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는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온라인 중심 수업은 클라우드, 화상회의, 태블릿 등의 지원을 받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인데요. 미국에서도 예정 없던 온라인 중심 학교를 만드는 데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이와 별도로 성장하는 교육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 스쿨’입니다. 혁신적인 교육 방법론으로 평가받는 ‘마이크로 스쿨’은 어떤 수업을 제공하고 학부모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홈 스쿨링, 학원, 대안 학교의 장점을 섞어 놓은 마이크로 스쿨
‘마이크로 스쿨(Micro school)’ 혹은 ‘마이크로 스쿨링(Micro schooling)’이라는 개념은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먼저 학급 규모는 5~10명 정도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충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학급은 나이가 아니라 관심사로 구성돼 여러 나이대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며 교류하도록 유도합니다.
수업은 일방적으로 교사가 지식을 알려주는 방식을 지양하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구조를 추구합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평가할 때는 점수가 아닌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이를 부모에게 상세히 공유합니다. 수업 내용이나 수업 횟수와 시간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학생별로 맞춤화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수업이 이뤄지는 공간을 ‘러닝 팟(Learning Pod)’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과거엔 액톤 아카데미(Acton academy) , 칸랩 스쿨(Khan Lab School) , 알트 스쿨(AltSchool) 같은 혁신학교나 대안학교들이 이런 방식을 많이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마이크로 스쿨은 따로 학교를 짓지 않고 마치 그룹 과외처럼 수업 참여 학생의 집에 모여 수업을 하는 게 특징입니다. 다만 마이크로 스쿨은 기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 외 새로운 교재나 커리큘럼을 이용하고 특정 지식을 습득하기보단 창의력, 협동심, 문제 해결력 같은 역량을 알려주는 데 특화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입시에 자유로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 스쿨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족한 교육을 채워주려는 부모가 많아 이런 수업이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요. 또래 친구와의 교류가 사라진 상황에서 마이크로 스쿨은 소수라도 함께 모이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데요. 동시에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교육을 경험시키고자 하는 가정이 늘면서 마이크로 스쿨 시장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보통 마이크로 스쿨의 수업이 이뤄지는 공간은 집입니다. 그런 면에서 홈 스쿨링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스쿨 수업은 보통 부모가 아닌 전문 교사들이 직접 가르칩니다. 자연스레 부모들은 마이크로 스쿨을 운영가능한 전문 교사를 찾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최근엔 집 근처 마이크로 스쿨을 검색하고 교사와 학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쿨하우스가 있습니다.
스쿨하우스 는 마치 에어비앤비가 투숙객과 집주인을 연결해주듯 엄선된 교사와 부모를 이어줍니다. 스쿨하우스에서 직접 만든 커리큘럼을 활용할 수 있고 교사가 자체적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수업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행정적 절차나 교사 평가나 학생 관리 플랫폼은 스쿨하우스가 중간에서 제공합니다. 부모는 자녀와 같이 공부할 아이들을 미리 찾아 구성해도 되고 스쿨하우스 내에서 모르는 학생끼리 그룹을 만들어도 됩니다. 어떤 방식이든 수업은 소규모로 이뤄지며 해당 구조는 교사가 학생에게 더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스쿨하우스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훌륭한 교사를 채용하거나 교육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사 급여를 높은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수업료의 90% 를 교사의 월급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스쿨하우스의 인기는 더 높아져 2021년 기준 매출은 500~600만 달러(약 57억~69억 원)입니다. 이와 별도로 810만 달러(약 93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스쿨하우스는 집과 학교의 거리가 먼 지역 내 가정이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원하는 부모를 공략해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스쿨하우스 외에도 셀렉티드 , 원더스쿨 , 프렌다 같은 경쟁 기업들도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스쿨은 미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시(市)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는 아예 정부 차원에서 마이크로 스쿨을 운영하며 이를 ‘커뮤니티 허브 이니시티브(Community Hubs Initiative)’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허브 이니시티브는 인터넷 연결이나 IT 기기가 없는 가정이나 집에서 온라인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운 학생을 따로 선별해서 ‘커뮤니티 허브’라는 마이크로 스쿨로 보내는 프로젝트인데요. 수업은 공립도서관, 비영리 기관, 박물관, 민간 기업 공간에 진행됩니다. 민간기업은 시와 협의해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학생들에게 점심도 제공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마이크로 스쿨과는 조금 다르게 모든 수업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참여 학생은 자기가 속한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커뮤니티 허브에 와서 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장비나 수업 준비 과정을 커뮤니티 허브 내 직원이 지원합니다. 오후에는 따로 별도의 전문가를 커뮤니티 허브에 파견해서 오프라인 중심의 예체능 수업을 커뮤니티 허브 내에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2020년에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학생은 3천여 명으로, 운영 과정에서 6120만 달러(약 70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마이크로 스쿨은 서비스는 특히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는 돌봄 서비스와 학습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공하는 한다는 점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위니 , 케어빌리지 , 아웃스쿨 가 대표 주자인데요. 아웃스쿨의 경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학생들에게 맞춤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 마이크로 스쿨은 월 수업료가 적게는 100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달러 넘게 들어서 비용 부담이 있다는 단점이 존재했는데요. 아웃스쿨은 마이크로 스쿨을 다시 온라인으로 제공해 교육 서비스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는 전략을 선택해 에듀테크 업계의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아웃스쿨엔 현재 10만 개 강의가 등록된 상태이며, 가입자 수는 95만 명이 넘습니다.
마이크로 스쿨과 코딩 교육
마이크로 스쿨에선 수업 시간, 횟수, 내용 등을 모두 학생들에게 맞춰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중심 강의가 많아서 요리, 미술, 글쓰기 같은 체험 중심 강의가 제공되는데요. 코딩 강의도 인기 과목 중 하나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프렌다의 경우 설립자 켈리 스미스가 MIT출신으로 이전에 SW 회사를 운영하다가 매각하고 고향인 애리조나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코딩을 알려주는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초등학생 아들을 위해 수업을 운영했지만 이후 자녀 친구들에게도 수업을 제공했습니다. 이후 지역 도서관과 협업해 ‘프렌다 코드클럽 ’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코딩을 알려줬습니다.
현재도 운영 중인 프렌다 코드클럽은 집, 학원,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칠 때 필요한 커리큘럼과 교구나 학생 관리 도구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렌다의 마이크로 스쿨에선 창의력 관련 수업을 할 때 코딩 교육을 이용하곤 합니다. 2018년 프렌다 코드클럽은 마이크로 스쿨으로 확장했으며 당시 등록 학생수는 7명 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800명 이 넘는 학생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습니다. 또한 더 많은 학생이 마이크로 스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역 학교와 협력하면서 프렌다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마이크로 스쿨의 성장으로 기존 코딩 교육 기관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강의 난이도를 다양화하고 단기 및 장기 코딩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이를 교사나 학교, 학원, 가정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코드 닌자스 는 스크레치, 마인크레프트, 로블록스를 기반으로 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으로 원래 자체 민간 교육 센터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전역과 캐나다와 영국까지 교육 센터를 확장하고 4~5세 사용자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서 배울 수 있는 코딩 교육 커리큘럼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 기업이나 교사에게 커리큘럼 이용권과 상표권을 판매해 누구나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문 강사를 육성해 온라인 기반 원격 코딩 수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드코드 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이용할 수 있는 코딩 교육 커리큘럼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비드코드 사용자는 마치 넷플릿스처럼 월 9달러를 내면 300개가 넘는 강의 영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데요. 강의와 함께 제공된 과제를 모두 제출하면 수료증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코딩 교육 시장이 커지자 비드코드는 자체 커리큘럼 기반의 온라인 과외나 온라인 동아리 기능을 추가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마이크로 스쿨을 위한 서비스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학생 한 명당 한달에 250~400달러를 내면 마이크로 스쿨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강사를 보내 주는 구조입니다. 이미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있는 마이크로 스쿨이라면 비드코드에서 제공하는 학생 관리 도구와 코딩 교육 커리큘럼, 강의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이크로 스쿨을 도와주는 기술과 기업이 많아지면서 미국 내 가정들은 부모나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과연 사회 전체에 좋은 것인지는 조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마이크로 스쿨은 기본적으로 민간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교육 커리큘럼이 사익을 배제하고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췄는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또한 역사가 짧은 민간 기업들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긴 기간의 교육을 고려해서 연속성이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내 몇몇 학자들은 마이크로 스쿨이 앞으로 더 확산될 경우 기존 공교육 관련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해 교육 격차나 학교의 예산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 스쿨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현재 공교육에 만족하지 않은 부모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데요. 미국 미디어그룹인 블룸버그는 교육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로 스쿨이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며 교육 당국이 직접 마이크로 스쿨에 관여해야 한다는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각각의 마이크로 스쿨이 따라야할 최소한의 교육 방침과 한쪽에 쏠리지 않은 다양성을 담은 교육을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일반 학교처럼 관리감독 대상으로 삼자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마이크로 스쿨의 장점과 단점을 참고하고 공교육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기회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봅니다.
[출처]
Micro-schooling, https://en.wikipedia.org/wiki/Micro-schooling
[1] https://www.actonacademy.org/
[1] https://www.khanlabschool.org/
[1] https://www.getschoolhouse.com/
[1] SchoolHouse Raises $8.1M To Take Microschools Nationwide, 2021년4월, https://news.crunchbase.com/news/schoolhouse-microschools-startup-funding/
[1] https://families.getselected.com/services
[1] https://www.wonderschool.com/
[1] Showing Up While Everything Is Shutting Down: A Story of Cooperation in San Francisco, https://www.dcyf.org/chicasestudy?fbclid=IwAR16P7plXKV0dxaYVenOWK6R3OFWdsG_WYMJdMN6HtlS4MBAjeOb3Uj9yEY
[1] https://winnie.com/
[1] https://carevillage.us/
[1] https://outschool.com/
[1] Outschool is the newest edtech unicorn, 2021년4월, https://techcrunch.com/2021/04/14/outschool-series-c-unicorn/
[1] https://www.prendacodeclub.com/
[1] Microschools on the rise in Arizona, with COVID providing added boost, 2020년7, https://www.azmirror.com/2020/07/28/microschools-on-the-rise-in-arizona-with-covid-providing-added-boost/
[1] https://prendaschool.com/impact
[1] https://www.codeninjas.com/
[1] https://www.codeninjasfranchise.com/
[1] https://www.vidcode.com/
[1] https://about.vidcode.com/micro-schools
[1] Pods, Microschools and Tutors: Can Parents Solve the Education Crisis on Their Own? , https://www.nytimes.com/2020/07/22/parenting/school-pods-coronavirus.html
[1] Silicon Valley Is Jumping on the Microschool Bandwagon, 2020년7월,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7-23/silicon-valley-bets-big-on-microschools-and-pods
글 ㅣ 이지현 ㅣ 테크저널리스트 (j.lee.report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