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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는 왜 기술 용어가 되었을까?

2019.09.10

수경재배(Hydroponics)는 ‘흙 대신 영양소가 용해된 물을 이용해서 식물을 생장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낯선 용어는 아니지만 선호되는 개념도 아니었습니다. 세부적인 재배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쉽지 않으며, 병원균 오염의 속도도 빠른 등 여러 단점이 경작에 비해서 큰 이점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농지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의 감소로 수경재배는 식량 확보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l 아이언 옥스의 수경재배 로봇 (출처: http://ironox.com/)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6억 명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식량 부족을 해결하려면 식량 생산을 지금보다 70% 이상 늘려야 하는데, 육지 면적의 40%가 이미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으며, 농토를 만들려면 숲을 파괴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흙이 필요하지 않은 수경재배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수경재배는 비용과 관리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해결을 위해 투자가 집중된 것이 바로 데이터, 로봇, 머신러닝,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분야입니다.

마켓 리서치 퓨처(Market Research Future; MRF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수경재배 시장은 2022년까지 272억 9,00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6.39%이며, 지역별로는 유럽이 5.28%, 북미 지역은 9.1%, 그 밖에 지역은 평균과 비슷한 성장을 보일 거로 예측했습니다. 

계속 성장하는 수경재배 시장

유럽의 연평균 성장률이 북미 지역보다 낮은 이유는 이미 수경재배가 고도화 단계에 이르러서입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국토 면적은 경상도보다 조금 큰 정도지만, 농업 수출은 8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다음의 2위입니다.

l 수경재배 농장 (출처: https://zipgrow.com/zipfarm/)

좁은 국토 탓에 온실의 90%가 수경재배로 이뤄지고, 그만큼 수경재배 기술도 발달한 결과죠. 네덜란드의 발달한 수경재배 모델이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전 세계 시장의 약 50%를 유럽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토 면적이 넓은 북미 지역은 수경재배만 고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까지 수경재배 식물이 유기농 농산물로 인정받지 못했고, 유기농 인증은 땅에서 자란 농산물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증가하는 유기농 농산물 수요를 따라가기에도 수경재배에 관한 관심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수경재배 농장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성 향상과 토지 오염 없는 건강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인식이 변화했습니다. 마침내 미국 농무부는 2017년부터 수경재배 식물도 유기농 인증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수경재배 산업에 대한 투자와 인식 개선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미국은 수경재배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 양상은 수경재배 산업의 범위를 급속도로 확장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수경재배가 일반적인 경작보다 나은 효율성을 지닐 수 있게 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수경재배의 단점을 해소하면서도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당연했죠. 현재는 향상한 효율성을 기반으로 소형화, 개인화, 서비스화까지 이뤄졌으며, 대기업이나 대규모 농장보다는 스타트업의 참여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참여로 변화를 겪는 수경재배 시장

캐나다의 스타트업, ‘어번 컬티베이터(Urban Cultivator)’는 부엌에 설치하는 인도어 가든(Indoor Gardens)을 개발합니다. 인도어 가든은 가정용과 상업용으로 나뉩니다. 가정용은 최대 8개의 트레이, 상업용은 64개의 트레이에서 허브와 새싹채소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전기와 물만 공급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기반의 스타트업인 ‘시도(Seedo)’도 어번 컬티베이터의 인도어 가든과 비슷한 수경재배 박스를 개발했습니다. 최적의 생산 효율을 위해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식물의 전체 성장을 자동화했고, 허브와 새싹채소만 기를 수 있는 어번 컬티베이터의 제품과 달리 토마토, 셀러리, 피망과 같은 채소와 딸기와 바나나, 심지어 아이리스나 튤립과 같은 꽃까지 기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l 어번 컬티베이터 (출처: http://www.urbancultivator.net/kitchen-cultivator/)

어번 컬티베이터와 시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동화한 수경재배 기술은 화분이나 텃밭을 대신할 일종의 주방 가전으로 발전하는 추세입니다. 중요한 건 개인화한 가전이면서 수경재배 발전에 도움을 주는 IoT 역할을 함께 겸한다는 거죠.

시도는 완전히 자동화한 시스템에서 수집한 다양한 식물의 성장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강화해 더 많은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해서 연구와 개선, 자동화 시스템을 최적화합니다.

전 세계 공급한 수천 개의 장치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공간 내부의 조명, 온도, 습도의 모니터링만 아니라 자동 조절까지 연결된 장치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작동하며, 가정만 아니라 대규모 생산 시설에서도 효율적인 수경재배가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장치를 통해 많은 식물을 키울수록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강화하고, 가정과 대규모 시설에서 원하는 식물을 인간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변화하는 수경재배의 생산 개념

수경재배의 생산 개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수경재배는 수직 농장(Vertical Farming)이 선호되었습니다. 부족한 농경지 대신에 다층 건물과 같은 구조로 식물을 재배하면 더 많은 양을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수직농장은 실내에 있어서 온도, 습도, 빛, 물 등 식물이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고, 그만큼 식물의 성장 속도도 빨라서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생산할 수 있죠. 하지만 수경재배가 개인화함에 따라서 수직농장의 한계가 나타났습니다.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고자 수직형 장치를 들이기에 부엌은 좁고,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번 컬티베이터나 시도의 제품처럼 작은 와인셀러 정도 크기의 장치가 가정용으로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작은 크기로 다양한 종류를 한꺼번에 키우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거죠.

l 시도 (출처: https://www.seedolab.com/)

로터리 하이드로포닉스(Rotary Hydroponics)는 미국 항공 우주국(NASA)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하려고 개발한 수경재배 기술입니다. 회전식 장치에서 식물들이 계속 원을 그리면서 돌게 되는데, 작은 공간에서 많은 식물에 골고루 빛을 전달해 키우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식물을 원형 구조물에서 돌리는 건 일반적인 수경재배보다 식물 성장을 더 빠르게 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장치의 바닥에서 식물이 회전하다가 뿌리가 닿을 때만 필요한 만큼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게 함으로 생산 비용도 낮습니다.

호주의 스타트업 베이스(Bace)가 만든 로토팜(Rotofarm)은 개인화한 로터리 하이드로포닉스 장치입니다. 부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스테인리스 스틸, 실리콘, 강화 유리를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프레임 중앙의 LED 튜브는 햇빛을 모방했지만, 더 붉은빛으로 광합성 속도를 증가시켰다고 회사는 설명했습니다. 모바일 앱을 사용하면 서로 다른 식물에 따라 제공하는 빛을 조절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 4개의 구역으로 나뉩니다. 독립적인 구역은 4개지만, 총 16가지 식물을 키울 수 있습니다.

l 베이스의 로토팜 (출처: https://bit.ly/2KKLzhU)

로터리 하이드로포닉스는 초기 비용 문제로 NASA의 계획처럼 우주에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우주 식량 재배도 수직농장으로 방향이 전환되었죠. 그러나 개념에 매료된 엔지니어들이 로터리 하이드로포닉스를 연구했고, 로토팜과 같은 장치를 우주에서보다 지상에서 더 빨리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로토팜은 이번 달에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합니다. 펀딩 여부에 따라서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수경재배 시장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지점에서 로터리 하이드로포닉스는 눈길을 끄는 개념이고, 베이스 외에도 여러 회사가 로터리 하이드로포닉스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서 빠른 발전이 예상됩니다.

이처럼 수경재배의 발전은 기술 발전과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애그리테크(AgriTech)’의 세부 분야로도 분류하지만, 수경재배가 다음 단계로 내딛으려면 다양한 기술 역량이 요구되므로 이미 하나의 기술 용어이자 기술 스타트업의 한 축, 거대한 기술 산업으로 인식되게 된 것입니다.

이는 공장화한 수경재배 농장만 아니라 가정에서 수경재배 기술에 접근하게 하는 개인화, 효율성을 높이는 데이터 과학과 AI, 기계공학, 그리고 이것들을 연결하는 초연결까지 마치 거대한 농장을 분산해 누구나 소유하게 되는 지점까지 발전할 거로 전망합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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