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등기부등본인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달고 있습니다. 오픈씨(Opensea), 라리블(Rarible), 민터블(Mintable), 메이커스플레이스(MakersPlace) 등 NFT 거래소를 통해 디지털 원저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NFT 지지자들은 NFT가 인터넷 독재자들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으로부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무기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올해 3분기 NFT 매출액은 107억 달러를 넘어섰죠. 이번 글에서는 NFT가 그리는 비전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왜 NFT에 열광을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NFT의 커다란 꿈, 빅테크 플랫폼으로부터 독립
인터넷은 태어날 때부터 무료였습니다. 1973년 빈튼 서프와 밥 간이 TCP/IP를 정립하고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구현해 모든 컴퓨터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은 인터내셔널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에서 인터넷은 시작됐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수십억 명이 연결됐지만, 인터넷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아닌 웹을 장악한 브라우저 회사들이었죠. 1994년 넷스케이프가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2008년 말까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지배적이었는데요. 오늘날에는 구글 크롬이 63.6%에 달하는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콘텐츠를 무료로 만들고 광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NFT를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은 NFT가 인터넷 독재자들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으로부터 디지털 재산을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터넷 자유라는 핑계로 오늘날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지식재산권은 무시당하고 있으며,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한 채 무한 복제되고 있다고 주장하죠. 글로벌 최대 NFT 옥션 마켓인 파운데이션(FOUNDATION)을 창립한 케이본 테흐라니안(Kayvon tehranian)은 TED 강연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습니다.
“월드와이드 웹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많은 사람이 ‘사기’라 했죠. 하지만 몇몇 선구자들이 인터넷의 엄청난 잠재력을 알아봤고 그들은 막대한 부를 일궜습니다. 우리의 소유물들이 무한히 복제되고 별도의 비용 지불없이 전 세계로 배포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창조한 작품들에 대해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을까요? 만약 우리가 그 대가를 지급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NFT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넷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게임 아이템들을 돈을 주고 사더라도 법적인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죠. 한국의 민법 98조는 물건을 ‘유체물과 전기와 그 밖에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물건이 되려면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어야 하며 공간의 일부를 차지하는 유형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규정인데요. 상식적으로 볼 때 돈을 주고 구입했으면 그 소유는 구입한 사람의 것이어야 하지만 물건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규정이 바뀌어서 게임 회사가 일정 시간이 지나 개인이 구입한 아이템을 삭제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게임사의 단 한 번 클릭만으로 구매한 아이템이 사라지더라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죠.
오늘날 우리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인터넷에서 보냅니다. 취침하는 8시간을 제외하면 깨어 있는 시간 중 25%는 온라인에 접속해 있는 셈이죠.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1995년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이라는 책을 통해 아날로그인 아톰(Atom)의 시대를 넘어 비트의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위에 있는 TIME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인터넷은 1993년만 하더라도 단순한 정보의 고속도로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6년에는 ‘당신’으로 다가왔죠. 바로 일상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 지식재산권이 없다면 어떨까요? 땀 흘려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군가가 고스란히 복사해 더 잘 판다고 한다면? 이에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겁니다. NFT가 등장하고 이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일상이 된 인터넷 세상을 소수의 누군가가 쥐락펴락하면서 정당한 소유권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반대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NFT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급증하는 NFT 거래대금…3분기만 107억 달러
NFT는 믿음을 먹고 성장합니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독립하고 디지털 지식재산권을 지키는 수단이 바로 NFT라는 믿음이죠. 이러한 믿음으로 NFT 시장은 팽창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DappRader)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NFT 매출액은 107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화로 치면 12조 원 규모인데요. 이는 이모티콘, 게임 아이템, 디지털 수집품이 거래된 금액입니다. 댑레이더는 1분기 매출액이 12억 달러, 2분기 매출액이 13억 달러라고 부연했는데요. 이는 불과 한 분기 만에 시장이 700% 이상 성장한 셈입니다.
NFT라는 토양은 NFT 크리에이터 업체들이 브랜드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댑레이더는 스눕 독, 샤킬 오닐, 스티브 아오키와 같은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NFT의 사회적인 유대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와 함께 기존 산업에서 NFT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도 성장을 부채질하는 원인입니다.
크립토펑크(CryptoPunks)는 비자와 손을 잡고 일부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미술품과 보석 중개업체인 소더비는 NFT 경매를 통해 101개 작품 2440만 달러어치를 팔아 치우기도 했죠. 이러한 브랜드화는 NFT시장 점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NFT 성장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크립토펑크가 가장 높고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 그리고 NBA Top Shots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2%로, 게임이 어떻게 NFT와 시너지를 내는지 짐작하게 해 줍니다.
반면 NFT에 대한 열광이 과열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특정 아이템이나 특정 미술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비해, 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을 기대해 미리 선점하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죠. NFT 전문 벤처캐피탈인 Loupfunds는 현재 거래량의 70% 이상은 투기성이 강하다고 진단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기성 거래가 72%를 차지하고, 이어 게임 아이템 13%, 럭셔리 굿즈 7%, 미술품 6%, 수집품 2% 순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인데요. NFT에 대한 열망이 커지자, 많은 투기성 자금이 몰려 올해 3분기 NFT 시장이 급팽창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의 등기부등본 정품인증서를 파헤치다
NFT는 Non Fungible Token의 줄임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도 합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도 토큰이라고 하고 NFT도 토큰이라고 하죠. 하지만 NFT에는 ‘대체 불가’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습니다. 암호화폐와 NFT 모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른 셈이죠. 암호화폐는 1000만 개씩 발행 유통되는 데 반해 NFT는 원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NFT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등기부등본인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달고 있는 것입니다.
NFT를 통해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 분산저장(Distributed Ledger)을 하기 때문인데요. NFT로 꼬리표가 붙은 디지털 자산들은 작품의 소유자와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 기술로 기록됩니다. 기술 특성상 누군가가 이를 함부로 변경할 수 없죠. 동일한 디지털 파일을 NFT로 중복해서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NFT와는 다른 NFT를 꼬리표로 붙이는 것이 되기 때문에 먼저 NFT로 생성된 진품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NFT는 2015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이더리움 개발자 회의 ‘데브콘’에서 처음 공개됐는데요. 토큰마다 고유 값인 주소를 부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NFT는 오픈소스인 ERC-721과 최근 개발돼 적용되고 있는 ERC-1155 프로토콜을 이용해 발행합니다. ERC-721 알고리즘은 예술품, 골동품, 캐릭터에 대한 NFT를 발행해 토큰을 생성하고, 해당 토큰의 고유한 가격이 결정되면 가상자산으로 거래하는 것을 지원하는데요. 반면 ERC-1155 알고리즘은 ERC-20과 ERC-721의 장점을 혼합한 것으로, 두 토큰이 연동해 거래할 수 있어 멀티 전송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디지털 정품 인증서’인 블록체인 주소를 통해 소유권을 받으면 이제부터는 매매가 가능해집니다. 다만 원작품이 하나이더라도 여러 NFT를 발행할 수 있는데요. 한 작품에 블록체인 주소를 여러 개 붙이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꺾은 대국의 NFT는 2억 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요. 발행된 NFT는 여러 개인데요. 마치 판화가들이 판화를 찍을 때마다 여러 장을 찍고 에디션 넘버를 붙일 수 있듯이, NFT도 비슷한 원리로 여러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NFT 제작 대상은 디지털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합니다. 이미지, 동영상, 음원 등 블록체인 주소를 삽입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디지털 원본’으로 만들 수 있죠.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NFT는 형태를 가리지 않고 모든 창작물과 저작권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기념비적인 사건이나 순간의 의미 있는 기록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NFT로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NFT 제조와 거래는 일반적으로 플랫폼에서 거래됩니다. 오픈씨, 라리블, 민터블, 메이커스플레이스, 바이낸스 등이 NFT 거래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거래소인데요. 이러한 곳에 접속한 뒤에 NFT 파일을 생성해 판매하거나 보유한 NFT 파일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판매는 크게 경매와 고정가격 판매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경매는 작품이 나오면 최저가에서 입찰을 시작하고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격을 올려 제시하는 형태입니다. 반면 고정 가격 판매는 판매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올리면 구입하는 방식이죠. 경매는 하나뿐인 NFT에, 고정 가격 판매는 한 원작품을 기반으로 한 여러 NFT를 판매하는데 적합한 방식입니다.
NFT를 제작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오픈씨를 예로 들면 플랫폼에 접속해 먼저 계좌인 디지털 지갑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거래는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로 이뤄집니다. My collection 메뉴에서 create 버튼을 누르면 파일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후 ‘add new item’을 클릭하면 JPG, PNG, GIF, WEBP, MP4, MP3 등 형태로 최대 100메가바이트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NFT를 구입하려면 암호화폐 이더리움 기반 코인이 필요합니다. NFT 자체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더리움이 유통되는 코인이죠. 여기서 거래소는 중개와 제작에 수수료를 붙입니다.
디지털 파일을 ‘NFT화’하는 것을 민팅(Minting)이라고 하는데요. 민팅 작업을 하려면 일종의 제작 비용인 ‘개스 피(Gas fee)’를 내야 합니다. 또 NFT가 판매될 경우 2.5%의 수수료를 내야 하죠. 이렇듯 NFT는 원저작자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소유권이 넘어가고 구매자가 이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판매할 때면, 판매대금의 2.5%를 원저작자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붙는 세금은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과세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세금이 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미술품은 작가가 사망하고 상속인이 매각에 따라 수익을 낼 경우 기타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출처]
NYT (https://www.nytimes.com/2021/07/10/style/metaverse-virtual-worlds.html)
TED (https://www.ted.com/talks/kayvon_tehranian_how_nfts_are_building_the_internet_of_the_future#t-4260)
Internetsociety(https://www.internetsociety.org/internet/history-internet/brief-history-internet/)
민법(https://www.law.go.kr/%EB%B2%95%EB%A0%B9/%EB%AF%BC%EB%B2%95/%E7%AC%AC98%E6%A2%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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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digital(https://en.wikipedia.org/wiki/Being_Digital)
CNBC (https://www.cnbc.com/2021/10/06/nft-trading-volume-hit-10-billion-2-reasons-why-people-are-buying.html)
Reuters (https://www.reuters.com/technology/nft-sales-surge-107-bln-q3-crypto-asset-frenzy-hits-new-highs-2021-10-04/)
Nasdaq (https://www.nasdaq.com/articles/why-the-nft-market-could-really-grow-by-1000x-2021-09-05)
Dappradar (https://dappradar.com/blog/dapp-industry-report-q3-2021-overview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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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8/841954/)
one37pm(https://www.one37pm.com/nft/tech/erc-721-vs-erc-1155-nft-contract-what-to-use)
ethereum(https://eips.ethereum.org/EIPS/eip-721)
2muchcofee.com(https://2muchcoffee.com/blog/how-to-build-an-opensea-like-nft-marketplace/)
opensea(Opensea.io)
erc721(http://erc721.org/)
글 ㅣ LG CNS 기술전략팀