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ESG의 개념이 없던 시절, 기업은 재무적 성과를 주요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환경, 사회, 지배 구조적 요소가 중요해진 요즘에는,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가 장기적인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기반으로 제품 구매, 투자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제공함으로써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이러한 기업 가치 평가 기준은 기후 위기와 사회 문제 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SG 공시 체계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ESG 공시 체계는 새로운 아젠다와 지침이 추가되는 등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직면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도전에 대한 대응을 반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물다양성, 인적 자본 및 인권 등의 요소가 기업들이 추가로 고려해야 할 주요 이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공시 체계는 주요 이슈를 반영하여 새로운 지침과 기준을 발표하고, 기업에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ESG 공시 체계의 최신 업데이트 현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ISSB는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침을 추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물다양성, 인적 자본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임을 향후 2년(2024-2026) 업무 계획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ISSB의 동향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생물다양성 관련 기준은 TNFD(Task force on Nature - 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권고안을 기반으로 ESRS와 GRI 기준과 상호 운용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며, 인적 자본의 경우 전반적인 인적 자본과 인권 정보를 전체적으로 관리 및 공개함에 있어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GRI는 2016년에 공개했던 기준안을 보완·강화한 새로운 생물다양성 공시 기준(GRI 101: Biodiversity 2024)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기준은 전반적인 기업 공급망이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평가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적용은 2026년 1월부터이며, GBF(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SBTN(Science Based Targets Network), TNFD 등 주요 생물다양성 관련 기준을 기반으로 상호 운용성을 확보했습니다.

ESRS는 지난 7월 TNFD와 지표 간 부합성을 맵핑한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생물다양성 관련 상호 운용성을 확보했습니다. ESRS는 현재 공개된 First Set 내 2개 공통 기준 및 10개의 토픽별 기준서 외 산업별 기준, 상장 중소기업을 위한 기준, Non-EU 기업을 위한 기준 등이 포함된 Second Set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일부 산업별 기준은 올해 12월 중으로 초안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녹색 거짓말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 강화

최근 이해관계자가 ESG를 주목함에 따라 많은 기업이 다양한 ESG 활동을 마련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들이 ESG와 관련된 활동을 지금까지 실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전부터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기업 활동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명목 아래, 현재 ESG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ESG 경영이 확산되고 기업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일부 기업만이 실천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더 많은 기업이 ESG 실천에 힘쓰고 있습니다.

ESG 활동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실현하는 좋은 현상임은 틀림없으나, 일부 기업에서 ESG를 상업적으로 활용함에 따라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환경주의)의 문제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특히,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그린워싱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그린워싱에 대한 의혹이 계속해서 발견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로, 친환경 표기에 따른 그린워싱 사례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메이저 정유사인 렙솔(Repsol)은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광고를 통해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그린수소가 차지하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이는 영국 광고표준국(ASS)에 의해 적발되어 광고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표기는 법적 책임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로는, ESG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경우입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NGO인 Corporate Accountability와 함께 세계 50대 탄소 상쇄 프로젝트를 분석하여, 78%의 프로젝트가 탄소 감축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세계 탄소 감축 인증기관인 베라(Verra)의 열대우림 보존 프로젝트(REDD+) 중 90% 이상이 환경보호 효과가 없는 유령 크레딧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불확실한 성과에 친환경 이미지를 부여하는 경우도 그린워싱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기후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이 (LobbyMap)이라는 그린워싱 모니터링 플랫폼을 통해 위험이 큰 대표 10개 기업을 공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인플루언스맵은 포브스 2000 내 293개 기업을 대상으로 넷제로(Net-Zero) 목표, 그리고 넷제로 목표와 상충되는 정책 활동의 격차를 조사해 ‘넷제로 그린워싱’에 대한 위험 단계 기업을 공개했습니다. 조사 결과, 심각한 위험(Significant Risk) 단계의 해당하는 기업은 21.5%, 중간 위험(Moderate Risk) 단계의 기업은 36.5%에 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특히 위험이 큰 대표 10개 기업을 공개했습니다.

앞선 사례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관련 규제들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EU에서는 올해 1월 ‘녹색 전환을 위한 소비자 역량 강화 지침(ECGT, Directive to Empower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이 통과되어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표기 사용 및 과대 홍보와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인 그린 가이드(Green Guides)에 환경 관련 라벨링, 표기 방법, 용어(유기농, 지속가능한, 생분해 등) 사용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공급망 실사 규제

기업이 올바른 ESG 활동을 실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를 확실하게 숙지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공급망에 대한 철저한 실사를 요구하고 제품 제조 과정에서도 외부 영향을 식별하여,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공급망 실제 규제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거나 추진될 예정입니다. 어떤 규제들이 시행되고 추진될 예정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EU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EU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은 기업의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이는 2024년 4월 유럽의회를 통과하여 5월 EU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실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2027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2028년부터는 1,000명 이상의 임직원과 전 세계 순 매출 4억 5천만 유로 이상의 기업에 전체적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2. EU 강제노동 금지 규정(EU Forced Labor Regulation)
2024년 4월, 유럽의회는 강제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의 판매, 수입 및 수출을 금지하는 강제노동 금지 규정(EU Forced Labor Regulation)을 최종 통과시켰습니다. 만약 승인된다면 발효 3년 후 시행될 예정입니다. 규제가 시행되면 회원국 당국이나 EU 집행위가 강제노동이 의심되는 기업을 조사할 수 있으며, 강제노동이 입증되면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수입품을 모두 압수할 수 있습니다.

3.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2023년 5월에 발효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3년 10월부터 2026년까지의 전환 기간 동안 기업들에 분기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부터는 확정 기간이 시작되어 CBAM 신고서 제출, 현장 검증, 검증 보고서 및 CBAM 인증서 제출이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확정 기간에 앞서 2024년 12월 31일부터는 CBAM 신고 및 등록 의무가 적용될 예정으로, 이에 따라 기업은 신속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4. 영국 탄소국경조정제도(UK CBAM)
2027년부터 시행될 영국 탄소국경조정제도(UK CBAM)는 수입 상품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원산지 국가, 그리고 영국의 탄소 가격 차이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탄소 배출량 제도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설계와 적용 범위에 대한 협의가 지난 6월까지 진행되어 빠른 시일 내 최종안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5. EU 삼림전용 방지 규정(EU Deforestation Regulation)
EU 삼림전용 방지규정(EU Deforestation Regulation)은 삼림 파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EU 역내 유통에 금지하여 삼림 파괴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 및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이는 규정입니다. 2024년 12월부터 적용 예정인 삼림 전용 방지 규정이 시행된다면, EU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수출하는 기업들은 실사를 통해 위반 사항이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ESG 대응의 중요성과 함께 떠오른 디지털 전환(DX)
ESG 관련 공시 기준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각종 글로벌 규제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등, 각종 공시 및 규제 환경의 이해와 발 빠른 대응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ESG 관리를 위한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의 중요성도 함께 대두되는 상황입니다.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산출한다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수기 프로세스보다 일관성 있는 결과를 확보하여 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ESG 데이터를 수집하면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 확보는 물론, 데이터를 자동으로 통계화하여 향후 대응 및 경영 수립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각 공시 체계가 생물다양성, 인적 자본, 인권 관련 지침을 업데이트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기업은 변화하는 ESG 공시에 관심을 가지고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다음 시간에는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기업은 이를 어떻게 공시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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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범 Consulting Manager
LG CNS Entrue Consulting 글로벌ESG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