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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커피 농장은 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질까?’ 변화하는 유통 업계

2017.11.29

블록체인(Blockchain)은 거래 정보를 블록으로 생성하여, 네트워크상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연결하는 사슬 구조입니다. 사슬 구조의 거래에는 중개자가 없고, 위조하려면 이전에 연결한 블록까지 모두 위조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위조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래서 ‘공공 거래 장부’로도 불리며 보안성, 투명성, 비용 절감 등의 장점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도입과 연구가 먼저 빠르게 이뤄진 분야는 금융입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비트코인에서 발생했고, 암호화폐의 거래부터 사용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야 중 특히 식료품 유통은 블록체인의 속성을 가장 잘 흡수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세계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는 IBM과 협력하여 블록체인을 식료품 유통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월마트의 식품 안전성 부사장 프랭크 이아니스(Frank Yiannas)는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망고의 출처를 추적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망고의 원산지를 파악하는 데에 6일하고도 18시간 26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사용했을 때는 2.2초밖에 걸리지 않았죠. 망고가 열린 농장에서부터 창고의 온도, 배송 과정 등 모든 거래와 유통 과정을 블록으로 생성하여 연결하고, 공개한 덕분인데요. 이로써 망고를 신속하게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l 프랭크 이아니스 월마트 식품 안정성 부사장(출처: https://youtu.be/SV0KXBxSoio)

이를테면, 특정 지역의 망고 농장에서 생산한 망고에 금지된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면, 유통 업체가 해당 농장에서 생산한 망고의 재고를 처리하여, 소비자가 망고 섭취를 중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농장에서 생산한 망고의 유통까지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수 있겠죠. 검출이 확인되는 즉시 구매할 망고와 구매한 망고의 유통 과정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성과가 드러나자, 지난 8월에는 월마트를 비롯하여 네슬레, 유니레버, 타이슨, 크로거 등 대형 식품 유통 업체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스위스의 스타트업인 앰브로서스(Ambrosus)도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식료품과 의약품을 추적하는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인 가빈 우드(Gavin Wood)의 기술 지원을 받은 앰브로서스는 9월에 진행한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3,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앰브로서스 프로젝트의 특징은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 IoT 시스템 구축에 있습니다. 월마트가 도입한 IBM의 블록체인 시스템은 비슷한 규모의 기업 중심 기술인 반면에, 앰브로서스는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규모가 작거나 개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이 목적입니다.

l 앰브로서스(출처: https://youtu.be/OkdCV6zw3lI)

기업 참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외부 개발자가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자 도구와 모듈을 제공하고, 훨씬 넓은 범위를 지원하여, 식료품 유통의 전반적인 개선을 장기적인 비전으로 제시합니다.

프로젝트 성장을 통해 생태계가 활성화된다면, 소비자들은 건강한 식료품을 찾고자 생태계 안에서의 소비를 늘릴 것입니다. 마치, 현재에 유기농 식료품을 찾기 위해 갖은 방법을 이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앰브로서스는 늘어난 소비 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거래와 계약을 통해 이익을 내고자 하는 거죠.

블록체인을 식료품 유통에 도입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앰브로서스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가빈 우드의 참여로 가장 유명한 업체로 알려진 탓일 뿐, 좀 더 세부적인 항목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는 업체도 많습니다.

미국 덴버의 신생 기업인 Bext360은 커피 유통에 블록체인을 적용했습니다. 커피콩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농장에서 커피콩의 품질을 확인하고, 로봇을 통해 무게를 측정하여 가격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거래된 커피콩을 블록체인 기술로 기록하고, 최종적으로 커피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마시는 커피가 어느 지역의 농장에서 어떻게 거래되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하죠.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이 거래되는 상품이고, 1억 2,500만 명의 사람이 커피를 재배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하루에 2달러 미만을 벌어들이는 소작농입니다. 많은 대형 커피 체인들이 노동력을 착취하여 성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Bext360은 커피 유통에 투명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공정한 가격으로 커피콩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해당 시스템을 고안했습니다. 월마트가 망고를 추적했던 것처럼 소비자가 커피 농장을 추적하는 것이 아주 빠르게 이뤄지겠죠.

l bext 360(출처: https://www.bext360.com/)

블록체인이 커피 유통에 끼치는 영향은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에만 있지 않습니다. 지난 2013년에 국내 유명 커피 업체가 허가받지 않은 커피를 판매한 사례가 있었고, 국내 커피 산업이 커지면서 로스팅을 거친 볶은 콩의 제조 표기 위조, 표시기준 위반, 제조기한 미표기 등의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관련한 지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로스팅한 지 수개월이 지난 커피콩을 사용하더라도 소비자가 알 방법이 없고, 업체를 통해 구매한 커피콩을 매장에서 로스팅했다고 속이는 일도 있어서 지침만으로 감독하기에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에서 받은 커피에 붙은 QR 코드를 스캔하는 것으로 마시는 커피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모든 유통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블록체인 내에서의 디지털 위조는 불가능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물리적인 위조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 수확한 망고를 중간 유통 과정에서 빼돌리고, 인도에서 유통한 망고를 블록체인 위에 올려두어 태국 망고로 둔갑시킬 수 있습니다. 망고가 과육 내부에 디지털화된 고유 번호를 가지고 생산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은 망고를 블록체인에 올려두어 구분하기 위한 라벨 등이 붙게 되는데, 이 라벨을 다른 곳에 붙이는 것으로 거래 정보만 정상적으로 보일 뿐이죠. 실제 식품은 가짜인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유통 과정이 복잡하고, 길어질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월마트는 기존 유통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블록체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완벽히 제시하기보다는 유통 차별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월마트는 외부 농장에서 기른 작물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자체 농장을 운영하여 다른 유통 체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는 만큼 중간 과정이 생략되어 있고, 관리가 유용합니다.

‘어차피 월마트에서 관리하므로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과 다를 바가 있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유통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유통 과정이 긴 다른 상품과 그보다 짧으면서 신뢰할 수 있는 개발 품종 상품을 비교하게 하여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로서는 유통 과정이 짧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쪽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겠죠.

l 앰브로서스(출처: https://youtu.be/OkdCV6zw3lI)

앰브로서스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하면서도 자체 마켓플레이스를 준비 중입니다. 생태계를 확장하도록 지원하는 것과 함께 식료품에 대한 가격 책정과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법으로 유통 과정을 줄여 물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플랫폼 지원으로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외부 개발자들이 운영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월마트가 자체 상품의 차별화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처럼, 마켓플레이스에 앰브로서스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적용하고, 유통 과정을 단축하거나 물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는 방법을 통합하여 블록체인을 도입하지 않은 마켓플레이스와의 차별점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블록체인이 식료품 유통의 안전을 완벽히 지켜줄 수는 없지만, 물리적인 위조와 변조 방지를 위해 블록체인의 장점을 유통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현재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식탁에 놓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블록체인의 속성과 차별화를 통한 유통 이익 실현을 위해 중간 유통 단계가 줄어들면서 식료품의 판매 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식료품이 유통 과정에서 어느 가격으로 거래되어 마트에 진열되는지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물리적 요인들을 차단하는 방법과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앞서 얘기한 커피콩을 예로 들자면, 블록체인으로 커피 농장과 로스팅한 시점을 추적하더라도 실제 제공된 커피의 농장 정보와 제조 기간이 블록체인에 올려진 정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바꿔치기하거나 제조한 지 오래된 볶은 콩을 섞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는 블록체인이 도입되지 않더라도 관리감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런 문제를 정비한 영역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수 있어야 블록체인의 특성에서 기인한 ‘신뢰성’이 비즈니스의 포지셔닝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식료품 유통 분야를 정비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스템적으로 가능한 범위로 끌어내는 데에 블록체인 기술이 시발점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축산물 이력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육류 시장 같은 곳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글 | 맥갤러리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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