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 혈관으로 불리는 데이터 산업이 개화한다. 우리나라 모든 산업에서 이제 데이터를 수집, 축적하고 유통해 새로운 융합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구동형 사회 진입을 앞뒀습니다.
데이터 3법 개정안, 특히 신용 정보법이 개정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전 산업계에 마이데이터 시장 진입 준비가 한창입니다.
정부는 현재 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을 통해 종합 가이드라인(1차 안)을 만든 상황입니다. 올해 하반기 정부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제를 도입•운영하며 통신과 금융, 유통 등 주요 산업 영역에서 소비자 데이터 등을 융합, 가공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가져올 SF, 데이터로 도시 설계까지
마이데이터를 쉽게 설명하면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 정보나 금융 상품을 자유자재로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포켓 금융(Pocket Finance)’ 생태계 도래를 뜻합니다.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 정보를 제한 없이 접근이 가능해지고,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융합해 특화된 정보 관리나 자산 관리, 신용 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카드 거래내역이나 투자 정보 등을 분석해 파격적인 금융 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 정보 주권 시대 개막입니다. 금융뿐만이 아니다 각종 정부 단위 사업과 유통, 통신, 가전, 부품 소재에 이르는 전후방 산업 모두에 이제 데이터를 자유롭게 입힐 수 있는 법적•기술적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 환경을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 앞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해 다양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마이데이터가 가져올 공상과학(SF)에나 나올법한 상상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인 플레이스미터(Placemeter)는 데이터를 가공해 아주 특이한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뉴욕시 방범 카메라 영상 데이터를 해석해 거리 교통량을 분석합니다. 날씨나 여러 이벤트 변수와 교통량을 연결 ‘몇 시간 후, 어디에 사람들이 집중되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집적과 분석을 통해 도시를 설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효과적인 도시설계를 하고, 이는 거리 정체 지역 완화, 배기가스 배출량 저하 효과를 촉발했습니다.
시카고시는 거리 범죄율로부터 수질 조사 결과에 이르기까지 600여 종이 넘는 데이터를 분석, 공개합니다. 31개에 달하는 도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도 개발했습니다. 날씨나 쓰레기가 넘쳐나는 장소, 공실 등의 위치를 데이터 융합을 통해 분석, 쥐가 발생할 장소를 예측합니다. 주민들의 통보를 받기 전에 미리 트럭 등을 보내 구제용 먹이를 뿌리는 등 환경 운동에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데이터 사회가 구동되면 막대한 일자리 창출도 기대됩니다. 영국은 2020년까지 데이터 산업을 통해 약 19만 8,000개 고용 창출을 예상했고 중국은 2022년까지 빅데이터 인력 약 150만 명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양한 산업에 관계하는 결제, 금융업에서도 데이터가 주는 가치와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금융 마이데이터와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중금리대출, 소액신용대출, 소상공인 컨설팅 등 파격적인 금융 서비스가 올 하반기 대거 상용화될 예정입니다. 또 유통•제조•바이오 등 후방 산업 실핏줄이 연결되고 데이터 혈류를 자양분으로 하는 각종 혁신 융합 서비스가 촉발됩니다.
이는 금융 산업뿐 아니라 전 산업 영역의 혁신적 파괴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종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실현되는 것입니다.
4차 산업, AI와 IoT 핵심은 ‘데이터’
마이데이터 산업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등 4차 산업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 모든 미래 산업을 연결하는 촉매가 바로 데이터입니다.
AI와 IoT로 시동이 걸린 ‘新 비즈니스’를 데이터라는 강력한 실핏줄이 촉발합니다. 이 3가지 산업을 면밀히 살펴보면 데이터와 밀접히 연동돼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IoT는 쉽게 말해 물건을 인터넷으로 제어하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센서 기기에 의해 물건 위치나 움직임 등의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합니다.
IT 전문 컨설팅 기업인 IDC에 따르면 세계에 유통되는 데이터양은 2020년 40 ZB(1 ZB=1.1조 GB)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데이터 수집과 축적을 통해 IoT와 AI 성능을 높이고 학습 소재로 활용합니다. 자동차와 로보틱스가 대표 산업군입니다. 가트너는 올해 IoT로 연결되는 기기 수만 250억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네트워크화되는 대상이 세상의 모든 물건으로 확대된다는 의미에서 IoE(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습니다.
개발과 제조, 유통 프로세스를 IoT를 통해 최적화하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이 독일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도 GE와 IBM, 인텔, SAP 등 글로벌 기업이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습니다.
이들 국가와 기업의 연합은 바로 데이터 구동을 통한 산업 고도화입니다. 막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하고 유통, 환원할 것인지 연합 인프라를 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연합은 즉시 산업 효과로 촉발됐습니다.
크게 7가지 핵심 산업에 데이터가 유입되면서 큰 변혁기를 맞이했습니다.
모바일과 커머스, 가전제품, 오락, 헬스케어, 자동차, 홈 시큐리티가 대표적입니다. 마스터 카드와 삼성전자가 연합해 결제가 가능한 IoT 냉장고를 선보인 사례도 있습니다.
데이터는 AI의 자양분이기도 합니다. AI 학습은 데이터화 학습 처리, 판정 처리, 회답•행동 등 4가지 스텝으로 나뉩니다. 특히, 학습 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자양분이 바로 데이터입니다.
오렌지를 예로 들면, AI 기기에서 데이터를 통해 오렌지 화상을 대량으로 읽어 들이게 합니다. 오렌지가 무엇인지 가르칩니다. AI는 이를 통해 평균적인 오렌지 화상을 이해합니다. 이 작업에는 수 일이 소요되며, 이후 판정 처리에서 AI가 오렌지 화상을 맞게 이해하고 있는지 테스트합니다. 결과가 틀리면 데이터 학습량을 늘리게 됩니다. 이처럼 데이터를 통해 AI는 발전하게 되고 이는 여러 산업 영역에 접목됩니다.
한국, 마이데이터 산업 정밀한 제도화 수립돼야
한국도 데이터 3법 통과로 올해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시장이 개화된다.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최근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1차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보안과 이용 방법, 오픈 API 활용방안 등 세부 지침을 마련 중입니다. 이미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된 해외 국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공동으로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데이터 경제는 산업적 의미가 큽니다. 데이터 산업 자체로도 엄청난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4차 산업으로 불리는 혁신 사업 촉매로도 작용합니다. 데이터 경제가 실현되면 인공지능(AI), 바이오,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핵심 산업 성장 기반 마련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통합적인 제도 수립과 운용이 필요할 때입니다.
해외 국가의 마이데이터 제도와 추진 방향도 한 번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비식별 정보에 대해 민간 자율 규제 체제로 전환한지 오래입니다.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장터가 대중화돼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규정하는 일반법을 두지 않고, 개별 법률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활용 방안을 규정했습니다.
일본은 2003년 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을 2015년 9월 개정했습니다.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는 제도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당사자 동의 없이도 제3자에게 익명 가공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시행하며, EU 시민의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고 개인정보를 ‘가명 정보’와 ‘익명 정보’로 분리한지 오래됐습니다.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에 가명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국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장벽을 낮춰 사후 규제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기반은 곧바로 기업 비즈니스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중국 알리바바 계열사인 마이뱅크와 텐센트 계열사인 위뱅크는 이 같은 데이터를 서비스에 입혀 파격적 중금리 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습니다. 통신과 온라인쇼핑 정보 등을 활용해 금융 거래 정보가 부족한 청년, 주부 대상으로 별도 금융 대출 상품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미국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는 자동차 운행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 산정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급제동 빈도나 운전 시간 데이터 등을 활용해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할인해 줍니다. 역시 최대 인터넷 보험사로 등극했고, 미국 비자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소비 정보와 SNS 데이터, 위치정보를 결합해 맞춤형 프로모션 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산업적 영향력을 녹인 마이데이터 제도화를 정부가 적극 수립하고, 각 산업 영역 군에 박혀 있는 풀뿌리 규제도 하나하나 걷어내야 합니다.
글 l 길재식 l 전자신문 기자(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