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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전기를 아끼면 돈을 벌 수 있을까?

2018.05.29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정부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향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재 시리즈에서는 스마트시티의 구성 요소들과 기술, 적용 사례들을 통해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주는 시사점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아끼면 그만큼의 전력 요금을 절약할 수 있음은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요금을 절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낀 전기를 모으고 되팔아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요자원 거래 또는 수요 반응(Demand Response)이라는 제도인데요. 수요 반응은 소비자가 전기 요금 절감 또는 금전적 보상 등을 위해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행위이고, 수요자원 거래 시장은 전력 수요자가 아낀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전력 시장을 의미합니다.

2014년 11월 탄생한 수요자원 거래 시장의 배경은 2011년 9월에 발생한 `전력대란` 사태입니다. 2011년 9월 당시 지식경제부와 정부 각 부처, 한전, 전력거래소 관계자들은 늦더위가 예보됐음에도 불구하고 풀가동했던 발전소 일부의 가동을 중지했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전력 생산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9월까지 이어진 늦더위는 에어컨 사용량의 급격한 증가를 불렀고 이는 예비전력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국 전국 일부 지역에서 전기가 강제 차단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9.15 단전사태`라고 불리는 사태입니다.

한편 이 사태로 정부 차원에서 앞서 언급한 `DR 시장` 개설을 위해 2013년 4월 전기사업법 발의가 이뤄지고, 1년 뒤인 2014년 4월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설되었습니다.

출처: 전력거래소

그렇다면, 내가 아낀 전기를 어떻게 전력 시장에 팔 수 있을까요? 공장이나 대형마트, 학교, 병원, 빌딩 등 전력을 아낄 수 있는 기관 및 일반 소비자가 기존 사용량보다 적게 전기를 쓰기로 수요관리사업자(중개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수요관리사업자가 아낀 전기를 모아 전력 시장에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루어집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DR 시장의 존재 목적은 전력계통 수급 위기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함입니다. 이와 함께 전력수요가 높은 시기에 가동되는 고비용 발전기를 저렴한 수요자원이 대체하고 전력 공급설비(원자력•화력발전소, 송전설비, 변전소) 건설을 억제하여,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설 비용도 줄일 수도 있습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수요자원 거래 시장에 참여 중인 전기 사용자(참여 고객)는 총 3,195개사로 최대 감축할 수 있는 전력 용량(감축 용량)은 4,352MW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전 3기 이상에 해당되는 발전 용량입니다. 2014년 처음 시장 개설 때와 비교해 참여 고객은 3.7배, 감축 용량은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력 시장의 패러다임도 변화가 있었는데요. 기존 전력 시장에서는 발전 자원이 단독으로 전력을 공급하였으나, 수요 반응 거래 시장이 도입되면서 수요자원과 발전자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요자원 거래 시장의 긍정적인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전기 소비자의 적극적 시장 참여 및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유도를 통한 전력 수급 안정을 도모함과 동시에 전력 공급설비 건설 억제 및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등 국가적인 에너지자원 절약이 가능할 것입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다른 나라에도 수요자원 거래 시장이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급은 화석연료, 원자력 발전 위주의 공급 위주 정책에서 신재생 에너지 확대, 수요 관리 강화 정책으로 옮겨가는 추세이며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수요자원 거래 시장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수요자원 프로그램을 입법했으며, 2000년대 들어 환경규제, ICT 발달로 수요자원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FERC)는 도매시장에서 수요 반응 자원을 발전자원과 동등하게 대우하라고 명령하기도 했습니다(FERC Order 745).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애초부터 전력 피크 사용량 감축을 목적으로 수요 반응을 시작했습니다. 전력 소비가 순간적 올라가는 피크를 전부 발전으로 대응하기보다 수요관리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수요자원 시장 제도가 미비하고 스마트 미터 보급이 미흡해 북미보다 시장 활성화가 더딘 편입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원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수요 반응 활용에 적극적입니다. ‘2020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유럽 전체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DR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2011년 1월 주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SEDC(Smart Energy Demand Coalition)를 창립하여 참여국들의 수요자원 거래 시장 운영상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 중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적으로 용량 시장에서 수요자원의 참여를 준비해 프랑스에서는 2015년, 영국에서는 2014년에 용량 시장에서 수요자원을 활용 한 첫 번째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수요자원 거래 시장의 전반적인 운영 측 면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로 볼 수 있으나, SEDC의 연 간 보고서 발행 등 체계적인 관리 및 내부 규칙 정립에 있어서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 한국 등이 가장 활발하게 수요자원 거래 시장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 운영이 제한됨에 따라 수요자원을 발전자원 대안으로 주목했습니다.

2014년부터 정부 주도 실증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후 동경전력, 간사이전력 등과 같은 유틸리티 주도 형태의 DR 운영이 추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의 경우, 대만 전력의 주도로 2017년부터 약 5,000만 대의 스마트 미터를 보급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으나, 시장 불확실성의 존재 및 산업 표준화 관련 재원 부족 문제로 시장 도입이 미뤄진 상황입니다. 

미래의 수요 반응•수요자원 거래 시장의 모습은?

수요 반응 시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ICT 및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필요합니다. 전자식 전력량계인 스마트 미터, 가격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양방향 통신시스템, 계량 데이터 관리 시스템 등으로 구현되는 첨단 계량 인프라(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AMI) 구축이 필수입니다.

또한, 흩어져 있는 수요자원을 중앙에서 모아서 합치는 부하 수집 기술(Aggregation Technology)이 필요합니다. 수집한 수요자원들을 분석하여 가격신호에 따라 실시간으로 제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고받는 데이터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의 초고속 처리를 위한 ICT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적용됩니다.

수요 반응 시장은 전력을 줄여야 할 시점에 전화로 지시해 감축하는 수동 DR에서 전화 지시가 필요 없는 자동 DR로 진화하였습니다. 감축 신호가 자동으로 전달되고, 말단에서 그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감축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수요 반응은 어떤 모습일까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중 에너지를 변화시킬 핵심 기술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 및 사이버 환경에 존재 하는 사물들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는 IoT 기술입니다. IoT와 에너지가 만나면 IoE(Internet of Energy, 에너지 인터넷)로 진화할 것입니다.

IoE는 과거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수요와 공급 구조에서, 수평적이며 상호 운영이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로 변해갈 것입니다. 수요 반응(Demand Response) 뿐만 아니라, 에너지 프로슈머(e-Prosumer), 전기 자동차, 다양한 분산 에너지원과 에너지 저장(ESS), 배전망 관리와 같은 에너지 분야의 핵심 요소들이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통합 연계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 l LG CNS 엔트루컨설팅 스마트엔지니어링그룹

[‘스마트시티’ 연재 현황]

[1편] 각국의 도시와 기업은 왜 스마트시티에 집중할까?
[2편] 스마트시티, 미래 모습을 현재에 그리다.
[3편] 도시, 분산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다.
[4편] ESS, 새로운 발전소 없이 전력을 공급한다.
[5편] ESS를 이용하여 휴대폰 요금을 면제 받는다면?
[6편] 전기를 아끼면 돈을 벌 수 있을까?
[7편] 똑똑한 도시로의 진화, 스마트시티의 미래
[8편] 스마트시티에 어울리는 건축물, 그린 빌딩
[9편] 싱가포르가 전 국토를 가상현실로 만드는 이유는?
[10편]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11편] 시민과 함께 만드는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행정 서비스
[12편] 스마트시티, 차세대 드론 서비스를 제시하다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