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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맨해튼에서 만난 스타벅스와 아마존고

2021.12.27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지난 11월 18일 아마존의 무인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와 제휴해 뉴욕 맨해튼에 계산대 없는 테이크아웃 매장을 처음으로 개설했습니다. 이는 스타벅스 픽업(Starbucks Pickup) 서비스와 아마존 고를 결합한 신개념 매장인데요. 아마존 고의 무인결제시스템인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채택해 구축했습니다.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은 물건을 구입한 고객들이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과정 없이 바로 매장을 나오더라도 매장 안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 그리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고객이 구입한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사전 입력된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지난 11월 18일 뉴욕 맨해튼에 무인결제시스템 매장을 오픈했다. (출처: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테이크아웃 매장에 적용함에 따라 스타벅스 고객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커피나 스낵을 주문하는 것은 물론 매장에서 계산원을 거치지 않고 주문한 커피나 스낵을 바로 들고 나갈 수 있습니다. 계산원은 없지만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터는 근무하고 있는데요. 스타벅스는 아마존 고와 협력해 내년에 이 같은 매장을 2곳 정도 추가 개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에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경험했습니다. 이의 자구책의 일환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매장 수백개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타벅스가 뉴욕 한 복판에 무인결제시스템 매장을 오픈한 것은 스타벅스가 새로운 유통시스템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도입한 기업은 스타벅스에 그치지 않습니다. 영국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스(Sainsbury’s)도 최근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적용해 런던의 홀본에 무인 결제시스템 매장인 ‘스마트숍 픽앤고(SmartShop Pick & Go)’를 오픈했습니다.

영국 식료품점인 세인즈버리스는 아마존 고의 무인결제시스템인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채택한 매장인 스마트숍 픽앤고(SmartShop Pick & Go)를 오픈했다. (출처:세인즈버리스)

세인즈버리스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 매장 고객들은 입구에서 스마트폰에 설치한 ‘스마트숍 픽앤고’ 앱의 QR코드를 스캔하고 매장에 들어 갈수 있습니다. 또한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 카트에 넣고 매장을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고객들은 매장을 떠난 후 바로 앱을 통해 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류 구입시에는 별도의 ID 체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스위스 베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듀프리(Dufry AG) 그룹은 공항 등 교통 허브 시설에 여행자를 위한 편의점인 허드슨(Hudso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만 1000개 이상의 점포를 갖고 있는데요. 듀프리는 올해 1분기 미국 댈라스 러브필드공항(DAL)에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채택한 ‘허드슨 논스탑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타벅스, 세인즈버리스, 허드슨의 사례는 아마존이 다른 소매 유통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자사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보급하는 데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아마존 고 매장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소매유통 기업에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죠.

허드슨이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DAL)에 무인매장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출처: 허드슨)

블룸버그는 아마존의 이 같은 전략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아이폰이라면 저스트 아웃워크 기술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유사하다는 것이죠.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애플을 제외한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에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아마존 이외의 무인매장 또는 무인 결제시스템 매장에 공급해 보편적인 무인결제시스템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아마존의 속셈입니다.

블룸버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마존이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개념처럼 라이선스를 받고 판매하면서 SaaS 사업자처럼 막대한 수익을 챙기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인점포 또는 무인결제시스템은 코로나19 이후 비접촉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증가하고,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으로 인건비 상승과 인력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향후 무인 편의점 등 무인매장이 소매 유통 분야를 주도할 것이란 예측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리서치 앤 마켓츠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 편의점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6748만 달러에서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51.9%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16억4032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리서치 앤 마켓츠는 특히 아시아 태평양(AP) 지역 무인 편의점 시장이 전 세계 시장의 61.6%를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아마존 고와 같은 무인매장은 유행처럼 번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Tesco)는 이스라엘 기술기업인 트리고(Trigo)와 제휴해 지난 10월 런던 중심부인 하이 홀본에 최초로 계산대 없는 매장인 ‘테스코 겟고(GetGo)’를 오픈했습니다. 테스코 겟고 시스템은 카메라, 무게센서 등을 이용해 고객들이 선반에서 어떤 상품을 꺼냈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데요. 이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 얼굴 인식 솔루션을 채택하지 않고 쇼핑 고객들의 ‘독특한 골격 윤곽(unique skeleton outline)’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 테스코는 지난 10우러 런던에 계산대 없는 매장을 오픈했다. (출처:파슨스 미디어)

테스코에 앞서 아마존은 런던 일링(Ealing) 지역에 계산대 없는 ‘아마존 프레시’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독일의 할인점 체인 알디(Aldi)도 런던 그리니치에 ‘숍 앤 고(shop-and-go)’ 시범 점포을 열어 무인결제 시스템 도입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홀드 델하이즈(Ahold Delhaize) 역시 아마존 고 스타일의 매장인 ‘AH 투고(To Go)’를 확산할 계획인데, 지난 2019년 미국내 서비스 법인인 RBS(Retail Business Services)를 통해 디지털 솔루션 사업자인 UST글로벌과 제휴해 ‘런치박스(lunchbox)’라는 계산대 없는 매장을 시범 운영했습니다. 미국 거대 슈퍼마켓 사업자인 크로거(Kroger)도 케이퍼(Caper)라는 인공지능 업체와 제휴해 ‘크로고(KroGo)’의 도입 및 확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롬에 위치한 스타트업인 ‘리프스(Lifvs)’는 지난 2018년 처음으로 무인 판매점을 오픈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에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스웨덴 시장을 장악하면서 스웨덴의 식료품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을 닫자 지방이나 농촌 지역에 ‘식품 사막(food deserts)’ 현상이 극심해지는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참고로 식품 사막이란 주민들이 주변에 신선한 식품을 접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지역을 의미합니다.

리프스 창업자들은 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무인 식료품점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현재 리프스는 모듈 형태의 무인 식료품점을 스웨덴 전역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강철이나 목재로 무인 판매점을 모듈 형태로 만들어 필요한 지역에 싣고 가서 컨테이너처럼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고객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에 들어가고 무인 결제도 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리프스(Lifvs) 매장 (출처:Lifvs)

이처럼 무인매장 또는 계산대 없는 매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트리고, 케이퍼(Caper), AiFi 등 인공지능 및 IT솔루션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받고 있습니다.

케이퍼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반의 스마트 쇼핑 카트인 ‘케이퍼 카트’를 개발해 유통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카트에 물건을 실으면 빌트인 바코드 스캐너 또는 컴퓨터 비전을 이용해 자동으로 상품을 인식하고 카트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입 목록을 보여주고, 결제까지 스마트 카트로 이뤄집니다. 케이퍼는 미국의 크로거를 비롯해 캐나다 식료품 소매점인 소베이(Sobeys) 등과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케이퍼처럼 스마트 쇼핑 카트인 ‘대시 카트(Dash Cart)’를 내놓고 있으며, 뉴질랜드의 스타트업인 ‘이미저(Imagr)’도 스마트 쇼핑 카트를 이용해 런던에서 팝업 점포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인 AiFi는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는 얼굴인식이나 생체 데이터 저장과 같은 민감한 기술을 피하면서 무인점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자율 컴퓨터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하이브리드 방식 무인 판매점을 오픈했습니다.

크로거가 케이퍼의 스마트 쇼핑 카트를 테스트하고 있다. (출처:크로거)

무인결제시스템 개발 인공지능 기업인 집핀(Zippin)은 뉴욕 JFK국제공항 4터미널 운영사인 ‘JFKIAT’와 협력해 공항내 편의점인 ‘캠덴푸드익스프레스’에서 간단한 식음료를 구입하고 별도 계산 과정없이 나올 수 있는 무인 계산대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또 여행 관련 편의점인 허드슨도 JFK국제공항 운영사인 JFKIAT와 협력해 무인 편의점을 오픈했습니다.

집핀이 JFK국제공항에서 공급한 무인결제매장(출처:집핀)

일본에서도 무인점포와 무인결제시스템 개발 및 적용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상당 수의 매장에 자율계산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에서 사용하는 자율 계산대는 고객이 아래로 파인 공간에 상품이나 장바구니를 올려 놓으면 무선 자동 식별 태그로 상품 정보를 읽어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에 대해 일본의 한 IT기업이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유니클로에서 운영하는 자율 계산대. 오른쪽에 구입한 의류를 올려놓으면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출처: 코트라 도쿄 무역관)

일본의 터치투고(Touch To Go)는 소형 점포에 적합한 AI무인결제시스템 ‘TTG-센스 마이크로(SENSE MICRO) W’를 개발해 훼미리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터치투고는 오는 2023년까지 일본 내에서 AI 무인결제시스템 TTG센스를 100개 이상의 매장에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휴머노이드 로봇과 가상현실(또는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무인점포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본 로봇업체인 ‘텔레이그지스턴스(Telexistence·TX)’는 훼미리마트와 제휴해 지난해 8월부터 원격 조작 로봇 실용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텔레이그지스턴스 사무실에서 원격 조종자가 VR(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하고, ‘훼미리마트’ 점포 내부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원격 조정하는 방식으로 패트병, 주먹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 상품 정리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TX는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T’와 ’AWP(Augmented Workforce Platform·증강작업 플랫폼)’를 도입해 패트병 정리 작업부터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앞으로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텔레이그지스턴스는 로봇으로 잡을 수 있는 제품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2022년까지 최대 20개 점포에 로봇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향후 원격 조작자 없이도 로봇이 스스로 무인 편의점에서 상품 정리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텔레이그지스턴스는 지난 11월 자사 인공지능 ‘고든(Gordon)’을 탑재한 원격제어 로봇 ’TX 스카라‘를 도쿄 ’훼밀리마트 경제산업성점‘에 도입했습니다. 일본처럼 초고령사회에선 로봇을 활용한 무인매장의 유지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훼밀리마트에서 텔레이그지스턴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원격 조작자가 VR 장비를 착용하고 로봇을 원격 제어하고 있다. (출처:텔레이그지스턴스 유튜브 갈무리)

앞으로 무인매장에 로봇, 증강현실, AI휴먼, 메타버스 등 기술이 접목되면서 기술적인 발전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처럼 무인매장이나 무인결제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나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 유행과 노동력의 부족으로 유통업계의 인력 채용이 힘들어지면서 무인매장에 대한 유통업계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낯설어 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령층은 무인결제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고, 일본처럼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국가에선 전면적인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무인매장에 활용되고 있는 얼굴인식 시스템과 고객 데이터 수집이 자칫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계산대와 무인결제시스템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매장의 도입이 실험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한때 무인 편의점 설치 붐이 크게 일었다가, 무인 편의점 업체들이 난립함에 따라 문을 닫는 곳이 속속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무인 편의점에 대한 요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무인매장과 무인결제시스템이 향후 소매유통 분야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글ㅣ장길수ㅣ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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