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UN은 세계 식량 계획(World Food Programme)을 통해 요르단에서 만 명 이상에게 지원금을 분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했는데요. 이 프로젝트 이름은 ‘빌딩 블록스(Building Blocks)’입니다.

난민들은 카드나 현금 없이도 생체정보(홍채인식)를 바탕으로 지원금을 사용해 필요한 식량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난민의 구매 내역은 이더리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기록됩니다. 기부금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거래시간도 단축되어 무척 효율적이라고 하네요. 또한 난민 신원 확인에도 블록체인 기반 ID 관리 솔루션을 접목한다고 합니다.

l WFP 직원과 파키스탄 신드(Sindh)주의 우메르콧 지역 빌딩블록 수혜자들 (출처: WFP/Houman Haddad)

기부에 참여하는 개인•단체, 정부나 공공기관 등의 참여자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누가 어느 지역에서 기부하고 그 돈이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사용되는지, 기부의 모든 과정이 참여자들에게 공개됩니다. 한번 기록된 데이터는 삭제나 편집될 수 없기 때문에 투명성이 더욱 확보될 수 있죠.

우리나라 정부도 블록체인 핵심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하고 있는데요. 과기정통부는 2019년 시범사업으로 구축한 기부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해 모금부터 수혜자 전달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부자가 모바일로 기부 집행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 더 많은 사람이 다시 기부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연결과 협업이 중요한 요즘의 산업환경에서 중앙 집중 방식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IoT, AI, 빅데이터 등 타 기술과 접목해 실용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초연결 비대면 사회의 기반이 될 블록체인의 기술에 대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나요?

글 l LG CNS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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