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웹 2.0은 PC와 인터넷 중심의 시대였습니다. 이후 스마트폰과 모바일 앱이 등장하면서 웹 2.0 기반의 모바일 생태계가 탄생했는데요. 모바일은 인터넷의 대중화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촉진제 역할을 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나타난 웹 3.0 서비스는 모바일 이전의 웹 2.0과 유사하게 PC에서 처리하는 비중이 높았는데요. 상세한 데이터 확인이나 NFT를 발행하는 등의 일은 많은 정보를 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는 PC의 웹 브라우저에서 이루어졌는데요. 하지만 점차 P2E게임과 NFT 거래, 암호화폐 지갑 등을 중심으로 웹 3.0 서비스가 모바일 전용 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중앙화 구조에 의존하는 웹 3.0 모바일
2019년 기준,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만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약 74%에 해당하는 37억 명이 스마트폰을 통해 웹에 접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PC나 다른 하드웨어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의존도가 계속 높아질 전망입니다.
모바일은 사람들이 이동 중에도 온라인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모바일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 위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 놓았는데요.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와 모바일 앱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모바일 세상을 여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러 메신저와 SNS를 통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인 요즘, 웹 3.0의 모바일화는 더욱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탈중앙화를 핵심 가치로 두는 웹 3.0에서 현재의 모바일 운영체제 생태계가 중앙화된 두 기업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기업은 바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와 애플의 iOS인데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모든 스마트폰 앱의 출시와 판매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구조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수수료입니다. 앱을 만들면 모바일 앱 마켓 플레이스에 등록해야 하고, 해당 마켓 플레이스에서 앱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가 부과되는데요. 각종 앱 생태계의 규정을 구글과 애플이 결정하기 때문에 앱 결제 수수료 관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또한 모바일 앱 관련 정책과 데이터 관리의 주도권은 구글과 애플에 있습니다.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웹 2.0 기반 모바일 앱 플랫폼을 웹 3.0 시대에도 계속 사용해야 할까요? 모바일 앱을 심사 및 검열하는 과정은 각 플랫폼의 정책에 따르기 때문에 앱 개발사는 자유로운 개발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앱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웹 3.0 모바일은 가능할까?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는 2018년 10월 엑소더스1(Exodus1)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이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고 비트코인 노드 역할이 가능했는데요.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의 시린랩스(Sirin Labs)도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시린 OS를 탑재하고 보안 기능을 강화한 블록체인 스마트폰을 내놓았습니다. 삼성전자도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블록체인 스마트폰은 기존 스마트폰의 성능에 미치지 못하고 사용성이 떨어져 대중화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발전된 성능과 대중적인 블록체인 스마트폰이 개발된다면 웹 3.0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이상적인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 스마트폰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스마트폰의 기능과 더불어 하드웨어 지갑이 내장되어 있는데요. 암호화폐는 물론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가능합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갑에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지 않고, 스마트폰 내 지갑에 옮겨 보안성을 높이죠.
블록체인 스마트폰은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앱에 대한 접근성도 높습니다. 별도 다운로드 없이도 기본적으로 모바일 앱이 내장되어 있는데요. 스마트폰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하거나 암호화 보안키 저장 및 관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022년, 블록체인 스마트폰이 재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메인넷 중 하나인 솔라나(Solana)가 자체 스마트폰을 직접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솔라나는 ‘사가(Saga)’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을 2023년에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사가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개인 암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전용 결제 및 암호화폐 지갑을 사용할 때 거래 서명에 대한 보안과 데이터 저장 등을 지원합니다.
솔라나는 하드웨어인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입니다. 자체 개발 도구(Software Development Kit, SDK)와 개발 라이브러리를 제공해 많은 개발자가 솔라나 블록체인 전용 모바일 앱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요. 분산화 앱 스토어(dApp Store)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 앱 플랫폼도 만듭니다. 기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별도 수수료가 없다는 점인데요. 현재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함께 이용하는 게 가능해 웹 2.0과 웹 3.0 기반 모바일 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폴리곤(Polygon)은 영국의 테크 스타트업과 협력해 ‘낫씽(Nothing)’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는데요. 스마트폰 NFT 멤버십과 폴리곤 기반 결제 기능이 적용되고 분산화된 자체 모바일 앱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은 구글 혹은 애플 아이디로 로그인을 할 수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 같은 플랫폼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을 모바일 생태계에 끌어들였는데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폰이 자체 생태계와 운영체제를 꾸릴 수 있다면, 더이상 구글이나 애플에 의존하지 않고 분산화된 구조의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중앙화에서 벗어나 분산화된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웹 3.0 중심의 모바일 운영체제가 필요합니다.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은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 OS를 활용하거나 독자적인 웹 3.0 전용 모바일 운영체제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요.
안드로이드 OS를 활용하는 경우 기존 웹 2.0의 모바일 앱을 사용하면서 웹 3.0 전용 앱도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모바일 앱과 함께 저렴한 수수료 체계가 포함된 웹 3.0 모바일 앱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 수 있는데요.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자체 운영체제가 필요합니다.
자체적인 운영체제 개발 방식은 기존 운영체제의 활용과 신규 개발이 있는데요. 기존 운영체제 활용은 타이젠 OS와 같은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타이젠은 안드로이드 OS나 iOS와 차별화 요소가 부족해 현재 일부 제품에서만 사용되는데요. 기존 운영체제의 개발 초점을 웹 3.0과 블록체인 등에 맞춘다면 별도 앱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신규 개발은 이더리움 OS(Ethereum OS)가 있습니다. 이더리움 기반 운영체제를 목표로 삼는 이더리움 OS는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데요. 아직 앱 마켓은 없지만,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본 모바일 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체 운영체제는 분산화 앱과 암호화 결제, 이더리움 전용 도메인(ENS) 통합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데요. 이더리움 OS는 누군가 검열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채팅과 운영체제에서 자체 기능으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바로 NFT로 발행되는 기능을 만들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은 운영체제 개발에 집중하는 단계입니다.
모바일 운영체제는 구글과 애플의 양강구도에서 벗어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물론 운영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생태계를 새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닌데요.
구글과 애플의 생태계의 틈새를 노려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아 보입니다. 반대 관점에서 블록체인, 웹 3.0 전용 모바일 운영체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은 물론 블록체인 기업이 킬러 콘텐츠와 서비스가 포함된 전용 운영체제를 구축한다면 모바일 시장을 이끌어갈 기회가 됩니다.
웹 3.0의 넥스트 모바일
약 15년간 지속되고 있는 모바일 시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웹 3.0에서도 모바일이 향후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모바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웹 3.0의 핵심은 오픈소스입니다. 오픈소스 방식의 운영체제 개발이 웹 3.0과 블록체인에 대한 개발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이 모바일 운영체제의 제공자 역할을 하려면 운영체제 자체가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블록체인 메인넷에서 자바, 파이썬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아직은 웹 3.0 개발자와 사용자 자체가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데요.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해 대중화가 이루어지려면 모바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웹 3.0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블록체인 스마트폰에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고 스마트폰에서 대부분의 분산화 애플리케이션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은 시기에 도래할 텐데요. 휴대전화를 켰을 때 구글, 삼성, 애플이 아닌 ‘Powered by Ethereum’ 혹은 ‘XX Blockchain OS’라는 문구가 표시되는 날이 기대됩니다.
글 ㅣ 윤준탁 ㅣ IT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