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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미국 대학의 ‘건강 관리 앱’ 논란: 행복 도우미인가, 감시장치인가

2020.02.05

올 초 미국의 대표 신문 뉴욕타임스에 눈길을 끄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웨일 코넬 의과대 소속의 정신과 의사 리처드 프리드먼 박사가 “왜 미국 젊은이들이 자살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젊은 세대가 정신 건강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습니다.

프리드먼 교수가 인용한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2007년과 2017년 사이 10세부터 24세까지의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56%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자살로 인한 죽음이 살인에 의한 죽음의 비율을 앞질러, 자살이 사고사에 이어 사망 원인 중 2위로 올라섰습니다.

미국 젊은이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로 우울증이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10대의 우울증은 63%나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프리드먼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10대가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2019년 미국에서는 우울증을 겪은 10대 여성 가운데 오직 45%만이, 10대 남성의 경우 33%만이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성인 우울증 환자의 약 70%가 치료를 받는 현실을 놓고 보면, 청소년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물론 우울증이 증가한 원인이 연구 결과를 통해 확실히 제시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 스마트폰 확산,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 약물 중독, 음주 등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미디어와 사회변동’ 수업 중 위에 언급된 자살률 증가 문제를 거론했더니, 학생들이 우울증과 소셜미디어 사용 간의 상관관계에 동조하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정신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자신들이 올린 프로필 사진이나 포스팅에 ‘좋아요’가 적게 달리면 위축되고, 소심해지기도 합니다.” (스테파니),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멋진 여행 및 음식 사진을 보면 저 스스로가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날씬하고 예쁜 모델들의 사진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아드리안).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월 초 “소셜미디어의 영향 때문에 완전한 몸매를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거식증을 찬성하는 이른바 ‘프로아나(Pro-ana, 찬성을 의미하는 ‘Pro’와 음식 섭취를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증상을 의미하는 ‘Anorexia’의 합성어)’가 영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라며 “최근 1년간 2만 명에 가까운 섭식 장애(Eating Disorder) 환자가 발생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섭식 장애 환자가 지난 2년간 37% 증가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18세 이하 청소년들이 전체 환자의 25%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정신건강 책임자 클레어 머독은 “섭식 장애를 조장하는 온라인 콘텐츠에 젊은이들이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라며 “심지어 어린이들이 소셜미디어가 부추기는 [이상적인] 신체 이미지로 인해 엄청난 압박감을 받으면서 그들의 정신건강이 망가지고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연방 정신건강 연구소의 아동심리학자 리사 호로위츠도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젊은이들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의 자살률 증가를 보면 충격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합니다. 새로운 질병으로 이처럼 갑작스럽게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다면 그러한 죽음을 사회적 참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살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자살률의 증가는 공공 의료의 심각한 위기입니다.”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의 확산이 자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디지털 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도우미 역할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윌리엄 완 기자는 “많은 연구들이 소셜미디어가 10대들이 겪는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해 왔고, 이를 확인했다.”라며 “하지만 동시에 다른 연구들은 소셜미디어가 고립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고,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적 연결망을 제공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윌리엄 완 기자의 지적처럼 오늘날 디지털 공간이 우울증 환자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들에게 구원자 역할을 해주는 등 젊은 세대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특히 미국 대학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돕고,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 관리 앱을 학교에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울증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대학 내 상담 및 건강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관련 인력을 크게 늘리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 5명 중 3명은 불안 증세를 겪고 있고, 5명 중 2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대학생 중 오직 15%만 대학 상담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의 대안으로 미국 대학들은 정신 건강 및 웰니스(Wellness)를 위한 앱을 직접 개발하거나, 이미 시장에서 사용되는 앱을 도입했습니다. 우울증 환자라는 낙인 효과가 두려워 선뜻 상담 센터를 찾지 못하는 대학생들 입장에서 스마트폰 앱은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재 수십 개의 정신 건강 관련 앱들이 미국 대학가에서 인기입니다. 2012년 미국 플로리다대 (University of Florida)의 상담 및 건강 센터의 책임자로 있던 셰리 벤톤 박사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손잡고 개발한 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 ‘TAO Connect’는 정신건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이 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앱은 수백 개의 건강 관련 동영상을 제공하고, 쌍방향 운동 관련 자료, 자가 진단, 건강 관련 기술 등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사 역할을 수행합니다. 150개 이상의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이 앱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대학 중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해당 앱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분노 관리, 커뮤니케이션 기술, 약물 중독 등과 관련된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24시간 사용 가능한 온라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You at College’ 앱의 경우 55개 대학 캠퍼스에서 4만여 명이 사용하고 있는데, 대학들은 오리엔테이션 때 신입생들에게 계정을 만들도록 권장하고, 학생들은 이 앱을 개인 맞춤형 웰빙 사이트처럼 이용합니다.

건강 관리 앱의 빛과 그림자

하지만 이런 건강 관리 앱들은 빛과 그림자를 함께 안고 있습니다. 앱을 통해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까닭에 자칫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큽니다. 이들 앱은 일상적으로 학생들의 생각, 육체적 활동, 음식 섭취, 건강과 관련된 증상 등을 추적해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평가합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불안 증세, 친구 관계, 수면 습관은 물론이고 연애 관계, 술 소비, 불법적 마약 사용 등을 질문합니다. 각종 질문에 답변하면 학생들은 평가서를 받게 되고, 어떻게 생활을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습니다. 일부 대학들은 의무적으로 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학생들로선 굳이 서비스 약관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즉 해당 앱을 거부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셈입니다. 다음은 워싱턴 포스트 디애너 폴 기자의 설명입니다. “정신건강 앱들은 개인정보를 더욱 많이 확보할수록 더욱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앱이 개인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그에 관한 정보를 더욱 많이 가질수록 그 앱이 훌륭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건강 앱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2019년 한 연구소가 수백 개의 모바일 건강 앱을 조사했는데, 오직 38%만 미리 프라이버시 정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부분의 앱들이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지 않는 셈입니다.

혹시 프라이버시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찾는 게 쉽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사생활 정보 약관이 이용자에게 제대로 통보되지 않은 가운데 변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약관에 따르면, 개인이 앱을 내려받을 때 자동적으로 개발업자에게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고, 이로 인해 개인의 위치가 추적당하고, 음성 및 전화 연락처 등 민감한 정보가 다른 기관이나 업체에 전달되거나 판매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건강 앱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흥미로운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많은 건강 관리 앱들이 이용자에게 스마트폰에 입력된 전화번호에 접근하고, 마이크로폰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이에 동의합니다. 이런 경우 대학생이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방을 떠나지 않으면 앱이 그 대학생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추측해 곧바로 애인이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실제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건강 관리 앱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고, 이용자를 언제든지 사고를 칠 수 있는 인물로 인식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워싱턴 포스트 디애너 폴 기자의 설명을 더 들어볼까요?

“정신건강 앱에 올라온 개인정보가 제3자나 다른 단체에 팔리거나 공유된다면 많은 정보가 학생들의 건강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예컨대,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 관련 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고용주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광고업자는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도,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맞춤형 광고를 보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앱을 통해 확보된 개인정보들이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나 약점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심각한 우울증이나 식이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 경우 그 학생에 대한 정보가 노출될 경우 그는 직장을 구하거나, [공항을 이용하는 등] 보안 관련된 사안들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이 확산되면서 대학이 학생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 시라큐스 대학의 경우 ‘정보기술 개론’ 수업에서 학생이 강의실에 들어오면 ‘SpotterEDU’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업에 참석한 사실이 교수에게 전달됩니다.

많은 대학들이 학내에 광범위하게 설치한 무선 인터넷망과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측이 학생들이 언제, 어디에 모여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셈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점검하고, 대학 생활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감시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학들이 연이어 도입하는 학생 위치 추적 시스템이 학생들을 어린이로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한 학생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성인입니다. 왜 추적을 당해야 합니까? 매 순간 우리가 세밀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분명 기술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오늘날 미국 대학의 캠퍼스에서 대학생을 보호하고, 대학생활의 성공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기술과 건강 관련 앱의 확산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큽니다.

자살이라는 불행한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고, 위험에 처한 학생들을 미리 파악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사생활 보호, 개인정보 유출 방지, 감시체제 최소화 등 인권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기술이 주는 안락함에 익숙해지면 그 기술이 미래에 가져올지 모르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경각심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그러한 감시체제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더 큰 불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묘사한 전체주의 감시체제를 남의 일,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해선 안될 것입니다. 기술 비관주의도 문제지만 기술 만능주의도 경계해야 합니다.

글 l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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