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중 하나는 메신저입니다. 문자로 대화를 전달하던 메신저는 이제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웹에서 주로 사용하던 인스턴트 메신저는 모바일 메신저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더 많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과 영상 전송은 물론, 송금도 가능하고 기프티콘 같은 선물도 보낼 수 있습니다. 메신저는 금융, 미디어, 게임 등 여러 산업에 활용되면서 기술과 비즈니스의 진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대화의 발전
온라인 메신저의 탄생은 인터넷 기반의 인스턴트 메신저입니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1990년대 후반에 등장했습니다. AOL, MSN 등 수많은 메신저가 등장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도 타키, 네이트온, 버디버디 등 다양한 메신저가 탄생했습니다. 초기에는 텍스트만 보낼 수 있었지만, 음성과 비디오 등 각종 파일 전송이 가능한 메신저도 등장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2010년대부터는 모바일 메신저가 등장했습니다.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등장하고 10월엔 네이트온이 모바일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2011년엔 네이버톡, 라인 등 네이버에서 개발한 메신저가 선을 보였습니다. 페이스북과 구글 행아웃, 텔레그램 등 해외 IT 기업의 메신저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모바일 메신저는 대표적인 앱 서비스가 됐습니다.
많은 사람이 전화나 문자 대신 메신저로 대화하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모바일 메신저는 이제 일상의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이용이 늘며 상대적으로 음성통화 이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는 비중이 음성통화에 비해 높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음성통화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축에 자리한 모바일 메신저는 여러 서비스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메시징 기술의 진화
과거 메신저는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한 기본 채팅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통적으로 메시지 전달은 TCP/IP, HTTP를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HTTP보다 가벼운 MQTT(Message Queuing Telemetry Transport) 프로토콜이 등장해 메신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MQTT는 브로커 패턴(Broker Pattern)을 사용한 프로토콜로 1999년 IBM에서 개발해 지속해서 버전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MQTT는 높은 전력과 대역폭이 필요한 HTTP와 다르게 낮은 전력과 대역폭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폰, IoT 기기 등에 최적화된 가벼운 메시지 프로토콜입니다.
HTTP의 경우 메시지를 교환할 때 클라이언트가 메시지를 서버에게 주고 서버는 누가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전달받아 서버가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합니다. MQTT 방식은 다자간 채팅 환경에서 각 채팅방을 하나의 토픽으로 지정합니다.
MQTT는 브로커(Broker)와 발행자(Publisher), 구독자(Subscriber)로 구분합니다. 발행자가 토픽(Topic)을 발행하고 구독자는 토픽을 구독하는 구조입니다. 토픽에 변화가 생기면 브로커를 통해 구독자에게 변화를 알려줍니다. 브로커는 발행자와 구독자 사이에서 토픽을 구독하는 클라이언트 전체에 정보를 푸시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브로커가 채팅에 참여한 사용자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부하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페이스북은 일찌감치 페이스북 메신저에 MQTT를 도입했습니다. 2011년 MQTT를 도입해 앱과 푸시 서버 간 전송은 물론 웹, 모바일 간 전송 등 여러 플랫폼을 연결하면서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채팅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메시징 프로토콜에 관한 개발은 물론 메신저를 구축하는 방식과 보안에 대한 기술 발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메신저부터 직접 메신저를 개발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 메신저까지 다양한 메신저가 있습니다. 구글을 비롯해 슬랙,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 기업과 많은 스타트업이 여러 메시징 툴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픈소스 접근법을 취하기도 합니다. 매터모스트(Mattermost), 로켓닷챗(Rocket.Chat)과 같은 서비스는 오픈소스 기반의 메신저로 기업이나 개인 사용자가 원하는 메신저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반적으로 바로 도입해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가 있지만 오픈소스 메신저를 찾는 수요 역시 꾸준합니다. 오픈소스 기반 메신저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의 소유와 관리에 있습니다. 자체 메신저 환경을 구축한다면 기업이 데이터를 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데이터 소유권과 프라이버시 규정 등을 준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자체 메신저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수요가 있습니다. 또한 오픈소스를 활용할 경우 기업이 원하는 모습으로 코드를 수정하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메시징 오픈소스 기술의 발전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메신저에서 생성되고 전송되는 데이터의 중요성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비롯해 기업 보안 측면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메신저 보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메시지가 전달되는 통로(채널)를 보안 기술을 통해 보호하거나 메시지 자체를 암호화해 보안을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송 통로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지만, 최근에는 메시지 자체를 암호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최근 음성 및 영상 통화에 종단 간 암호화(End-to-End Encrypted)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줌이나 시그널 등 여러 메신저 서비스는 종단 간 암호화 방식을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보안성을 높이는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동적 블록체인 응용기술(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실시간으로 이전하는 기술)을 활용한 메시징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전송되기 때문에 메신저에서 보안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높습니다. 앞으로 더 빠르고 안전한 메시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플랫폼으로 발전한 메신저
모바일 메신저는 등장 이후 전체 IT 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다른 앱의 기능을 이용하는 서비스도 활발합니다. 대표적인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도 가능하고, 쇼핑과 송금은 물론 블록체인 기반의 NFT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메신저와 같이 상호작용이 중심인 서비스가 사람을 연결해주는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및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메신저 플랫폼으로 중국의 위챗을 꼽을 수 있습니다.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위챗은 공공요금 지불, 일반 물품 구매의 결제, 음식 배달은 물론 호텔 예약, 택시 호출 서비스 등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위챗이 다른 메신저 플랫폼과 다른 부분은 메신저 내 생태계를 별도로 구축한 점입니다. 앱인앱 서비스인 미니 프로그램을 모두에게 개방해 위챗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위챗 내에서 개발되고 사용할 수 있는 별도 서비스는 약 400만 개에 달하고 미니 프로그램을 통한 결제 거래액은 2조 위안(370조원)에 달합니다.
일본과 동남아에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라인도 각종 송금, 결제가 가능한 핀테크 영역과 원격의료, 택시 호출, 게임, 만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메신저 이상의 플랫폼 서비스로 발전했습니다.
기존 메신저 서비스는 플랫폼 영역을 굳건히 지킬 전망이고, 새로 등장하는 메신저 서비스는 업무용, 혹은 보안용 등 특화된 영역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음성 기반 메신저, 채팅 서비스도 이러한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클럽하우스를 기점으로 음성 기반 메신저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메시징 서비스도 텍스트가 아닌 음성 메신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카카오톡,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텍스트 기반 메신저가 대세지만, 음성 메신저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을 평면적인 2D 채팅이라고 하면, 음성과 비디오를 결합한, 여기에 더 나아가 아바타를 비롯해 가상 객체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채팅은 메타버스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시대의 메신저는 이제 텍스트가 아닌 음성과 비디오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메신저
2000년대부터 약 20년간 이어져 온 메신저 서비스의 성장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Z세대는 차별화된 메신저 서비스에 관심을 둡니다. 최근 ‘디어유 버블’ 같은 팬덤 기반의 메시징 서비스나, 아바타를 전면에 내세워 대화하는 메신저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기업의 업무 메신저도 3D로 구현하는 페이스북의 호라이즌(Horizon),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시(Mesh) 등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 방식 자체가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텍스트로 시작된 메신저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플랫폼의 형태로 진화하고, 기술 측면에서는 음성과 비디오로 확장합니다. 여기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더해진 형태가 될 것입니다. 미래의 메신저는 플랫폼의 지위를 강화하면서, 음성과 영상, 가상현실이 혼합된 모습으로 차차 바뀌어 갈 전망입니다.
글 ㅣ 윤준탁 ㅣ IT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