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인구 증가, 작물 생산량의 저하, 기후변화 등이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지구촌 이상 기후 등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해 실제 식품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우리의 식량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식량문제는 IT 기술을 접목해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습니다.
농업과 기술의 결합, 애그리테크
애그리테크(AgriTech)는 농업 관련 모든 산업 분야에 ICT를 융복합한 것을 의미합니다. 농산물 생산과 유통, 경영 등 전체 산업의 가치사슬을 기술로 혁신하는 것입니다. 애그리테크는 농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술은 물론 모니터링이나 데이터 관리, 식품 공급망 등을 포함하는데요. 쉽게 말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하면서 농업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MarketsandMarkets)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애그리테크 산업의 시장 규모는 7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에는 138억 달러, 2025년에는 2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애그리테크에서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스마트팜(Smart Farm)’입니다. 스마트팜은 지능화된 농업시스템입니다. 스마트팜으로 운영되는 농장이나 밭은 농업 환경 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생산성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온도조절·물주기 자동화 등 농장 시설과 환경에 맞춰 농장 내 시스템을 제어하는 것이죠.
스마트팜의 형태는 실외에서 실내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실내에 농장을 만들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작물을 수직으로 배치해 키우는 것이죠. 로봇을 활용하거나 식물을 위한 전용 조명을 설치하는 등 생산에 필요한 비용과 공간은 줄이면서 효율을 높이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DX전문기업 LG CNS도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라남도가 추진하는 ‘첨단 무인 자동화 농업생산 시범단지 지능화 플랫폼 구축’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23년까지 전라남도 나주시 54.3ha(54만 3천m2, 16만 평) 규모 노지에 데이터 중심의 ‘지능형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대체육 같은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는 것도 애그리테크에 해당됩니다. 이전에는 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주로 콩을 사용했는데요. 이제는 다양한 원재료를 활용해 대체육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체하려는 식품의 카테고리가 육류에 그치지 않고, 해산물이나 우유 등 다양한 식품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애그리테크의 핵심 기술은?
애그리테크는 자율주행 로봇이나 드론을 활용하는 하드웨어 영역뿐만 아니라 IoT와 AI, 모바일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AI는 애그리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이미지 분야가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컴퓨터 비전이란 많은 양의 이미지를 학습해 자율주행차량이 사물을 식별하거나 아마존 고(Amazon Go)와 같은 식료품 가게에서 구매한 제품을 식별하는 목적으로 활용합니다. 구글의 딥러닝 AI 연구팀 구글 브레인의 연구 책임자인 더글러스 에크(Douglas Eck)는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AI 모델을 다가올 혁신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애그리테크에서도 작물의 모습과 특성 등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딥러닝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AI가 작물의 신선도와 질병 여부 등을 이해하려면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한데요. 수 천, 수만 장의 이미지를 실제 작물과 비교하면서 지속적으로 학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국내 한 기업에서는 농산물의 외부결함 및 상품성을 식별하는 AI선별기를 개발했습니다. 이 AI 선별기는 과일에 근적외선(적외선 중 파장이 가장 짧은 것)을 쏜 뒤 과일 속을 엑스레이처럼 촬영합니다. AI가 과일 속 이미지를 학습하면 당도나 중량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과일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이미지 데이터로 만들어 학습하면서 AI가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죠.
AI는 과일의 이미지를 학습하는 것은 물론 작물을 괴롭히는 해충의 이미지나 식물에 대한 이미지도 학습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자라고 있는 작물의 이미지와 학습한 이미지를 비교해 병충해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컴퓨터 비전으로 작물과 해충 등을 구별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하나씩 확인하지 않아도 쉽게 작물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같이 식량난이 심각한 곳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애그리테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농업 데이터 분석도 애그리테크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마트팜에서 수집된 데이터나 날씨 정보 등 농업에 관련된 데이터는 애그리테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데이터가 있어야 AI가 학습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작물을 선택하고 언제 수확해야 하는지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기존의 경험과 주관적인 계산으로 진행했습니다. 농업 데이터 분석이 도입된 이후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농부는 데이터를 통해 작물 상태와 토양 상태, 풍향, 풍속, 강수량, 지형의 세부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로 농장별, 작물별, 작물의 성장 단계별로 해야 할 업무를 제안하고, 더 나아가 작물을 언제 수확할지 적절한 시기를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세계의 사물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도 하는데요.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매개변수를 적용해 어떤 상황에서 작물이 빨리 자라는지, 어떤 방식이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 하는 것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도 애그리테크에 활용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AR 안경을 착용한 농부는 화면에 나타나는 매뉴얼에 따라 특정 기계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또, AR 안경을 착용하고 농장에서 일하면 작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카메라가 장착된 경우 이미지를 촬영한 후 AI을 통해 분석 데이터를 디스플레이에 띄워 작업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AR 안경만 착용하면 작물과 주변 환경의 실시간 시각화되어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러시아의 한 농장은 젖소에게 VR고글을 착용시켜 젖소에게 넓은 들판의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생산되는 우유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상의 화면을 제공한 것입니다.
식량 위기를 해결할 애그리테크의 미래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에 도달했고 기후 변화와 전쟁 등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식량 생산량이 부족하면 점차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작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AI, 데이터 분석, AR, VR 등 애그리테크 관련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향후 자율주행 농기계, 드론과 같은 새로운 기기가 농업에 활용될 때, AI의 발전 수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IoT와 AR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는 과정도 최종적으로 AI가 수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애그리테크에 활용하는 AI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그리테크를 위한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 발전에 인류를 지켜낼 식량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 | 윤준탁 | IT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