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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앰비언트 컴퓨팅이란?

2022.11.10

앰비언트 컴퓨팅의 개념과 주요 특징

최근 글로벌 주요 가전 제조사들은 고객경험을 강조하며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가전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사물 인식 기능이 내장된 로봇청소기는 양말이나 전선 등을 피해가며 청소할 수 있습니다. 청소 이력을 바탕으로 평소 다른 곳보다 과자 부스러기가 많은 식탁 아래나 소파 부근을 집중적으로 청소하기도 하죠.

인공지능 세탁기와 건조기의 경우, 세탁물의 재질이나 양을 확인한 후 최적의 세탁 방식을 이용해 세탁하고 건조합니다. 사람은 시작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사람이 고민해야 할 일들을 가전제품이 대신하게 된 겁니다.

[그림 1] 기존의 로봇청소기와 달리 지능형 로봇청소기는 양말, 전선 등을 피해가며 청소를 할 수 있다. (출처: 구글)

이처럼 가전제품 기업에서 고객경험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5년 전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표적인 가전 제조사였던 필립스는 팔로 알토 벤처스(Palo Alto Ventures)에 디지털 가전에서 고객경험을 개선할 방법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가전제품이 디지털화되며 성능과 품질이 개선되고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됐지만, 다양한 기능이 오히려 사용의 복잡성을 증가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팔로 알토 벤처스의 해법이 바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였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이 기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필요 및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인데요. 이를 활용하면 아무리 많은 기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앰비언트(Ambient)’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앰비언트 인텔리전스는 사용자 주변에 존재하는 혹은 사용자를 둘러싸고 있는 지능을 말합니다. 즉, 사용자 부근에서 항상 사용자를 관찰하고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앰비언트 컴퓨팅 기기입니다.

앰비언트 환경에서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가 사용자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기들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의 성향 및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는 사용자 주변의 적절한 장치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디바이스를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장치들은 평소에는 배경으로 사라졌다가 필요할 때에만 나타나서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고 다시 배경으로 사라집니다. 앰비언트 컴퓨팅을 ‘사라지는 컴퓨팅(Disappearing Computing)’ 혹은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컴퓨팅(Invisible Computing)’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림2] 월트 모스버그와 그의 마지막 기고 글

이런 앰비언트 컴퓨팅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All Things D와 리코드(Recode)의 공동 창립자이자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명한 편집자 중의 한 명이었던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가 2017년 5월, 은퇴를 고하며 쓴 마지막 기고 글 때문입니다.

‘Mossberg: The Disappearing Computing’이라는 글에서 모스버그는 앞으로의 기술 발전 방향을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의 종착지가 ‘앰비언트 컴퓨팅’”이라고 말했는데요. 이후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 HP, 인텔 등 실리콘밸리에 있는 주요 기업에서 자신들의 미래 비전 중의 하나로 앰비언트 컴퓨팅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Google I/O 2022, Alexa Live 2022 등 최근 개최된 구글과 아마존의 주요 행사들 역시 핵심 주제로 ‘앰비언트 컴퓨팅’ 혹은 ‘앰비언트 인텔리전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딜로이트 컨설팅은 향후 5년에서 10년을 이끌 3가지 핵심 기술 중의 하나로 앰비언트 컴퓨팅을 지목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앰비언트 컴퓨팅에 주목하는 이유는 서비스 제공의 편의성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로그인이나 접속 과정을 거쳐야 하는 스마트폰이나 메타버스 환경과는 달리, 앰비언트 세상에서 사용자들은 항상 컴퓨터나 인터넷에 접속된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상생활에 집중하지만, 서비스 사업자들은 언제든지 사용자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고객의 컴퓨팅 환경을 장악하게 된다면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다른 경쟁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진화 단계별 앰비언트 컴퓨팅

앰비언트 컴퓨팅은 사용자가 컴퓨터를 의식하거나 이들을 조작하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스스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인지하고 제공합니다. 하지만, 단번에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며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앰비언트 컴퓨팅의 진화 단계는 사람이 관여하는 정도에 따라 크게 4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사용자가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단계입니다. 일반적으로 음성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Voice User Interface, VUI)나 동작 등의 자연스럽고 비접촉적인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게 되는데요. 뭔가를 제어하기 위해 음성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거나 스위치를 누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음성 명령을 내리는 것은 직접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 일을 하면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사람이 직접 자동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단계입니다. 스마트홈의 자동화 루틴을 설정하는 것처럼 특정 시간이 되면 보일러가 켜지거나 특정 온도가 되면 에어컨이 켜지도록 자동화된 서비스를 설정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잘자!” 같은 명령어에 대해서 밤새 불필요한 플러그와 조명을 한꺼번에 끄도록 하는 자동화도 여기에 해당하죠. 두 번째 단계의 자동화는 자동화 루틴을 설정할 때는 사용자가 직접 관여하지만, 그 이후에는 사용자와 상관없이 스스로 동작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가 우리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서비스나 컴퓨터화된 사물을 조작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면, 2단계처럼 특정한 시간이 되면 보일러를 켜도록 자동화 루틴을 설정해 놓더라도,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서 빈집이라는 정보를 추가로 활용해 보일러를 켜지 않거나 혹은 아주 낮은 온도로 보일러를 켜주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사용자의 기본 설정에 상황 및 환경정보까지 반영해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지능화된 서비스는 제안의 형태를 통해 반영됩니다. 사용자에게 오늘은 가족이 모두 외출 중인 것 같은데 보일러를 켜지 않아도 되냐고 확인받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앰비언트 수준을 고도화하는 단계입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제공되는 앰비언트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명시적인 혹은 묵시적인 반응을 반영해 기존의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게 되죠. 예를 들면, 특정한 상황에서 제공된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가 “고마워!”라고 말을 한다거나 혹은 짜증 난 목소리로 “그만!”을 외친다면 이런 피드백이 향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이나 방식을 바꾸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앰비언트 컴퓨팅이 시작되는 스마트홈

앰비언트 컴퓨팅이 가장 먼저 적용될 곳은 스마트홈으로 예상됩니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스마트 디바이스가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이 집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개수가 5억 대를 넘어섰으며, 2022년 말이면 7.2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개별 디바이스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동작을 제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최근에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하거나 자동화 루틴을 설정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앰비언트 서비스를 만들어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하는 아마존의 ‘알렉사 가드(Alexa Guard)’

먼저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하는 앰비언트 서비스 중에는 아마존의 ‘알렉사 가드(Alexa Guard)’ 가 대표적입니다.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소리 인식 기능을 바탕으로 합니다. 특정한 소리를 인식해 사용자에게 알람을 주거나 관련 서비스 사업자와 연결해줍니다. 예를 들어, 부재중에 집에서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리거나, 연기 감지기 소리 혹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난다면 사용자에게 알람을 보냅니다. 필요한 경우 출동 보안 회사를 호출해주기도 하고 아마존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 그림3]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알렉사 가드(Alexa Guard) 서비스 예시 (출처: 아마존)

일상적인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앰비언트 서비스를 제안하는 알렉사의 ‘예감(Hunches)’ 기능

알렉사의 ‘예감(Hunches)’이라는 기능은 일상적인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앰비언트 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잠자기 전에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에 ‘알렉사, 굿나잇!’이라고 말하는 자동화 루틴을 생각해 봅시다. 이 자동화 루틴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굿나잇’이라는 말(음성명령)을 인식하면, 스마트 플러그를 끄거나 램프를 끄는 것과 같은 사용자가 정의한 자동화 동작을 수행합니다.

사용자가 정의한 자동화 동작 중 다른 사람들이 많이 포함한 동작이 빠져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지 사용자에게 확인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동화 루틴을 변경하기까지 하죠. 예를 들어, “알렉사, 굿나잇!”이라고 말하면, 알렉사가 “거실 조명이 켜져 있는데 끌까요?”라고 반문하는 식입니다. 이 질문에 “그래”라고 응답하면 알렉사는 거실 조명을 끕니다. 그리고 이어서 “’굿나잇’이라는 자동화 루틴에 거실 조명을 끄는 것을 포함할까요?”같은 추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알렉사는 이런 식으로 사용자가 처음 설정한 자동화 루틴을 고도화합니다.

[ 그림4] 인공지능 스피커 기반의 앰비언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새로운 기기를 추가할 경우 상황에 맞는 자동화 루틴을 추천해주는 구글의 ‘Suggested Routines’

구글의 Suggested Routines은 사용자가 새로운 기기를 추가하는 경우 새롭게 추가된 기기와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함께 이용하는 자동화 루틴을 추천해줍니다. 예를 들어, 침실에 새로운 스마트 램프를 설치하는 경우, ‘취침 시 자동 소등’이나 ‘기상 알람에 맞는 앰비언트 조명’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구글의 네스트홈 허브(2세대)에 설정된 기상 알람 시간이나 혹은 기상 알람 시간 전후로 사용자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할 즈음,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은은하게 밝아지도록 조명을 제어합니다. 만약, 거실에 조명을 설치하는 경우, 가족들이 모두 집을 떠나는 경우 조명을 끄는 루틴을 추천해줍니다.

[그림 5] 구글 홈은 새로운 디바이스가 추가될 때 상황에 맞는 자동화 루틴을 추천해준다

아마존의 대시 보충 서비스(Dash Replenishment Service, DRS)

아마존의 아마존 베이식스 전자레인지(Amazon Basics Microwave Oven)의 경우 팝콘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문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내가 아마존에서 10개묶음 팝콘을 구매해서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7개 혹은 8개의 팝콘을 튀겨 먹으면 전자레인지가 잔량을 확인하고 스스로 팝콘을 주문합니다.

전자레인지가 팝콘을 주문하는 방식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사용자가 설정한 기준치에 도달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팝콘을 먹는 패턴을 바탕으로 전자레인지가 자동으로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레인지는 자동으로 팝콘을 주문할 수도 있고, 사용자의 확인을 받고 최종적으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아마존에서는 대시 보충 서비스(Dash Replenishment Service, DRS)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능을 프린터, 세탁기, 캡슐 커피머신, 정수기 등 소모품을 사용하는 장치에 주로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대시 선반(Dash Shelf) 같은 제품도 있습니다. 스마트 체중계처럼 생긴 이 제품은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제품의 무게를 측정해 해당 제품의 잔량을 확인한 후 필요시 자동으로 주문합니다. 대시 선반의 경우, 선반에 올려놓는 제품의 종류와 제품의 단위 무게를 함께 설정하게 되는데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의 수량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거나 주문 조건을 만족할 때 자동으로 주문합니다.

이 주문들은 모두 아마존닷컴으로 향하게 됩니다. 즉, 아마존은 자동 주문 장치를 판매하는 것과 동시에 그 장치들이 이용하는 소모품인 식품을 함께 판매함으로써 두 곳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림 6] 팝콘을 자동으로 주문해주는 전자레인지와 음료수나 A4 용지 등 정해진 생필품을 자동으로 주문해주는 대시 선반

아마존의 스마트 냉장고 개발 ‘Project Pulse’

최근 아마존은 ‘Project Pulse’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냉장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 개발은 뒤에서 소개할 아마존고(Amazon Go) 매장에 사용된 기술을 개발한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냉장고에 있는 식료품의 종류 및 수량, 구매 및 이용 패턴 등을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특정 제품을 배송 받고자 하는 시점을 예측하려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개별 제품들과는 달리, 우리가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다양한 식료품에 대해 필요한 식료품을 한 번에 주문하고 배송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성공한다면 아마존 고객에게 냉장고를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식료품을 아마존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겁니다.

[그림 7] 스마트 냉장고와 아마존의 대시 보충 서비스(DRS)의 결합

글 ㅣ LG CNS 정보기술연구소 기술전략팀 ㅣ IoT 전략연구소 김학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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