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란 말이 낯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Bitcoin)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고, 신문기사나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고 4차 산업혁명과 연관 지어 미래를 바꿀 핵심 기술로서 블록체인이 많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무엇이고,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요?
블록체인의 시초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비트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블록체인 = 비트코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인데요. 블록체인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LG CNS가 정의한 블록체인은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서 합의 메커니즘과 실행 가능한 코드를 가진 암호화된 분산원장” 인데요. 이 정의가 간결하지만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초기 비트코인의 한계와 제약사항으로 지적받았던 초당 거래 처리 건수(7건)와 이용량이 늘면서 거래 승인에 걸리는 시간 지연 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컨셉들이 블록체인에 추가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블록체인은 진화를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이후 여러 블록체인 Ledger들이 등장하고 있고, 크게 개방형과 허가형으로 나뉘어 Enterprise 환경에 맞게 각각의 Ledger들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 영역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현재 Enterprise 환경에 적용 가능한 허가형 블록체인 중에는 하이퍼레저 패브릭 (Hyperledger Fabric)과 R3 코다(R3 Corda), 이더리움(Ethereum) 정도가 그 선두 그룹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아주 강력한 하나에 의해서 평정될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에 설명할 블록체인의 사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Philosophy? or Technology?
개인적인 견해지만, 블록체인은 기술보다 아직은 사상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블록체인을 여러 산업영역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고, 다양한 PoC(Proof of Concept)나 Pilot 등을 통한 기술 검증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절차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가트너(Gartner) 보고서에서도 ‘블록체인은 미성숙된 기술로서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4~5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망했습니다.
R3 코다만 하더라도 그들만의 사상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기존의 블록체인 사상이 아닌 거래 당사자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인데요. 이는 금융에 있어 Private를 보장하는 코다 만의 독특한 사상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사상들에 대해 아직은 명확한 표준이나 가이드가 없고, 어떤 것이 더 낫다 나쁘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데요. 비즈니스 케이스별로 그 상황에 맞는 블록체인 기술들이 적용될 것이고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트너가 말한 ‘블록체인 기술의 미성숙’에는 동의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네트워크를 포함한 인프라의 진화 속도와 블록체인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우리가 예상하는 것 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멀지 않은 미래에 블록체인은 안정적인 기반 기술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2의 인터넷 혁명, 블록체인?
블록체인이 P2P 네트워크 중심의 기반기술로서 블록체인이 인터넷의 TCP/IP와 많이 비교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표준 프로토콜인 TCP/IP가 알파넷에서 이메일과 아마존 북스토어를 거처 스카이프로 진화한 사례와 유사하게 블록체인도 비트코인에서 시작되어 금융거래를 위한 원장으로 더 나아가 산업 전반에 대대적인 변혁을 이루게 될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물론 인프라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 혁명을 가져온 TCP/IP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나, TCP/IP가 글로벌 인터넷의 표준을 제시한 것이라면, 이는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가장 핵심인 ‘탈 중앙화’ 사상과는 사뭇 다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으로 인해 기존의 중앙기관들이 수행하던 승인과 정보관리의 권한이 거래 참여자들에게 주어지면서, 이로 인한 민주적이고 혁명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공유의 경제를 통한 변화는 금융에서뿐만 아니라 공공, 제조, 물류 등 영역 간 경계를 허물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혁신을 넘어 혁명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10년쯤 뒤에는 블록체인이란 말이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기반기술로서 동화되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 가까이 와 있는 인터넷처럼 다가오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글 ㅣLG CNS 디지털금융컨설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