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2019년 선정한 10대 전략 기술 동향 중 하나로 ‘하이퍼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을 꼽았습니다. 이는 ‘자동화할 수 있는 모든 걸 자동화하는 기술’이죠.
2020년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많은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늘어난 비대면 업무는 단순 반복 업무에 대한 자동화 수요 증대로 이어졌습니다. 그 원인은 전통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입력하는 재무, 회계, 제조, 구매, 고객 관리 등 업무 분야에서 AI(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커짐에 따라서 RPA 도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RPA는 특정한 업무에 국한한 개별 프로세스로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시 RPA가 필요한 분야에 우선 도입하는 건 비용 지출 면에서 탁월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로 통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모여서 프로세스를 탐색한 뒤 다시 개별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비효율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내부적으로 AI 역량을 갖춘 기업들은 여러 프로세스를 일원화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프로세스 마이닝(Process Mining), 증강 분석(Augmented Analytics) 등 기술을 접목하여 자동화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기존 RPA로 자동화하지 못한 분야까지 포함하는 동향이 되었습니다. 이는 곧 하이퍼오토메이션으로 불리게 됩니다.
하이퍼오토메이션은 향상된 RPA가 아닙니다. 사실 RPA가 처음 목표한 것은 스마트 팩토리나 스마트 팜과 같은 산업 분야에서 RPA에 기대한 것이 자동화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자동화였습니다. 그러나 RPA는 정형 데이터나 반정형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기업에서 정형 데이터는 고작 20% 수준이죠.
다시 말하면, 전체 프로세스에서 RPA가 맡을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미미하다는 겁니다. 결국 나머지 80%의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업무 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가트너는 2021년 주요 기술 동향 중 하나로 하이퍼오토메이션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가속화에는 효율성, 속도, 민주화가 필요하며, 능률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조직은 뒤처질 것이라고 말이죠.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이퍼오토메이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작년까지는 AI 역량을 갖춘 기업이 아니라면 하이퍼오토메이션에 도달하기 매우 어렵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RPA 플랫폼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도 접근할 수 있으면서 효율성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플랫폼 구축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개별 프로세스에 대한 RPA 대응이 자동화의 전부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는 많이 바뀔 거라는 전망입니다. 주요 RPA 플랫폼 기업들은 하이퍼오토메이션을 자동화를 넘은 자동화, RPA 기술의 연장으로서 AI 역량이 부족한 기업도 도입할 수 있도록 제품화하고 있습니다. 더는 AI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때입니다.
하이퍼오토메이션의 시작은 프로세스 발견(Process Discovery)입니다. 프로세스 마이닝, 태스크 마이닝(Task Mining)과 같은 기술로 업무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프로세스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업무 흐름, 업무 처리 소요 시간, 병목 구간 등을 확인해 개선하면 최적화한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AI OCR 등 AI 기술로 데이터를 포괄적 처리합니다.
즉,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와 필요한 업무를 구분하는 거죠. 그렇게 자동화할 수 있는 모든 걸 파악했다면 RPA와 결합해 자동화를 실행합니다.
또한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동화를 시각화한 소프트웨어로 모니터링 및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화하지 못한 업무는 로봇이 사람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도록 플랫폼이 지원합니다. 포함된 자동화 평가 도구를 활용하면 각 분야의 자동화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진단하고, 결과에 맞춰서 프로세스 발견으로 돌아가거나 자동화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이퍼오토메이션의 자동화 확장 방법이자 장점입니다. 전체 조직의 능률 향상을 위해 RPA를 도입할 계획이라면, 하이퍼오토메이션은 모든 프로세스를 들추어서 RPA를 통한 최대 효율을 제공합니다. 이미 RPA 도입으로 효과를 본 기업도 하이퍼오토메이션을 활용하면 자동화할 수 없다고 여겼던 분야까지 로봇에 맡겨서 확장할 수 있겠죠.
하이퍼오토메이션의 잠재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직원 지원’입니다. 하이퍼오토메이션으로 확장하면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포함된 많은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수동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계획 및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직원 업스케일링’입니다. 기존 RPA는 IT 기술에만 의존했습니다. 디지털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IT 기술이 접근할 수 있을 때만 작동했죠. 이에 비해 하이퍼오토메이션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로 생성되는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해 자동화를 확장합니다. 이로써 인간의 중요성이 비례하고, 직원들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시스템 통합’입니다. 하이퍼오토메이션은 회사 내 모든 기술과 연관한 데이터 시스템을 통합해 직원 및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업무는 자동화로 진행되며, 소통은 주로 자동화 평가 단계에서만 발생합니다.
네 번째는 ‘디지털 민첩성’입니다. 복합적인 자동화 기술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기업은 단일 기술로 발생하는 일회성 이점이 아닌 지속가능한 디지털 민첩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CMI(Coherent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전 세계 하이퍼오토메이션 시장은 매년 18.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신 동향인 탓에 매년 40%씩 성장하는 개별 프로세스 RPA 시장과 비교하면 더딥니다.
하지만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인 딜로이트(Deloitte)는 보고서를 통해서 ‘기업 임원들은 RPA가 향후 3년 동안 평균 22%의 비용 절감과 11% 수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퍼오토메이션으로 자동화 확장을 구현한 기업은 이미 평균 27%의 비용 절감을 달성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이퍼오토메이션으로 나아갔을 때 자동화 단계에서 기대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도입 초기에 나타난 결실일 뿐,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잠재력은 장기적으로 두고 볼 이점으로 꼽힙니다. 기업이 다음 3년을 내다볼 때 자동화에서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큰 차이가 벌어지는 것, 가트너의 말처럼 능률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조직은 뒤처질 시점에 놓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하이퍼오토메이션이 능률에서 자동화 시장을 뒤집어 놓는다면 우리는 수년 안에 하이퍼오토메이션 시대에 진입하게 될 거로 예상합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