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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VR로 재활하고 약 대신 앱 쓰는 ‘디지털치료제’가 온다

2023.02.20

최근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제 뉴냅비전이 첫 임상연구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또한 호흡기 질환의 재활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와 노인성 질환인 근감소증 치료 앱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생명 연장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죠. 이를 실현하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통상 약이라고 하면 알약 등의 먹는 치료제를 떠올리죠.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SW를 기반으로 치료 범주가 확대됐습니다. SW를 활용한 의료기기라고 하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많은 분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와 디지털 치료제를 헷갈려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건강 증진을 목표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합니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디지털 기술로 환자의 질병과 장애를 직접 치료합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치료제가 사용되는 분야는 치매, 알츠하이머, 뇌졸중, ADHD인데요. 해당 질병은 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중추신경계 질환에 해당합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주요 적용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1] 디지털치료제 주요 적용 분야 (출처: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

디지털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디지털 치료제는 2010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 디지털 치료제 기업)가 개발한 약물중독 치료용 모바일 앱이 디지털 치료제 최초로 FDA 허가를 받게 되죠. 그렇다면 디지털 치료제와 일반 의약품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로 분류합니다. 실시간으로 환자를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신약 대비 개발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자약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전달 형태와 기술 측면에서 전혀 다른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자약이 하드웨어 의료기기라면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구분하기 때문이죠.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신약은 비임상, 1상~3상의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합니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비임상시험 단계가 없고, 임상시험 역시 1상, 2상에 해당하는 탐색 임상(소수 피험자를 대상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걸쳐 실시되는 시험)과 3상에 해당하는 확증 임상(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의 피험자 대상으로 설계, 실시되는 시험)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주력 분야는 치매, 알츠하이머, 뇌졸중, ADHD 등 인데요. 기존 제약사가 이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에 거듭 실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행동 중재(Behavior Intervention, 직접 또는 환경을 조작하거나 양자를 결합해 행동에 영향을 주는 과정)를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 등으로 특정 행동을 통제하고 조정해 중추신경 질환 치료를 도모하는 방식이 디지털 치료제의 아이덴티티에 좀 더 부합합니다.

[표2] 일반의약품과 디지털치료제, 전자약 특징 (출처: KIST융합연구정책센터, 삼정KPMG 경제연구원)

VR과 모바일, 빅데이터로 치료한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는 일부 만성질환과 신경정신과 질환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SW를 통해 약물중독, 수면장애, 조현병, ADHD, 우울증, 치매 등 뇌의 정상적 동작을 저해하는 다양한 질환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에 적용되는 기술은 모바일, PC 기반 앱,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게임, 빅데이터 등 다양한데요.

VR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VR을 활용한 VRT(Virtual Reality Therapy, 가상 현실 치료)는 크게 노출, 주의분산, 훈련의 방법으로 이뤄지는 심리치료와 신경재활, 근골격계 재활과 같은 재활치료에 유용합니다. 최근 VR, AR 기술은 청각을 넘어 미각, 후각, 촉각까지 재현하도록 성능이 향상돼 치료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표3] 디지털치료제 주요 기술 (출처: ETRI, 뉴냅스, 삼정KPMG경제연구원)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부상하자 세계 각국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5년 6,570억 달러로 연평균 24.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중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5년 89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20.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또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전문가들은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2025년 5,288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표4] 디지털 헬스케어 및 치료제 시장 규모 전망 (출처: ETRI)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과 투자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미국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FDA 인허가 단계에 사전 인증제(Pre-Certification, 제품의 품질, 안정성 등 5가지 요소를 갖춘 회사에 한해 인·허가 면제 또는 인·허가 과정 간소화로 빠른 리뷰가 가능하게 하는 인증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국보험청(CMS,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은 처방 디지털 치료제에 새로운 코드를 부여하고 일반의약품과 유사한 처방, 조제 시스템의 권한을 갖게 했습니다.

독일은 디지털 치료제를 3개월 내 임시 승인할 수 있는 DiGA(Digital Health Apps program, 디지털 건강 앱)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일본도 혁신의료기기 조건부 승인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뉴딜 2.0 바이오·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글로벌 중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유관 정부부처가 관련 예산을 편성하며 산업육성 촉진에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비대면 진료기술개발에 55억 5,000만 원, 가상환자·가상병원 기반 의료기술 개발 사업에 75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까지 디지털 치료제 활성화를 위한 XR(eXtended Reality,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을 아우르는 확장 현실) 핵심기술 개발 사업에 350억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 디지털 치료제 개발 사업예산을 323억 원으로 증액하는 등 다양한 육성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표5] 국내 정부부처 디지털치료제 예산 편성현황 (출처: 법제처,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식약처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습니다. 향후 디지털 치료제는 마이데이터(MyData,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 통제하며,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와 결합해 개인 맞춤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헬스케어 데이터뿐만 아니라 금융 데이터, 식습관 등의 마이데이터와 결합해 더욱 정밀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습니다.

글 ㅣ 길재식 ㅣ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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