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결국 ‘탈중앙화’입니다. 탈중앙화를 구현하기 위해선 많은 참여자가 필요한데요. 그래서 웹 3.0 기업들은 기술이나 커뮤니티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암호화폐를 통해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지만, 그 외에 다른 요소를 강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공적인 가치나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제2의 구글을 꿈꾸다, 프리서치 & 브레이브
검색엔진은 유난히 독점 구조가 강한 시장입니다. 구글, 네이버처럼 한 번 자리를 잡은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사용자도 많아지죠. 그런데 시민단체처럼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하는 곳에서는 이런 검색엔진 기업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를 보여주는 과정이나 기술 개발 과정에서 과도하게 사용자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대안이 될 만한 마땅한 기술이 없으니 서비스에 대해 강하게 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프리서치[1]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리서치는 분산형 검색엔진이라는 아이디어로 검색시장의 독점 구조를 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목하에 따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구글의 정책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입니다.
프리서치의 검색 엔진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아 업데이트됩니다. 마치 위키백과가 수많은 사용자에 의해 객관적인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프리서치는 검색엔진도 특정 기업이 아닌 집단지성을 통해 좋은 검색 결과를 내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술 자체가 오픈소스 형태여서 개발 과정도 외부에 공개하고 개발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프리서치는 토큰으로 보상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한 번 검색할 때마다 0.25 PRE 토큰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는 우리 돈 50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사용자가 하루에 받을 수 있는 토큰은 최대 1,600원 수준으로 제한됩니다. 이렇게 획득한 토큰은 직접 다른 암호화폐나 달러 등으로 바꾸거나 프리서치에 광고를 올릴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프리서치는 아직 신생 기업임에도 15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등록했으며, 월 방문자 수는 1천만 명에 달합니다. [2]
브레이브[3]는 웹 브라우저 기술로 새로운 검색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기존 브라우저가 개인정보, 방문 웹사이트, 검색어 등의 데이터를 지나치게 많이 수집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기업이 돈 벌기 좋은 구조로 브라우저의 기본 설정을 만들고, 마치 사용자가 이를 선택했다고 간주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철학이 담긴 브레이브 웹 브라우저는 어떤 정보가 기업에 제공되는지 사용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도 다양한데요. 먼저, 브레이브의 기본 설정에선 광고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광고 보기를 따로 설정해야 광고를 확인할 수 있고, 광고를 본 사용자에겐 BAT라는 토큰을 적립해줍니다. 광고도 무제한으로 보여주기보단 횟수를 1~10회로 제한하고 사용자가 이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브레이브의 기술을 만든 브렌던 아이크는 자바스크립트 언어의 창시자이며, 모질라 재단을 만든 인물이기도 합니다. 브레이브는 웹 브라우저를 암호화폐 지갑이나 콘텐츠 소비 도구로 발전시키면서 수익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개인을 위한 암호화폐, 소셜 토큰
웹 3.0의 등장으로 새롭게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로 소셜 토큰이 있습니다. 소셜 토큰은 다른 암호화폐와 비슷한데요. 쉽게 말해, 나만의 별풍선, 나만의 도토리처럼 맞춤화된 작은 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소셜 토큰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팬을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이 소셜 토큰을 발행하죠. 그렇다고 이들이 연예인만큼 유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의 가치를 담은 암호화폐를 만들고 판매하는 걸까요?
사실 이는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해왔던 방식입니다. 게임 머니, 별풍선, 도토리, 도서상품권 등도 이와 비슷하게 특정 서비스 내에서만 작동되던 화폐였죠. 발행 주체가 예전에는 기업이나 정부였다면, 이제는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만 다릅니다. 또한, 시세가 계속 변동하는 암호화폐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소셜 토큰의 성장은 이제 개인이 마치 기업이나 브랜드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현상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기업만큼 성장했으니, 예전에 기업이 하던 자체 결제 수단을 개인용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반드시 사람이 아니더라도 브랜드나 커뮤니티도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소셜 토큰 혹은 커뮤니티 토큰이라고 부르는데요. 소셜 토큰은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가수와 팬들이 함께 소셜 토큰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소셜 토큰의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소셜 토큰을 발행한 주체와 구매한 주체 모두 손해입니다. 그러니 가수는 열심히 음반 활동을 하고, 팬들도 열심히 가수를 홍보하겠죠.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성장을 위해 서로 노력하게 되고 구성원끼리 유대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만의 코인을 발행한다는 건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소셜 토큰을 발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중간 플랫폼들이 존재하는데요. 롤[5], 랠리[6]같은 서비스가 여기에 속합니다.소셜 토큰은 보통 NFT와 많이 연계됩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이러한 소셜 토큰을 외부 기술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어느 한 래퍼는 ‘퍼스트’란 소셜 토큰을 롤이란 곳에서 [7] 발행한 후, 이를 특별 음월을 들을 수 있는 입장권으로 활용하거나 NFT 작품을 판매하는 창구로 활용했습니다. 롤 이외의 외부 서비스에서도 화폐로 사용할 수 있었죠. 이처럼 소셜 토큰은 화폐 외에도 회원권, 할인권, 입장권, 후원금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다, 플레이투언(Play to Earn)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이란 개념은 근래 게임 업계의 최대 관심사이자 논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플레이투언을 직역하면, ‘게임하면서 돈을 벌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즉, 게임 속 아이템, 캐릭터, 게임 머니 등을 실제 암호화폐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지칭합니다. 이는 NFT라는 기술 덕에 만들어진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만든 가상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8]’가 이 P2E 방식을 이용해 소위 대박을 터트렸는데요. 그래서 최근 전 세계 수많은 게임사들이 게임 안에 P2E와 NFT를 결합하려는 노력에 한창입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선 P2E류의 게임은 합법이 아닙니다. 자칫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로 해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에서 P2E 방식을 결합해 내놓고 있습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당장 게임에서 NFT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게임과 밀접한 메타버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일명 크리에이트투언(Create to Earn, C2E) 모델입니다.
C2E에선 게임 개발사가 만들어주던 그대로 게임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용자가 직접 그래픽 속 캐릭터를 구현하고 콘텐츠를 처음부터 만들죠. 그리고 그 결과물을 마치 예술작품처럼 NFT로 파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크래프톤, 넥슨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도 NFT 투자를 확대해 C2E 생태계를 구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9]
글 ㅣ LG CNS 기술전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