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입니다. PC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IPTV 등 디지털 기기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브라우저입니다. 브라우저가 없으면 인터넷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인터넷이 탄생한 이후 함께 등장한 브라우저는 지난 30년간 흥망성쇠를 겪었습니다. 현재는 구글 크롬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와 같은 브라우저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브라우저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으며 대세 브라우저의 아성에 도전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브라우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용자의 인터넷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웹 검색과 콘텐츠 제공, 다양한 확장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웹3.0 트렌드와 맞물려 브라우저에서 암호화폐 거래나 지갑 설치 등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웹 브라우저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의 브라우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웹 브라우저의 역사
우리가 사용하는 현재의 웹(Web)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주는 웹이 있고, 검색을 위한 웹이 있습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블로그나 문서 저장소와 같은 형태도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인터넷, 즉 월드와이드웹(WWW)은 1989년에 팀 버너스리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다양한 웹페이지는 HTML이라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HTML 언어는 ‘Hyper Text Markup Language’의 약자입니다.
*Hyper Text는 한 문서에서 다른 문서로 접근할 수 있는 텍스트입니다.
1990년 말 HTML과 HTTP 같은 기술이 등장하면서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웹 페이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가 웹 브라우저입니다.
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는 팀 버너스리와 로버트 카이오가 공동 개발한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입니다. 인터넷을 의미하는 월드와이드웹과 혼동될 수 있어 이후 이름을 넥서스(Nexsus)로 변경합니다. 당시 넥서스는 텍스트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1993년 모자이크(Mosaic)라는 그래픽을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가 등장했습니다. 모자이크는 편리한 UX를 제공했고 여태껏 다른 브라우저에는 없었던 이미지나 아이콘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내세워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모자이크는 저작권 관련 법률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자이크를 만든 마크 앤드리슨은 다시 브라우저를 개발해 1년 후 넷스케이프를 만듭니다.
1994년 탄생한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는 한 때 점유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넷스케이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밀리게 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윈도우즈 운영체제에 무료로 탑재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가 접근하기 쉬웠습니다.
넷스케이프는 익스플로러에 대항하려 했지만 무리한 표준화 시도, 호환성 부족 등의 이유로 익스플로러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게 됩니다. 당시 넷스케이프를 개발하던 일부 개발자들은 2002년에 파이어폭스(Firefox) 브라우저를 만들기도 합니다.
1995년에 탄생한 익스플로러는 출시한 지 4년 만에 1999년 점유율이 95% 이상을 상회할 정도로 웹 브라우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웹 브라우저의 표준처럼 여겨졌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독점 형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HTML5 호환성 문제 등이 불거지며 구글 크롬에 시장을 내주기 시작한 것이죠.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와 애플의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 경쟁 브라우저가 계속 등장하며 익스플로러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MS는 2015년 엣지를 출시하며 사실상 익스플로러의 패배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크롬은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엣지와 사파리, 웨일 등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의 기본 동작
현대의 웹 브라우저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브라우저의 기본 기능은 사용자의 요청을 서버에 전달하고 그것을 브라우저에 표시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HTML 문서지만, 이미지나 PDF와 같은 다른 형태의 파일도 표시합니다. 브라우저가 동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구성 요소가 필요합니다.
먼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볼 수 있는 브라우저 화면 자체도 해당합니다. URL 주소 표시줄과 즐겨찾기 버튼, 확장프로그램 메뉴 등입니다. 브라우저 엔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렌더링 엔진 사이의 동작을 제어합니다. 브라우저 엔진은 데이터 저장소로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쿠키를 비롯해 여러 데이터가 저장됩니다.
렌더링 엔진은 서버에서 요청받은 내용을 브라우저 화면에 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HTML, XML 및 이미지 등을 표시할 수 있도록 동작합니다. 브라우저마다 렌더링 엔진은 다릅니다. 구글 크롬은 리눅스에서 동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픈소스 엔진인 웹킷(WebKit)을 사용합니다. 이밖에 겟코(Gecko)엔진이 있는데, 동작 과정과 구조는 비슷합니다.
통신은 각 플랫폼마다 실행되는 독립적인 기능입니다. HTTP를 포함한 네트워크 호출을 하는 역할입니다. 자바스크립트 해석기는 HTML을 처리하는 도중 Script 태그가 있다면 Script 코드를 실행하기 위해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통해 이를 해석하고 제어하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UI 백엔드는 글 입력 양식과 같이 백엔드에 요청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연계되는 영역입니다. 브라우저는 이와 같은 동작 과정을 통해 사용자가 요청한 정보를 화면에 보여주게 됩니다.
데이터를 위한 브라우저 전쟁
현재 웹 시장의 지배자는 구글 크롬입니다. 2021년 5월 기준 점유율이 약 70%에 달합니다. 그 뒤를 이어 엣지와 네이버 웨일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크롬의 강점은 HTML5와의 호환성입니다. 별도의 다른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는데요. 또한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확장 프로그램은 크롬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줍니다.
현대의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크로미움(Chromium)이라는 오픈소스입니다. 구글의 크롬은 크로미움 기반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 브라우저도 동일합니다. 네이버가 개발한 웨일, 삼성 인터넷, 브레이브 등 많은 브라우저가 크로미움 기반입니다(파이어폭스는 겟코 엔진 기반으로 크로미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크로미움은 기본적인 뼈대에 가깝고, 크로미움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웹 브라우저 제작사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크로미움을 바탕으로 어떻게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웹브라우저 엔진을 만드는지에 따라 아직도 웹 브라우저는 다양한 형태로 업그레이드가 될 여지가 많습니다.
크롬과 엣지, 사파리는 물론 브레이브나 오페라 등 여러 웹 브라우저는 각자 차별화 기능을 내세웁니다. 크롬과 엣지는 강력한 확장 프로그램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웹 브라우저의 기본 기능은 웹 페이지를 불러오고 읽고, 쓰는 기능이지만, 확장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은 크롬 웹스토어에서 설치할 수 있습니다. 2010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크롬 웹 스토어는 마치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모바일 앱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웹 브라우저에 설치합니다. 엣지 역시 확장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엣지 추가 기능 베타 버전에서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폭스는 자유롭게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변경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네이버가 개발한 웨일은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HWP 파일을 브라우저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한글 뷰어를 제공하고 창을 나누는 듀얼 탭, 드래그하면 바로 뜻을 찾아주는 퀵서치 기능 등으로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제작사가 웹 브라우저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데이터 때문입니다. 웹 브라우저를 통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활용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웹 브라우저는 다른 어떠한 소프트웨어보다도 히스토리, 쿠키, 태그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 분류, 저장합니다. 따라서 웹 브라우저의 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개인 정보는 물론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기록을 확보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웹 브라우저를 통한 데이터 수집은 플랫폼 자체 경쟁력 강화에도 필수입니다. 일반 PC, 모바일 환경 모두 브라우저를 지배해야 온라인 세상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미 많은 웹 브라우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발주자들이 추격 기회를 엿보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웹 브라우저 역시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PC와 모바일을 넘나드는 웹 브라우저는 PC와 모바일 모두 크롬이 1위입니다. PC는 크롬, 엣지, 웨일 등이 있다면, 모바일에서는 크롬과 삼성 인터넷, 사파리의 경쟁 구도입니다. 2013년 삼성전자가 선보인 모바일 웹 브라우저는 스마트 폰에 기본 탑재되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파리도 아이폰에 탑재되어 있어 상당한 점유율을 보입니다.
스마트폰의 브라우저 역시 PC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모바일을 이용하는 시간이 길고 모바일 특성에 맞는 별도의 데이터가 있어서 모바일 웹 브라우저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웹 3.0 시대의 웹 브라우저
브라우저는 웹을 사용하는 첫 단추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신원 인증과 블록체인 기술 등을 바탕으로 웹 3.0 시대의 디지털 지갑 및 주요 도구로 기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크롬이나 엣지에서 설치할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 중에는 블록체인 개발사가 만든 암호화폐 지갑이나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브라우저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이나 탈중앙 금융인 디파이(DeFi)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도구로서도 떠 오르고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가 초기 인터넷을 연결하는 포털과 같은 역할이었다면 이제 웹 3.0 시대에서는 프로토콜이자 탈중앙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포털 역할을 추가합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기존 웹 브라우저에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을 더하거나, 웹 브라우저에 최적화된 웹 페이지를 개발합니다. 혹은 블록체인을 위한 별도의 전용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웹 브라우저 개발 소스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의 여러 웹 브라우저가 있습니다. 오페라(Opera)와 브레이브(Brave) 같은 블록체인 친화적인 브라우저로, 오페라는 브라우저에서 암호화폐 간편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바일 브라우저에 최초로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탑재했습니다.
이와 같은 블록체인 친화적인 웹 브라우저는 프라이버시와 개인 데이터에 대한 보호를 차별화로 내세웁니다. 또한 사용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면서 사용자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참여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합니다.
브레이브 브라우저의 경우, 광고를 시청하면 사용자는 베이직어텐션토큰이라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브레이브 브라우저 월간 사용자는 5천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암호화폐 보상 외에 브레이브 월렛이라는 지갑 서비스와 영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속해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집니다. 브레이브 브라우저는 구글 등 중앙형 검색엔진이 검색 과정에서 사용자 모르게 개인 정보를 수집해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합니다.
지난 2018년, 구글의 데이터 유출 사건은 크롬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트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개인 데이터 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고, 데이터 소유 주권에 대한 인식도 함께 생겼습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그 주체가 웹 브라우저라면 사용자는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인 정보 보호 중심의 브라우저를 선택하는 것은 소중한 정보를 보호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웹 3.0 시대에 새로 등장할 웹 브라우저는 데이터의 분산 보관이나 데이터 소유권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체 암호화된 디지털 지갑이 내장된 웹 브라우저와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도 더해질 예정입니다.
점점 더 많은 사용자가 웹 3.0의 가능성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웹 브라우저가 기본적인 브라우저의 역할과 확장 프로그램과 같은 기능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될 텐데요. 브라우저가 블록체인과 분산 데이터 저장, 데이터 소유권과 보상, 프라이버시 강화와 같은 키워드를 통해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됩니다.
글 ㅣ 윤준탁 ㅣ IT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