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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외교 힘겨루기가 공급망 힘겨루기로

2019.07.29

일본은 지난 7월 4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규제 대상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HF, 에칭 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포토 리지스트(PR) 등 3개 품목이고, 이와 함께 한국을 우방국 명단인 ‘화이트 국가(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수출 규제를 실행한 일본 그리고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요? 그 답은 글로벌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급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급망은 원자재 혹은 부품 수급에서부터 제품 생산, 그리고 고객에 대한 배송까지 연속적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체계를 의미하며, 부품 공급처와 생산지, 유통망 등 공급망 구성 요소들이 네트워크 망 혹은 그물망처럼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급망에는 주요하게 세 가지 흐름이 존재하는데, 물동 혹은 물자 흐름(Material Flow), 현금 흐름(Cash Flow), 그리고 정보 흐름(Information Flow)이 그 세 가지 흐름입니다. 여기서 물동 흐름은 원자재와 부품이 수급되어 제품으로 변환된 후 유통망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실물 이동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물동 흐름은 결국 원자재 및 부품 공급처, 생산지, 물류 창고, 판매점 등 공급망을 구성하는 주요 거점을 거치게 됩니다.

공급망의 세 가지 흐름

그런데 국제화(Globalization) 시대가 도래됨에 따라 공급망의 주요 거점이 자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위치하게 됩니다. 즉,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 비용,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계 여러 곳에 존재하는 다수의 공급 업체, 생산지, 유통망 중 유의미한 대상을 선정해 공급망을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를 보면, 원자재 및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중요 부품은 한국에서 가공한 후 중국에서 최종 제품을 완성해, 미국 등을 비롯한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전 세계에 위치한 공급망의 거점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분업화를 실시하고 있고 하나의 시스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l Global Supply Chain (출처: https://www.quora.com/How-has-Globalization-impact-to-supply-chain-management)

이러다 보니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 분쟁이 발생하면 그 악영향이 전 세계에 위치한 공급망의 주요 거점에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에는 공급망에 존재하는 모든 거점과 최종 소비자까지 파급이 미치게 되는 겁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중요 부품의 수출 규제가 미국의 TV 혹은 스마트폰 소비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업체의 매출도 감소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일본의 부품 업체들의 주요 고객이 한국 업체들이어서 매출 감소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력 갖춘 공급망 운영은 어떻게?

그렇다면 현재 진행형인 국제화 시대에서 공급망을 경쟁력 있게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자사의 기업 운영 전략을 명확히 이해해 이에 맞는 공급망 운영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정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바다 수영을 할 때, 우선은 내 몸을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 못한다면, 거친 물결을 뚫고 나아가기는커녕 제 자리에 머무르기도 힘들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사의 전략에 맞게 공급망을 구성 및 운영하지 못하면, 외부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급망을 자사의 수익 창출과 생존 방식을 결정하는 운영 전략이 실행되는 장(場)으로 인식하고, 자사가 추구하는 전략에 맞는 공급망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참고로 같은 업종이더라도 지향하는 기업 운영 전략이 다르면 공급망 구조뿐만 아니라, 운영 방안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같은 Fast Fashion 업종에 있는 Zara, H&M, Uniqlo가 추구하는 운영 전략이 다르기에 공급망 구조와 운영 방식이 다른 것처럼 말이지요.

다음으로는 자사와 연계된 공급망뿐만 아니라, 경쟁 업체, 잠재적 협력 업체 등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공급망 생태계(Supply Chain Ecosystem)에 대한 이해도 및 활용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번 일본의 수출입 규제 사건에 대해 국내 업체가 신속하게 대체 공급 업체를 찾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사의 공급망뿐만 아니라, 자사를 둘러싼 여러 기업 환경 요소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유연하게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사 공급망 운영에만 함몰되지 말고, 정부 정책, 외교적 변수, 대체 부품, 대체 공급 업체 등 공급망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지속해서 관찰해 전략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운영과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및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벌어졌을 때, ‘현재 재고로 3개월은 버틸 수 있다.’ 등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업에서 이런 판단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현재 재고량이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필요한 소요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또한, 이런 정보가 신속하게 취합되어 실무진뿐만 아니라 경영진까지 공유되기 위해서는 공급망 관련 정보 관리가 전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의 실상은 현재 자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 수량에 대해 전사의 기간 시스템이 아닌 실무자의 엑셀 파일에 의존하고 있고, 현시점의 판매 계획도 영업 담당자에게 문의해 파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정보 관리 역량이 취약할 경우, 다양한 환경 변화에 대해 자사의 공급망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적기에 수행할 수 있도록 자사 공급망 운영과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해서 제고해야 합니다.

다만 ‘최신 기술이 좋은 것이다.’라고 마구잡이로 도입하기보다는 활용 목적과 내부 역량 제고 수준에 따라 이에 맞는 기술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린아이가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울 때 세발자전거, 보조 바퀴를 가지고 있는 자전거, 그리고 보조 바퀴를 뗀 자전거를 단계적으로 배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보조 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처음부터 배우려고 했다가, 몸을 다치거나 자전거 타는 것을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자칫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자사 역량 수준에 맞지 않는 정보 기술을 도입했다가 그 정보 기술의 활용도도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전사의 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만 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일본의 수출입 규제에 대해 한일 양국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전 세계에 걸쳐 있는 글로벌 공급망이 순탄하게 운영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글 l LG CNS 엔트루컨설팅 SCM/물류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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