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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실외기 없는 에어컨? 팬덤 상품은 ‘고객의 소리’에서 나온다

2021.01.28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현황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업무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고, 방대한 데이터 처리나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 그리고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도모하는 Digital Transformation 등 오늘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혁신에 더욱 매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융복합 산업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기업 가치 사슬(Value Chain)이 재조합되면서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Experience)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관건입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비대면•비접촉(Untact) 환경은 우리 경영 환경의 모습을 많이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

LG CNS Entrue 컨설팅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객 경험을 활용해 어떻게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를 혁신할 것인지를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랍니다.

“누구나 각자 원하는 색깔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 단, 원하는 색이 검은색인 경우에만.”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헨리 포드가 모델 T에 대해서 한 농담입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의 이야기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상품 기획자에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만큼이나 멀게 느껴집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경쟁사가 신제품을 쏟아내는 무한 경쟁의 시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을 얻는 상품 기획을 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상품 기획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1월 18일에 집에 안 계신다고요? 그렇다면 어디로 배송해드릴까요?

“고객님, 주문하신 상품이 3시에 도착 예정입니다. 집에 계세요?” 기다리던 상품의 배송을 알려주는 전화에 ‘집에 아무도 없는데, 물건을 누가 가져가면 어떠지?’, ‘혹시나 배송 박스를 던져서 물건이 상하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한 번씩은 해보셨을 겁니다. 만약 지방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면, 이런 걱정은 더 커지겠죠? 이런 고객의 작은 불편에 주목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 락커 서비스입니다.

‘미대륙을 종횡무진하는 트럭 기사 톰(Tom)의 경험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모두의 쇼핑욕구를 자극하는 블랙프라이데이. 톰은 새로 출시된 킨들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몇 주간 집을 비우는 직업 때문에 주문을 망설입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불편에 항상 귀 기울이고 있던 상품 기획자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톰에게 배송을 해줄 수 있을까?”
“톰이 도착하는 지역 사서함에 배송을 해주면 어떨까? 그럼 운행 예정지로 해서 물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톰이 물건을 픽업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지불은 하고, 물건은 못 받는 문제가 생기는데.”

l 아마존 락커 (출처: 아마존)

이렇게 고객 불편을 해결하려는 고민이 락커(Locker) 서비스를 탄생시켰습니다. 물건은 담은 후 이동지의 락커를 선택하고 주문하면 끝. 주문 시에 받은 바코드를 스캔해야만 물건을 찾을 수 있어 분실의 걱정도 없고, 게다가 물건을 3일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바로 반품이 되는 편리함까지 갖췄습니다.

아마존이 주목한 트럭 기사 톰. 미국인 중 트럭 기사가 몇 명이나 될까요? 과연 이런 소수에게 주목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맞을까요? 상품 기획 관점에서 이런 니치(Niche)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답은 “네”입니다.

놀라운가요? 이런 니치 상품 기획이 가능해진 것은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로 트랜스포메이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상품 기획이 주목한 것은 정규 분포도(Bell Shape) 상의 불룩한 영역이었습니다. 고객이 많은 곳에 사업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얼리어답터나 제품의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극단적인 사용자(Extreme User)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수의 고객을 외면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아닙니다. 그럼에도 상품 기획이 익스트림 유저에 집중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잠재 니즈 때문입니다. 주변 친구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친구 중에 유독 까탈스러운 사람이 있죠? 음식점에 가서도 요구 사항이 보통이 아닙니다.

피클이 테이블 위에 있는데도 할라피뇨가 있냐고 물어보고, 후추도 꼭 통후추를 갈아서 넣어달라고 하죠. 이런 친구들은 원하는 것이 명확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확고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무던한 우리들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소비자의 팬덤을 받게 됩니다.

다시 톰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정해진 주소지가 없는 트럭 기사인 톰은 아마존 락커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톰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해피엔딩입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었고, 그 서비스의 타깃 고객인 트럭 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주소지가 없는 사람은 또 누가 있을까요? 미국에 오는 여행자들은 어떨까요? 미국에 여행 온 김에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 옷이나 가전제품을 사고 싶은 건 저만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이동을 해야 하는 여행 일정이라면 온라인 쇼핑의 배송을 기다리는 것은 사치일 것입니다. 까다로운 호텔의 규정으로 배송을 못 받거나, 혼잡한 숙소의 사정으로 분실의 위험 때문에 주문을 못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여행자들에게 아마존 락커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아마존 락커 사용법 (출처: 아마존)

“여행 스케줄에 맞춰서 내가 원하는 곳에서 픽업 가능”
“주문 시점에 받은 바코드로만 락커를 열 수 있으니 분실 위험이 없음”
“배송이 오지 않았는데, 이미 그 도시를 떠난 상태여도 바로 반품과 환불이 되니 손해 볼 염려도 없음”

이처럼 완벽한 솔루션이 있을까요? 여행자가 느끼고 있던 불편(Pain Point)이 한 번에 클리어. 아마존 락커의 시작은 대륙을 횡단하는 트럭 기사였지만, 같은 불편함을 가진 고객의 마음에 울림을 주어 서비스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니치마켓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매스마켓으로 이동한 것이죠.

왜 상품 기획자들이 괴짜(Geek)나 까탈스러운(Picky) 한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를 조금은 아시겠나요? 아직이라고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어떨까요?

벽에 구멍을 뚫으면 안 된다고요? 그럼 에어컨 설치를 어떻게 하지?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라는 글귀만큼 상품 기획과 고객 간의 관계를 잘 나타낸 것은 없을 것입니다. 고객의 불편(窮)을 찾아내고, 불편을 해결(變) 하는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通) 하여,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느끼게 함으로써 지속적(久)으로 사랑받는 제품, 서비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상품 기획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가리봉동에 사는 ‘열혈남’씨가 올린 블로그 사진을 잠깐 볼까요?

창문 사이에 에어컨이 끼워져 있고, 에어컨과 창틀 사이의 바람을 막기 위해 폐상자를 펼쳐서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이 보입니다.

‘특이한 녀석이 있군.’이라고 스쳐 지나갈 만하지만, 상품 기획자의 예리한 눈에는 ‘왜?’라는 물음을 일으키는 신기한 사진입니다.

‘열혈남’씨는 왜 이렇게 에어컨을 쓰고 있을까요?

이런 사용 행태는 우리나라의 집값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은 세대를 막론하고 자기 집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세 또는 월세라는 주거형태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제 갓 직장을 얻어서 처음 부모님 집을 떠나 서울에 집을 얻게 된 ‘열혈남’씨도 예외는 아니죠. ‘열혈남’씨는 직장하고 가까운 가리봉동에 월세를 얻었습니다. 월세 계약을 할 때 ‘원상복구 의무’라는 문구에 눈이 꽂힙니다.

“사장님, 원상복구 의무가 무슨 뜻이에요?”
“계약이 끝나면 집을 입주 전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입자에겐 벽에 못 하나 박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벽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야 하는 에어컨 실외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세입자라고 더위가 피해 가는 것도 아니니, ‘열혈남’씨는 자구책으로 창문에 끼워서 쓰는 창문형 에어컨을 검색합니다.

창문형 에어컨. 조금은 낯선 제품이죠? 우리나라 초기 에어컨 제품군에는 창문형이 있었으나, 스탠드형의 부상에 따라 국내 수요가 줄어들면서 해외 판매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열혈남’씨처럼 ‘원상복구 의무’를 지고 있는 고개들에겐 안성맞춤입니다. 그래서 해외 직구로 제품을 구매해 창문에 설치한 후기가 네이버에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상품 기획자에겐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얼리어답터가 직접 제품을 개선한 사례입니다. 아마존 락커 사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극단적 사용자의 니즈를 해결하면, 일반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 기획자들은 ‘벽을 뚫을 수 없는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과제를 설정했습니다.

“벽을 뚫지 않고도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함”
“창문의 크기에 무관하게 설치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외관상 미려해야 함”
“이사 할 때 쉽게 떼어낼 수 있어야 하고, 설치기사 없이도 재설치가 가능해야 함”

이런 고객들의 마음속에 있는 잠재 니즈를 만족시킨 것이 계절가전 업체인 파세코의 창문형 에어컨입니다. 이 제품이 에어컨을 사는 모든 고객을 유인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 돈 내산’ 후기와 판매량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세코 제품 및 기사

고객의 소리, 귀로 들으면 되는 건가요?

이쯤 되면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가 가진 힘을 눈치챈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아, 고객의 소리만 찾으면 나도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꿈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근데 그렇게 중요한 고객의 소리는 어떻게 듣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영화 ‘왓 위민 원트’가 떠오릅니다. 이 영화는 사고로 여자의 마음을 듣는 능력이 생긴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주인공은 이 능력을 활용해서 ‘여자 고객’의 저 심연에 숨어있는 니즈를 표면으로 끌어올려 광고 프로젝트는 따내고, 여성 상사의 사랑까지 쟁취합니다.

이런 귀 탐나지 않으세요? 우리에게도 이런 귀가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에게도 이런 귀가 있습니다. 우리 대신 고객의 저 마음속 깊이 숨겨놓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 바로 AI(인공지능) 기반의 소셜 미디어 분석(Social Media Analytics)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공개된 공간인 소셜 미디어 상에 포스팅합니다.

‘뭘 샀는지, 어디를 갔는지, 뭘 먹었는지, 지금 감정은 어떤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좋아하는 아이돌은 누군지, 어떤 색의 옷을 입고 있는지…’

이렇게 미디어에 올려진 많은 정보들은 고객을 360도로 이해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됩니다. 그럼 다시 ‘열혈남’씨에게 돌아가 볼까요? ‘열혈남’씨가 검색을 통해 확인했던 창문형 에어컨의 검색량, 창문형 에어컨 구매후기와 설치 이미지를 통해 상품 기획자의 귀는 말이 아닌 데이터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상품 기획자가 ‘짜잔~’하고 해결해드려야 할 불편을 말이죠.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결합된 상품 기획자의 제2의 귀는 익스트림 유저의 아주 사소한 불편까지도 찾아내고 해결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대별 총 소득 전망 (출처: World Data Lab, 2019)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구제 옷을 사 입고,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를 구하기 위해 몇 달치 용돈을 서슴없이 내놓고, 애정 하는 브랜드에 대한 홍보대사를 자청하는 MZ 세대.

● MZ 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 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처럼 자신의 니즈와 가치가 구매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이 시대에, 지금까지 말씀드린 ‘고객의 소리’를 듣고 이를 해결하는 상품 기획의 변화는 어쩌면 자연의 섭리와도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에겐 ‘상품 기획’은 곧 ‘기술의 혁신’이라는 등식이 아로새겨져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고객의 팬덤을 얻은 것이고, 그 팬덤의 시작은 우리의 고객을 알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공감한 내용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상품 기획이라는 장대한 여정을 떠나기 전, 먼저 우리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거기서 팬덤이 시작될 것입니다.

글 l 이근희 총괄 컨설턴트
LG CNS Entrue컨설팅 CX전략그룹 소속의 26년차 아마존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 디자인 씽킹 전문가이다. 고객가치 기반의 혁신을 코칭하고 유통 채널의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LG그룹내 디자인 씽킹 강사로도 활약 중이다.

[연재 기획]

[1편]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판이 바뀐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마케팅 하려면?
[2편] Y, Z 등 Digital First 세대를 사로잡으려면?
[3편] 영화관에서 춤을? Digital First 세대를 사로잡는 방법
[4편] 고객 경험의 시대, 무엇을 팔 것인가?
[5편] 디지털 리테일(Digital Retail)과 고객 경험
[6편] 나만을 위한 광고! 디지털 광고와 초개인화
[7편] 데이터 주권 시대, ‘마이데이터’로 해결!
[8편] 고객 없이는 기업도 없다! 페인 포인트(Pain Point) 관리가 중요한 이유
[9-1편] AI 챗봇이 뜬다? 고객•성장 다 잡는 고객 경험 혁신!
[9-2편] UX•UI ‘고객 만족’으로 향하는 내비게이션
[10편] ‘데이터’가 지갑을 연다! 초개인화 시대의 쇼핑
[11-1편] 알잘딱깔센 개취 저격하는 ‘AI 점원’
[11-2편] 10년 뒤 옷 ‘사이즈’가 사라진다? 3D 기술의 놀라운 발전!
[12-1편] 디지털 금융과 고객 경험(上)
[12-2편] 디지털 금융과 고객 경험(下)
[13편] 실외기 없는 에어컨? 팬덤 상품은 ‘고객의 소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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