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및 평가 제도
미국 녹색 건축 인증 제도, LEED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는 미국 그린빌딩협의회 (USGBC, U.S. Green Building Council)가 개발한 녹색 건축 인증 제도입니다. USGBC는 녹색 건축이 ‘일반적인 에너지 사용, 물 사용, 실내 환경 품질, 자재, 부지에 미치는 영향 같은 중요한 사항을 고려해 건물의 계획, 설계, 건설, 운영에 반영된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는데요. LEED는 학교, 소매점, 데이터센터, 창고 및 유통센터, 다세대 및 단독주택, 도시 등 거의 모든 건물 및 건축 유형에 적용할 수 있고, 효율적인 친환경 건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
1993년에 LEED가 등장한 이후에도 녹색 건축이 보편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에너지 모델링에 초점을 두었기에 실질적인 효과를 의심받기도 했고, 비싼 수수료 탓에 기업들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LEED도 이에 발맞춰서 항목들을 개선했습니다.
가장 최신 버전인 LEED v4.1은 총 9가지 항목(통합 프로세스, 위치 및 교통, 지속가능한 위치, 물 효율, 에너지 및 대기, 자재 및 자원, 실내환경 품질, 혁신성, 지역 우선)에 걸쳐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점수에 따라서 획득할 수 있는 등급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적인 ESG 평가기관, GRESB
GRESB(Global Real Estate Sustainability Benchmark)는 2009년부터 전 세계 부동산 및 인프라 펀드, 기업 및 자산에 대한 ESG 지표와 지속가능성 모범 사례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LEED가 건축물의 환경에 관한 표준 평가라면, GRESB는 환경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모든 ESG 지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다른 지표를 함께 분석해야 하는 LEED와 달리, 투자자들은 GRESB의 정보를 즉각 사용해 기업의 ESG 평가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벤치마크 도구로 실질적인 효과를 측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데요. 벤치마크 보고서에는 에너지, 물, 탄소, 폐기물 등의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환경 효율성 및 집약도 데이터를 다른 기업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그래서 건축물의 어떤 면이 부족한지, 평균에 도달하는지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해 검토할 수 있습니다.
GRESB는 점수 및 평가에 따라서 1성에서 5성의 등급을 부여합니다. 5성은 업계 선두임을 인정하는 최고 등급이며, 매년 20%의 기업이 5성 등급을 받습니다.
LEED와 GRESB와 같은 인증 및 평가 제도는 수년 동안 표준화돼 객관적으로 건축물을 평가하고 투자에 반영함으로써 기업의 ESG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현재 건축 및 부동산 분야는 범세계적인 인증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 비해 명확한 비용과 기준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ESG 성과를 마련하는 데에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이죠.
90년 된 그린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미국 뉴욕 맨해튼 섬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세계 유명 건축물 중 하나로, 올해 건립 9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과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의 대표적인 스카이라인으로 힘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으나, 현재는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으로 그린 빌딩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됐습니다.
먼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건물 전체에 100%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한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모범 사례와 리소스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관리 플랫폼으로 에너지 공급, 수요, 예산, 비용을 검토해 최적화, 실시간 측정,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또한, 매년 규약에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감소 목표를 세우고 임차인과의 계약에도 지속가능성 조항을 포함해 에너지, 폐기물 등 데이터 공유로 지속가능성 보장을 지원했습니다.
예컨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6514개 창문에 열 손실을 막는 아르곤과 크립톤 가스 단열막을 추가해 건물 내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는데요. 모든 창문은 96% 재사용해 새 창문을 사용하는 것 대비 70%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에너지 효율, 지속가능성, 실내 환경 품질 연구 결과를 GRESB에 제출한 첫 해였던 작년에 88점으로 GRESB 5성 등급 및 그린 스타 등급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상위 20% 평가이며 비교 그룹의 평균보다 20점 이상 높은 점수입니다.
지속가능한 스마트 팩토리
스웨덴의 통신 장비 제조사인 에릭슨(Ericsson)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화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루이스빌에 있는 5G 스마트 팩토리는 차세대 지능형 공장이 지속가능성을 통합할 수 있게 설계됐는데요. 이곳은 올해 LEED 골드를 획득해, 최초로 LEED 등급을 받은 에릭슨 공장이 됐습니다.
LEED 골드는 주로 사무실이나 주거용 건물에 부여됩니다. 그래서 30만 제곱피트의 건물을 풀필먼트 센터 (Fulfillment Center)로 설계해 자동화 시설을 추가한 제조 시설로 전환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연료 전지나 마이크로 그리드와 같은 가능한 모든 에너지 기술을 조사해 현장에서 직접 조정하면서 스마트 팩토리를 완성한 것이죠. 이는 오직 LEED 골드 인증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에릭슨 USA 5G 스마트 팩토리는 동급 건물보다 최대 25% 적은 에너지로 가동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필요한 전력의 17%는 1646개의 태양광 패널로 생산하며, 빗물을 수집해 재사용하는 4만 갤런의 시설도 갖췄는데요. 덕분에 유사한 건물보다 실내용수를 75% 적게 사용하게 됐습니다.
통신 장비 제조는 온도 및 습도 제어가 중요한데요. 그래서 냉각기와 열에너지 저장소를 조합해 약 1만 갤런(약 3만7854.12리터)의 물을 전력 수요가 낮은 밤에 얼립니다. 얼음은 낮부터 녹기 시작하며, 이때 발생한 에너지를 공장 냉각 시스템에 사용합니다. 이런 과정으로 업계 평균보다 1.5배 더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 가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여름에도 얼음으로 약 3시간 동안 건물 전체를 냉각할 수 있고, 인공지능(AI)을 통한 에너지 관리 및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사람과 기계에 최적화된 온도 및 습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뭄에도 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소스’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기반 스타트업 소스(SOURCE)는 빗물 집수보다 진보한 하이드로패널(Hydropanel)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하이드로패널은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 패널에서 얻어 팬으로 공기를 끌어들여서 수증기만 추출해 저장하는데요. 공기 중 수분을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이 새롭진 않습니다. 하지만 소스가 특별한 이유는 태양광을 기반으로 어떤 인프라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정, 학교, 병원 등 물이 필요한 곳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고, 심지어 강수량이 낮은 사막에서도 한 개의 하이드로패널이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한번 설치한 패널은 15년 동안 작동합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플래티넘 헤리티지 사막 사파리 캠프는 지속가능한 사막 사파리를 위한 럭셔리 리조트 프로그램입니다. 수익금 일부는 환경 보호에 쓰이며, 캠프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는 100% 태양광으로 생산합니다. 하지만 사막에서 물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생수를 소비하기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병이 쓰레기로 남게 됩니다. UAE는 매년 1인당 생수 소비가 가장 높은 국가인데요. 2020년 소스의 하이드로패널이 사막에 설치돼 15년 동안 270만 리터의 물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9년 LEED 골드 인증을 받은 필리핀의 세다 베르티스 노스 호텔이 있습니다. 2014년 지어진 이 호텔은 2022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문제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었습니다. 생수 음용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병은 호텔의 친환경 계획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소스의 하이드로패널은 이런 고민에 대한 훌륭한 해결책이 됐는데요. 2018년 도입한 친환경 물 생산은 호텔이 LEED 골드 인증을 받는 데에 도움이 됐습니다.
하이드로패널의 물 생산량은 빗물 집수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가뭄에도 식수를 생산할 수 있고, 비가 올 때는 늘어난 생산량으로 빗물 집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친환경 물 생산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냉각 시스템을 개발한 노스트로모
아이스(Ice) TES 시스템으로 불리는 에릭슨 USA 5G 스마트 팩토리의 냉각 시스템은 대부분 연구용 시설만 존재했습니다. 최근 스마트 팩토리나 스마트팜에서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대규모 장치이기에 다양한 시설을 도입하는 것은 부담이 컸죠.
이스라엘 기반 스타트업 노스트로모(Nostromo)는 호텔이나 식당, 슈퍼마켓 등에 설치하는 냉각 시스템인 아이스브릭(IceBrick)을 개발했는데요. 노스트로모는 아이스브릭이 ‘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ESS(Energy Storage System)’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스브릭은 리튬이온보다 평방미터당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 높고, 10년 동안 성능 저하 없이 kWh당 400달러 미만의 효율을 낼 수 있는데요. 어떤 건물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아이스브릭은 전력 수요가 낮은 밤에 값싼 전기를 사용하거나 잉여 전력을 이용해서 물을 얼리고, 얼음이 녹는 에너지로 냉각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2018년 3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신규 태양광 패널 설치를 중단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생산 목표를 초과하면서 전력 생산 손실이 발생했고, ESS만으로는 모든 잉여 전력을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아이스브릭은 이런 잉여 전력 관리에도 효과적인 시스템입니다. 남은 에너지를 얼음으로 바꿔버린다는 점에서 리튬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저온저장고나 상업용 냉각기에 에너지를 계속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색 건축에 필요한 지속가능 에너지
세계적인 환경 운동기 마이클 셸런버거는 “태양광은 원자력보다 수백 배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고, 수십 배나 더 많은 자원 채굴을 요구하며, 폐기물은 수백 배 더 많이 생산한다”고 말하면서 원자력 발전소 없이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은 원자력 발전소가 태양광 발전소보다 온실가스를 4배 더 적게 배출한다고 평가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에서 만들어진 방사성 폐기물에 월마트 하나보다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도 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방사성 폐기물이라도 잘못된 관리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ESG 경영의 관점에서 사무실, 공장, 물류창고, 데이터 센터와 같은 시설은 ESG 성과를 위해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데요. 시설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수는 없기에 재생 에너지를 더 나은 방법으로 생산하도록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식품ㆍ농업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개발한 ‘SEaB 에너지’
기업가 산드라 삿소(Sandra Sassow)는 쓰레기도 연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SEaB 에너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식품 폐기물용 플렉시버스터(Flexibuster)와 농업 폐기물용인 먹버스터(Muckbuster)를 개발했는데요. 두 시스템은 공장, 농장, 식당, 사무실에서 발생한 대량의 유기성 폐기물을 혐기성 소화로 열을 발생시키고 마이크로 그리드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 시스템은 매년 200~1000t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고 1000t당 400t의 온실가스 감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독립적인 컨테이너로 어느 곳에나 설치할 수 있는데요. 폐기물을 컨테이너에 투입하는 것만으로 시스템이 자동으로 실행됩니다. 포르투갈의 바이오웨이스트(Biowaste)를 통해 대형 슈퍼마켓에 설치된 플렉시버스터는 하루 600kg의 식품 폐기물을 매년 8만 kWh의 전기와 180t의 비료로 바꿀 수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한 ‘에코피아’
이스라엘 기반 스타트업 에코피아(Ecoppia)는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매월 500만 개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의 잉여 전기로 작동하는 이 로봇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과 연결돼 기상 조건이나 기타 매개 변수에 따라서 자동으로 청소를 시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24억 개의 패널 청소에 배치된 로봇의 센서는 매일 수십 억의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또한 딥러닝과 분석 도구를 이용해서 태양광 패널의 효과적인 관리를 돕는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이는 에코 AI 플랫폼과 연결돼 정교한 예측으로 유지보수 메커니즘을 미리 준비해 효율적인 가용성을 제공합니다.
이 로봇은 물을 쓰지 않아 사막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는데요. 사막의 경우 잦은 모래 폭풍으로 생산 효율이 최대 40%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아서 자연적으로 잔해가 제거될 확률은 낮죠. 에코피아 로봇은 완전 자율형이므로 모래 폭풍을 감지하면 이후 자동으로 청소를 시작해 효율적인 생산 상태를 유지해줍니다.
원자력 발전소 업계의 지속가능에너지 기업 ‘뉴스케일’
앞서 원자력 발전소는 기업이 지속가능 에너지로 채택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는데요. 이것은 현재의 한계일 뿐 10년 안으로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2007년 설립된 뉴스케일(NuScale)은 기존 대형 원전의 150분의 1만큼 작은 소형 모듈 원전 (Small Modular Reactor, SMR)의 선구적인 회사입니다. 원전의 모든 시설을 하나의 모듈에 일체화해 크기를 줄였으며, 트레일러나 선박에 실어 옮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토목 건설이 필요하지 않아서 부지만 있다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원전보다 20배나 적은 연료로 모듈당 77MWe의 전력을 생산하는데요. 모듈은 12개까지 연결할 수 있고, 최대 924MWe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모두 단일 제어실에서 모니터링 및 작동하므로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출처]
1.Ericsson(https://www.ericsson.com/48d116/assets/local/about-ericsson/company-facts/wordwide/united-states/docs/ericsson-usa-5g-smart-factory-case-study.pdf)
2.SOURCE(https://www.source.co/how-hydropanels-work/)
3.Forbes(https://www.forbes.com/sites/michaelshellenberger/2019/02/14/the-real-reason-they-hate-nuclear-is-because-it-means-we-dont-need-renewables/?sh=3d4ade92128f)
4.Atomic Insights(https://atomicinsights.com/time-for-plan-b-yucca-mountain-project-should-close-shop/)
5.Empire State Reality Trust (https://www.esrtreit.com/wp-content/uploads/ESRT_2020_Sustainability-Report_Final_v-4.12.2021.pdf#page=18)
6.LEED rating system(https://www.usgbc.org/leed)
7.GRESB(https://gresb-prd-public.s3.amazonaws.com/2021/RE_Documents/2020_Kilroy_Realty_Corporation_Benchmark_Report.pdf)
8.Nostromo(https://nostromo.energy/)
9.SEaB(https://seabenergy.com/products/mb400/)
10.NuScale(https://www.nuscalepower.com/projects/carbon-free-power-project)
글 ㅣ LG CNS 정보기술연구소 기술전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