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말은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내부적으로 보유한 데이터, 고객의 행동 및 거래 데이터, 날씨나 통계 정보 등의 외부 데이터까지 이제 우리는 데이터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히 데이터 하나하나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데이터는 모으고 활용하기에 따라 단순한 정보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이러한 데이터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 기업들은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플랫폼이란 데이터를 수집, 통합, 분석해 지식을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지원하는 IT환경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기업이 가진 데이터들을 주제에 맞게 모으기 위한 데이터 웨어하우스,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DMP(Data Management Platform),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한 CDP(Customer Data Platform) 등입니다. 각 데이터 플랫폼은 고유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업의 목적이나 필요성에 따라 적절한 데이터 플랫폼을 선별해서 도입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의 종류와 장단점, 그리고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CDP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데이터를 주제에 맞게 통합하는 데이터 웨어하우스
기업에서 자주 접하는 데이터 플랫폼 중 하나는 다양한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목적에 따라 선별해서 하나의 플랫폼에 담는 데이터 웨어하우스(DW)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개인의 경험에 의존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웨어하우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매출관리, 재고관리 등의 기업 운영에 필요한 기능들을 지원하는 일반적인 운영시스템과는 달리, 고객, 제품 등과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BI(Business Intelligence) 등의 툴을 통해 데이터의 시각화, 정기적인 리포트 활동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러 소스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고, 운영 시스템의 데이터를 읽기 전용으로 불러올 수 있어서 원천 시스템의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정형화되고 구조화된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으며, IT 전문인력이 아니더라도 데이터 분석이 쉽습니다.
하지만 정형화되고 구조화된 데이터 활용이 꼭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빅데이터 시대에 접어들면서, SNS, 텍스트, 영상 데이터 등 기업 내부의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게 되면서 데이터 웨어하우스만으로는 기업들의 필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이는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정의되지 않은 데이터가 아니면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고,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해 축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데이터 레이크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데이터 레이크(Data Lake)입니다. 데이터 호수라는 말처럼 데이터 레이크에서는 정형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까지 모든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하지만 각양각색의 비정형 데이터들을 수집하다 보니 데이터의 형태는 전혀 가공되지 않은 로우 데이터(Raw Data)의 형태 그대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이미 가공된 데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데이터를 거의 동일한 관점으로 보게 됩니다.
이에 반해 데이터 레이크는 로우 데이터를 사용자가 직접 가공하기 때문에 가공 방식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데이터를 모은다는 점이 데이터 레이크가 아니라 이것저것 다 모아둔 데이터의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데이터 저장소의 가격이 감소하고 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데이터 레이크는 이러한 비효율성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군은 이러한 로우 데이터 속에서 보석들을 발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는 DMP
개인화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고객과 마케팅에 집중된 데이터 플랫폼들 또한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DMP는 온라인 상의 고객의 행동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플랫폼입니다. DMP는 고객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비식별 데이터가 주된 데이터 소스이기 때문에 고객을 세분화해 타깃 광고를 진행하는 데 주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소나타 페이지를 클릭하거나 오랫동안 소나타 페이지를 읽고 있다면, DMP는 우리를 ‘소나타 또는 그 비슷한 레벨의 차량에 관심있는 고객’으로 세분화합니다. 그리고 소나타 관련 정보나 유사 차량에 대한 광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됩니다.
DMP는 1차원적으로 관심 제품만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고객(군)의 취향을 추측해서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하지만 DMP로는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추측을 통해 개인화 마케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고객 단위 분석에 최적화된 CDP
이러한 이유로 CDP가 등장하게 됩니다. CDP는 내외부 시스템에 산재돼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식별된 고객 단위로 통합/분석해 고객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도출된 인사이트를 고객의 접점에 활용하는 플랫폼입니다. 개개인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식별된 고객을 분석하고 개인화 마케팅을 수행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현대자동차 사례로 돌아가보죠. 현대자동차는 홈페이지에서 소나타를 클릭한 고객이 누구인지, 정말 구매하고 싶은 고객인지 알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객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시승 이벤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시승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운전 면허증에 기재된 본인의 이름과 면허정보, 연락처, 주소 등을 홈페이지에서 작성하게 됩니다. 이 정보는 기존에 수집된 온라인의 행동 정보들과 결합돼 CDP로 흘러갑니다. CDP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들을 분석해 개인화된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고객 분석에 최적화된 CDP에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고객이 기업을 인지하고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CDP 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객 유입을 위한 광고, 회원가입, 그리고 시승 이벤트와 같이 고객이 기업의 플랫폼에 방문하고 데이터를 제공하게 만드는 마케팅 활동이 선행돼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준비나 내부 정책을 사전에 준비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CRM vs. 핫한 CDP
그렇다면 기존에 고객 데이터를 다루던 CRM은 CDP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전통적인 CRM은 기업의 내부 데이터와 고객과 직접 상호작용한 데이터만을 수집하는 플랫폼이었다면, CDP는 내외부 데이터와 정형/비정형 데이터,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를 가리지 않고 수집합니다. 게다가 CRM은 식별된 데이터에 집중해 수집하는 반면, CDP는 식별되지 않은 데이터들도 수집했다가 고객이 식별되는 순간 비식별 데이터를 통합해서 고객을 더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정교한 마케팅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CDP는 최근 가장 핫한 데이터 플랫폼으로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입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CDP 도입에 적극적인 미국 기업들
IT 리서치 기관 포레스터(Forrester)가 2020년에 미국 4,684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7%의 기업이 CDP를 개발 완료했거나 개발 중이며, 28%의 기업이 도입 예정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약 47%의 기업이 5년 안에 CDP 예산의 25% 이상 증가시키고, 62%의 기업이 CDP에 $100K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등 미국 기업들은 이미 CDP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CDP 도입에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리테일, 미디어/레저, 테크 및 이커머스 산업에서 CDP에 대한 투자 의향이 높은 상황입니다. 국내도 이미 유수 대기업들은 CDP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CDP를 활용하는 3가지 목적
그렇다면 이미 CDP를 도입한 기업들은 CDP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첫째, 기업들은 CDP를 통해 Conversion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의 데이터를 통합해서 개인화 마케팅 및 영업을 수행하며, 고객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떤 채널로,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를 확인하고 실행하는 NBA(Next Best Action)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둘째, 기업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한 고객에게 같은 광고를 여러 번 보여주어 피로감을 주거나 중복 광고로 비용을 낭비했다면, 통합된 프로필을 통해 고객에게 적정 횟수의 광고를 보여주어 비용을 절감합니다. 또한 CLTV(고객 생애 가치)를 산출해 미래의 매출을 예측하고 관련된 Operation을 최적화합니다.
마지막으로, 통합된 고객 데이터를 통해 신규 세그먼트를 발굴해서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제품이나 브랜드의 교차 선호도를 분석해 여러가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신규 수입원 창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고객경험 실행역량에 따른 CDP 도입의 효과
CDP를 도입하는 것이 언제나 최상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의 현재 데이터 수준과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 실행역량에 따라 CDP 도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많지만, CX 실행역량이 부족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CDP 도입을 통해 즉시 성과를 내기 유리합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거나, CX 실행역량이 부족하다면 사전에 고객 데이터 확보 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CDP를 도입하기 전에 토양을 다져야 합니다. 통신이나 금융회사와 같이 이미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CX 실행역량이 우수한 기업들은 CDP를 통해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통합해 더 정교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CX 실행 역량은 높으나 데이터가 부족한 기업들은 고객 식별 작업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합니다.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이 발전하고 있지만, 오늘날 개인화된 고객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CDP는 고객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의 현재 상황과 역량에 맞는 CDP 추진 전략을 수립해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글 ㅣ 송석근 선임 컨설턴트
LG CNS Entrue컨설팅 CX전략그룹 소속으로 해외 유수 대학에서 MBA와 Business Analytics를 전공했다. 사업 전략, 운영, 데이터와 시스템까지 고객과 비즈니스의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