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LG CNS 기술블로그 DX Lounge에서 최신 IT 소식을 만나보세요!

블록체인

자금조달의 새로운 방법, 블록체인 상장

2017.08.16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세상을 연결하고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기반 기술인데요. 블록체인은 이보다 더 나아가 안전하고 개방적이며, 탈집중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암호화 화폐의 인기는 이런 기대를 반영합니다. 비트코인은 최근 거래가가 3,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치가 급등했습니다.(물론 수시로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긴 합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용산 전자상가의 컴퓨터 그래픽 카드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짧은 시간에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제 디지털 화폐는 주식이나 채권처럼 투자를 위한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암호화 화폐를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기업이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는 방법입니다. 벤처캐피털을 찾아가 투자를 요청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요건을 갖춰 주식시장에 상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타트업들의 새 자금 조달 창구, ICO

이렇게 스스로 개발한 디지털 화폐를 투자자에게 팔아 사업 자금을 모으는 것을 기업의 주식 상장(IPO, Initial Public Offering)에 빗대어 코인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라고 부릅니다.

비상장 회사가 주식을 시장에 공개하고, 회사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사업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IPO라고 하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디지털 화폐를 시장에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집한 후 화폐를 판 자금을 회사 운영이나 서비스 및 제품 개발에 쓰는 것을 ICO라고 합니다.

보통은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만들려 하는 서비스를 위해 만든 디지털 화폐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파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보통은 실제 돈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투자를 받습니다.

투자자는 나중에 이 디지털 화폐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준비 중인 제품을 대중에 공개해 미리 관심을 끌고, 개발 자금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물론, 중요한 차이점은 투자해 둔 디지털 화폐의 가격이 향후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식 투자나 벤처 투자와 더 비슷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화폐가 투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최근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열풍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레이브 프로젝트 사례

최근 ICO를 한 브레이브(Brave)라는 광고 없는 웹 브라우저 개발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브레이브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만든 모질라재단 CTO였던 브렌던 아이크가 개발 중인 인터넷 브라우저입니다. BAT(Basic Attention Token)라는 디지털 화폐가 있으면 광고 없이 웹페이지를 볼 수 있는 것이 브레이브의 특징입니다.

일반 사용자는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매체에 BAT를 지불하고 광고 없이 콘텐츠를 즐깁니다. 광고주는 자신들의 광고나 마케팅 활동에 참여하는 사용자에게 BAT를 제공합니다.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데이터는 익명화되어 처리되며 사용자 기기에만 저장됩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이 브레이브의 기부 시스템과 연계돼, 사용자에게 BAT가 보상으로 지급됩니다.

l 브레이브 개발진이 구상하는 BAT 기반 인터넷 생태계의 구조
(출처: 브레이브 프로젝트 홈페이지)

일반 사용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편하게 보기 위해 디지털 가상 화폐를 원하고, 광고주는 마케팅에 참여하는 사용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코인을 원하므로, 브레이브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BAT의 가치가 오르리라는 계산입니다. 즉, 개인정보 오용 없이 사용자, 광고주, 매체 모두 보상을 얻게 하자는 구상입니다. 그 결과, 지난 5월 실시된 브레이브의 ICO는 30초 만에 3,500만 달러어치의 BAT가 팔려 나가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최근 ICO 현황과 대표 사례

영국의 시장조사회사 오토노머스 넥스트(Autonomous NEXT)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ICO가 56회나 진행됐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확보한 자금이 12억 7,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대략 1조 3,000억 원 수준입니다. 작년에는 ICO 공모 자금이 2억 2,000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6배 가까이 규모가 늘어난 것입니다.

사실 ICO가 항상 ‘핫’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5년 ICO 시장 규모는 1,400만 달러 수준으로 그 전 해 2,6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디지털 화폐 거래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면서 ICO 규모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이더리움 가격이 수백만 원 대로 치솟으면서 투자 광풍이 불기도 했었습니다.

l 2014-2017 분야별 ICO 규모(좌), 2017 분야별 ICO 규모(우)
(출처: 오토노머스 넥스트)

최근 몇 달 사이에도 대형 ICO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 금융업계 출신의 부부가 주도해 만든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 테조스(Tezos)는 지난 7월 ICO를 통해 무려 2억 3,2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을 모았습니다. 이에 앞서 블록닷원(block.one)이란 회사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 플랫폼 EOS로 1억 8,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l 테조스 프로젝트 상징 이미지 (출처: 테조스 홈페이지)

신개념 스마트 토큰을 구축하려는 방코 프로토콜 역시 6월, 1억 1,617만 달러 규모의 ICO에 성공했습니다. 5월에는 리투아니아의 개발자들이 선보인 미스터리움(Mysterium)이라는 디지털 화폐가 45분 만에 1,400만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이 코인은 이들이 만들고 있는 암호화 온라인 데이터 서비스에 쓰이게 됩니다.

ICO 감독에 나선 금융당국

ICO 덕분에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은 엄격하고 복잡한 주식 상장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벤처캐피털 회사를 찾아다니며 IR를 준비하고 투자를 요청하지 않고, 쉽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얻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가 더욱 많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누구나 ICO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아무런 관리 감독 없이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각국 정부는 증권 투자자 모집과 증권 발행을 엄격히 감독하고 있습니다. 금융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ICO는 최근 많은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음에도 이러한 감독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처럼 ICO 시장이 과열되면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업이 블록체인 열풍을 타고 투자자를 기만할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금융 감독 당국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변수입니다.

최근 터진 DAO 해킹 사건이 결국 규제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다수의 참여자가 집단으로 관리하는 벤처 펀드를 운용하기 위한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 계약 시스템입니다. DAO는 지난 5월 ICO를 단행, 1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6월 취약점을 노린 해킹 공격을 당해 6,000만 달러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소(SEC)는 DAO는 사실상 증권이었고, 따라서 그에 따른 규제를 따랐어야 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밝혔습니다. 또, 블록체인이나 분산형 원장 기술을 쓰는 디지털 자산의 제공 및 판매는 증권 발행에 관한 법률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블록체인 혹은 다른 어떤 특별한 기술을 쓰는지에 상관없이, 그 거래의 실체적 성격에 따라 증권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 것인데요. 싱가포르 정부도 최근 비슷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금융 당국이 ICO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에 대한 감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물론,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 당장 어떤 영향이 있을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ICO는 여러 형태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무엇이 증권이 아닌 것으로 간주할지 아직 명확히 구분하여 규제하기 어렵습니다.

발표 이후 코인 시장은 잠시 충격을 받는 듯 했으나 곧 평소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 ICO를 하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ICO에 대한 신뢰를 높여 장기적으로 시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혹시 ICO 투자에 관심 있으시다면, 각 ICO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알아보고 신중히 결정하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일부 ICO는 규제를 피하고자 미국 외 다른 나라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니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 | 한세희 | 동아사이언스 기자

[관련 글 보기]

  • 세계 최대 금융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손잡은 LG CNS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