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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너’와의 상호 작용을 위한 IT의 역할(15편) – Manufacturing as a Production Vs. Manufacturing as a Service –

2015.06.03

지난 14편에서는 제조 시스템의 물리적 요소들과 관련한 ‘Both-Shoring’ 전략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이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모듈화된 생산 플랫폼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듈화를 통한 진화된 물리 제조 플랫폼 : 무엇을 조립할 것인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칼리스 볼드윈(Carliss Y. Baldwin)은 플랫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는 제품 자체가 될 수도 있고, 기업 내의 생산 라인일 수도 있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여러 기업들 간에 공유의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여러 개의 시장을 서로 연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은 복잡한 시스템을 모듈화하는 것을 요구하고, 그로 인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구성 요소는 안정적으로 남아 있지만 그 주변 요소들은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그러나 플랫폼에서 가장 안정적인 요소는 플랫폼과 주변 요소를 중개해 주는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를 통제하면 플랫폼의 작동과 진화를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밖에도 가상 플랫폼과 모듈화, 인터페이스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은 이전에 포스팅한 글들에서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제조업계의 전통적 생산 플랫폼

지난 시간 살펴보았던 리앤펑의 사례는 가상 IT 플랫폼을 이용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보여 주었는데요. 제조업계에서 제품 생산을 위한 물리적 플랫폼1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금 다른 형태로 존재해 왔습니다.

개념적으로는 흡사하지만 차이점을 찾아 본다면, 바로 제품에 대한 ‘틀’의 유무인데요. 리앤펑의 경우 비교적 기술적이지 않은 제품(의류)의 틀(스펙, 디자인)이 주문을 하는 고객(지불자)에게서 미리 정해져서 전달됩니다. 그러므로 공장이 없어도 그 틀에 어느 정도 맞는 부분들을 잘 조합해서 주문을 맞춰 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품의 디자인이 해당 기업의 제조 활동에 포함되어 있고, 의류 등에 비해 제품 다양성에 제한이 있는 ‘기술 기반 제조 기업’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요. 이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던 아웃소싱 및 계약 제조 업체(Contract Manufacturer)들을 통해 물리적 플랫폼에 대한 개념을 이식합니다. 그리고 가상 플랫폼을 이용해 그들 계약 업체들의 생산을 관리하는 것이죠.

전통적 이산형 제조업에서의 ‘물리적 플랫폼’이란 결국 제품을 조립하기 위한 기본 ‘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틀’은 어떤 제품과 연관이 있는 부품, 하위 시스템, 작업 프로세스, 인터페이스 등의 공유 및 제한을 목적으로 한 표준화된 규칙 집합입니다. 주로 자동차 제조, 컴퓨터 조립 등에 많이 쓰입니다.

다시 말해 이 ‘틀’을 바탕으로 동일한 설비에서 다양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개발,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이죠. 이를 통해 제품의 개발(기본 틀에서 조금씩 변형), 생산(틀에 맞는 부품군들을 선별해 조립)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제품의 수정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별화된 부분을 줄이고 복잡도를 낮춤으로써 생산의 효율을 높이고 공장과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생산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물리 플랫폼에서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는 사용될 부품들이 그 틀에 맞춰지기를 요구합니다.

● 보다 모듈화된 플랫폼으로의 진화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볼까요?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관리에 어려움(원인 규명이 어렵기 때문에 리콜 발생 시 동일 플랫폼으로 제작된 차량의 종류들을 모두 조사해야 할 수도)이 따릅니다. 또한 플랫폼 공용화로 인해 업체 간 혹은 동일 브랜드 내의 차별성이 너무 표면적이라는 문제점도 안고 있죠.

그래서 최근 이러한 전통적 플랫폼에서 조금 더 진화된 맞춤화를 위한 제품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듈화된 제조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Offshoring(오프쇼어링) 및 아웃소싱 등의 영향으로 이제 최종 제품의 조립 단계는 더욱더 단순화되어 가고 있는데요.

한 예로 컴퓨터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방법을 써서 사용자가 조립해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해 왔습니다. 물론 개별 부품이 아닌 덩어리로 제공되는 기능 단위의 모듈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모듈들을 생산하는 공급 업체들 또한 그 모듈 자체가 하위 부품들을 모으는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용하게 되겠죠. 현재 이산형 제조의 대표적인 분야인 자동차/항공/전자/가구 등이 모두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자동차업계의 모듈화된 플랫폼

<모듈화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자동차 생산의 예 (출처: 각 사 홈페이지 기준)>

상대적으로 부품의 종류와 수가 어마어마한 자동차 업계는 최근 보다 통합되고 모듈화된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MQB/MLB’, 푸조/시트로엥의 ‘EMP2’, 닛산/르노의 ‘CMF’, 볼보의 ‘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등 거의 모든 메이저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중 모듈화 제조 플랫폼의 대표 주자 격인 폭스바겐은 기존 플랫폼의 가짓수와 전체 차체에서 공통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차체의 다른 부분들을 레고식의 모듈화된 변수로 확장 및 조립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해서 100여 종의 다양한 신차들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BMW 그룹도 플랫폼 단순화를 바탕으로 현재 5개인 기본 틀을 전륜/후륜 구동 시스템을 중심으로 단순화하여 2개로 축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Mercedes-Benz 역시 현재 9개인 플랫폼을 장기적으로 4개로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현대/기아차도 2009년 18개에 달하던 통합 플랫폼 수를 6개로 줄였고, 차차 4개까지 줄여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려고 지속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 가전 제품 제조의 모듈화된 플랫폼

<LG전자 세탁기의 모듈화된 생산 공정>

모듈화된 플랫폼은 비단 자동차 업계의 이야기만은 아닌데요. 2005년 착수된 LG전자의 세탁기 제조 공정 모듈화는 가전 제품 제조에 있어서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LG전자 세탁기는 3~4개의 모듈을 바탕으로 조립되는데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서로 연결하기만 하면 세탁기가 만들어지는 식으로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이를 통해 더 짧아진 생산 라인 속에서 로봇 등을 이용해 물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9초 당 1대씩의 세탁기가 생산되고 있고, 이는 당연히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스마트폰 제조의 모듈화된 플랫폼

<Google ARA Modular 제품 플랫폼(좌) 및 개인 건강 진단과 관련된 모듈들을 적용해 본 개념적인 사례(우)
(출처: http://designkitchn.com/)>

올해 출시를 목표로 구글의 조립형 스마트폰 ‘ARA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스마트폰 업계에 일대 파란을 예고하고 있기도 한데요.

조립형 PC의 내골격(폼팩터)이나 자동차 플랫폼의 섀시처럼 스마트폰 역시 케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틀’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앞선 제품들에 비해 작은 크기, 특화된 아키텍처에 의해 설계된 틀, 특수한 개별 부품의 존재들로 인해 모듈화된 플랫폼은 어렵거나 성공 여부가 미지수였죠. 하지만 그러한 고정 관념을 깨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디스플레이/카메라/키보드/배터리 등 기본 부품들이 모두 모듈화된 사용자 맞춤 조립형 스마트폰이 탄생할 예정입니다.

또한 여유 공간에는 보조 배터리/고성능 플래시 등 사용자가 원하는 부품을 넣을 수 있는 식으로 조립 PC의 맞춤형 유연성을 작은 스마트폰에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고장 발생 시 쉽게 교체가 가능하고, 위의 그림과 같은 그야말로 ‘나’만의 스마트폰이 구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구글이 그동안 가상 플랫폼에서 추구하던 바로 그 개방성이 이제 하드웨어 쪽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행보로 보여지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모듈 공급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사용자, 공급자, 개발자, 스마트폰 제품 사이에 보다 더 개방적인 관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만드는 방법의 단순화를 통한 효율성 추구 및 비용 절감

앞서 이야기한 움직임들은 더 다양한 수요에 대한 맞춤화 및 생산 비용 절감/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베이스 플랫폼과 그에 맞춰진 다양한 부품군들, 하위 시스템의 수를 보다 덩어리로, 모듈화된 그룹과 모듈들 사이의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로 줄여 나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물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가상 시스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가 될 텐데요.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가상 시스템은 물리적으로 정형화된 인터페이스로 모듈들을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조금 더 유연성을 가미한 어댑터/API 등을 이용하여 서비스란 가치를 조립해야 합니다.

또한 앞서 아웃소싱 자료에서처럼 이런 방법으로 그 모듈들을 생산 및 제공하는 중간재 제조 업체들의 자생력 증가 등의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제품 자체는 더 복잡해지고 있는 반면 만드는 방법은 점점 단순하게 변화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을 활용하고 가장 본능적이고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다가가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모듈화된 플랫폼은 반제품 형태로 재고를 확보한 뒤, 주문에 즉시 대응하는 ‘ATO(Assemble to Order)’ 및 ‘Postponement (연기)전략’과 맞물려 공급망 효율까지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빠르게 납품하고 재고 또한 줄일 수 있게 되겠죠.

<아이들-어른들을 위한 모듈화 생산-연습 장난감인 Lego MindStorms, 과학상자, 그리고 LittleBits>

많은 분들이 어릴 때 모래, 점토, 과학상자, 레고 등을 이용해 무언가를 한 번쯤은 만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러한 장난감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그 생명력을 유지해 왔고, 최근에는 ‘LittleBits’이란 기술적인 제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Lego MindStorms’처럼 가상-물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사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 개발되기도 했죠.

이들의 장수 비결은 ‘만드는 방법’, 특히 조립을 통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산형 제조에 있어서 그 원리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위의 그림에서처럼 어떠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수백 가지의 조합이 모듈과 표준화된 연결 고리를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겠죠. 결국 생산자로 하여금 수백 가지의 조합을 완성해 낼 수 있는 ‘창의성’은 덤처럼 제공됩니다.

지금까지 제조업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비용 절감이 가능한 모듈화된 생산 플랫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어서 다음 시간에는 제조업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공장 내의 생산 설비 자원들에 대해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글 ㅣ 이승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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