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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손, 눈, 음성으로 컴퓨팅을? 메타버스의 게임체인저가 등장하다!

2023.06.13

“MR(Mixed-Reality, 혼합현실) 헤드셋을 장착해, 아이폰과 맥(Mac)에 있는 자료를 불러 문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애플 쿠퍼티노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대회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애플은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개했는데요. 하드웨어 혁신을 주도해 온 애플이 7년 만에 새롭게 공개한 하드웨어라 전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맥이 개인 컴퓨팅 시대,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면,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1] 애플이 발표한 MR 헤드셋 비전프로 (출처: 애플)
[표 1] 애플의 하드웨어 출시 과정

가상과 현실을 잇는 공간 컴퓨팅

비전 프로는 별도의 콘트롤러 없이 눈과 손, 목소리를 이용해 직관적으로 모든 앱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간단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터치하고, 가상 키패드를 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앱과 화면은 원하는 크기로 쉽게 조절할 수 있고, 원하는 위치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헤드셋을 착용해도 주변과 사물을 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 디지털 콘텐츠가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사진 2] 애플 비전 프로를 활용한 업무의 변화 (출처: 애플)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아이 사이트(Eye Sight)’라는 기능이었습니다. 헤드셋 전면부에는 반투명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는데요. 사용자가 앱에 몰입할 때는 불투명 모드로, 상대방과 대화가 필요할 때는 투명 모드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헤드셋을 착용하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드웨어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헤드셋은 유리 전면부와 알루미늄 프레임, 그리고 5개의 센서와 12개의 카메라, 디스플레이, 냉각팬이 달린 컴퓨터로 구성돼 있습니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는 2,300만 픽셀을 지원하고, 공간 음향 기능으로 보다 사실적인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기능들을 움직이는 컴퓨팅 파워에는 애플의 반도체 칩 M2가 사용됐습니다.

메타 VS 애플, 메타버스 세상의 승자는?

[사진 3] 메타가 새롭게 공개한 MR 헤드셋 퀘스트3 (출처: 메타)

애플의 비전 프로 발표 직전, 메타는 비전 프로의 7분의 1 가격인 새로운 혼합현실 헤드셋 ‘퀘스트3(Quest3)’를 공개했습니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에게 MR을 제공하기 위한 진정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는데요. 대중화에 보다 무게를 뒀다는 평가입니다. 퀘스트3는 전작인 퀘스트2보다 전면부가 40%나 얇아졌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장착해 그래픽 성능이 두 배나 더 높아졌습니다. 또, 카메라 4대와 전면부 센서 3개를 탑재해 생동감 넘치는 혼합현실을 지원합니다.

메타는 사용자가 탁상 위에 가상의 도시를 만드는 모습의 영상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었는데요. 손동작 추적 기능으로 컨트롤러 없이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세부 정보는 오는 9월 27일, ‘커넥트 컨퍼런스 (Connect Conference)’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는데요. 미완성작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애플의 비전 프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애플과 메타가 메타버스에 공력을 들이는 이유는 헤드셋이 차세대 폼팩터(form factor, 하드웨어의 외형, 형태)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IT 시장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VR 헤드셋 중 메타 제품은 80%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새로운 경쟁자 애플의 등장에 시장 분위기 반전과 시장 자체의 크기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AR·V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대비 18.2% 줄어든 745만 대에 그칠 것이라고 하는데요.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가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긍정적 요인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메타버스의 미래와 전망

[사진 4]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로 메타버스 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I 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선 AR · MR 헤드셋이 차세대 스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애플의 발표만으로 투자자들에게 AR · MR 헤드셋에 대한 믿음을 실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타버스 시장은 재택근무 종료와 경기 침체,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 등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메타버스를 축소하기도 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현실 작업 공간 프로젝트 ‘알트 스페이스 가상현실’ 서비스를 중단했고, 소니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가상현실 헤드셋 생산량을 약 20% 삭감했습니다.

이러한 위축기에도 애플이 비전 프로를 출시한 이유는 메타버스 시장의 막대한 성장성 때문인데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프레시던 스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는 2022년 684억 달러에서 2025년 1,831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메타버스는 MR · VR · AR과 같은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운영체제, 앱을 거래하는 앱스토어, 대화를 나누는 소셜미디어, 게임 등의 작동을 가능케 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드셋을 무기로 메타버스 생태계를 차지하면, 어마어마한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것이죠.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애플의 비전 프로를 시작으로, 메타버스가 선사할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글 ㅣ 이상덕 ㅣ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챗GPT 전쟁: 실리콘밸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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